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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입장 바꾼 여당…언론도 징벌적 손배 추진

중앙일보 2021.02.09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 규제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언론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우면서 국민의힘이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미디어 6법’엔 언론 미포함
김종인 “민주당, 언론 장악 시도”
여당 내서도 “자살골 될라” 우려

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8일 “허위뉴스·가짜뉴스의 뿌리를 뽑겠다”며 “언론도 허위·왜곡 정보를 악의적·고의적으로 보도해서 피해를 입힌다면 마땅히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 때만 해도 민주당은 언론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에 소극적이었지만 닷새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당초 민주당이 2월 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던 ‘미디어 6법’에는 언론 보도를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져 있었다. 민주당 언론TF는 구체적 방법으로 정보통신망법 또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우리 정치사를 보면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며 “민주당은 작금의 언론 장악 시도를 당장 그만두기를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가피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곧바로 도입하는 건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둔 2017년 1월 작가 문형렬씨와 함께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라고 했다. 실제 행정부와 입법부뿐 아니라 사법부의 주류는 이른바 진보 성향으로 일컬어지는 인사들로 바뀌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또 다른 내용이 ‘언론 개혁’이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민간 언론에 대해서도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은 언론의 사명인 권력 견제와 감시에 충실해야 하고,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 재허가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는 없는 거니까 스스로 자율적인 개혁을 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언론 개혁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과는 다르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부분은 ‘스스로 자율적인 개혁’이다. 그러나 여당은 언론 규제입법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래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는 여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핀셋으로 짚어내듯이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이들을 골라내야 하는데 지금의 방식은 모든 언론을 위축시킨다”(김동훈 기자협회장)는 게 이유다.
 
허진·송승환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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