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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멸한다고? 택도 없는 소리, 봉쇄로는 절대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중앙일보 2021.02.08 18:48

"소련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 바로 중국이다. 그렇다고 소련에게 했던 것처럼 '봉쇄전략'을 쓸 수도 없다. 트럼프식 압박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전혀 다른 방식을 써야한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45)의 말이다. 바이든 시대 미-중 패권 전쟁의 출발과 끝이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올 거란 점에서,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발언이다.  

[미ㆍ중 패권 경쟁은 어디로] (1) 바이든 시대가 왔다 ... 중국은 '이 사람'을 주목한다

 
제이크 설리번과 뒤편의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과 뒤편의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전혀 다른 방식? 도대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어떻게 다루겠다는 걸까.
[미-중 패권 경쟁은 어디로] 시리즈의 첫 회를 제이크 설리번 얘기로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지명자를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와 달리 정통 관료들로 채운 그림이었다.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45)이 이목을 끌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발탁됐던 맥 조지 번디 이후 최연소 국가안보보좌관인 데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갈고닦은 기량으로 일찌감치 잘 알려진 인물이어서다.  
 
새롭게 펼쳐질 미ㆍ중 패권 경쟁이 어디로 어떻게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미리 짚어보는 일은 상당히 도움이 될 터다. 특히 제이크 설리번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제이크 설리번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AP=연합뉴스]

 
우선 설리번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자.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이던 당시 그의 정책기획국장으로 일하며 두각을 나타낸 설리번은 이후 부통령 시절의 바이든 곁에서 안보보좌관을 맡아 일했다. 특히 ‘이란 핵 합의’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주목받았다. 그뿐 아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ㆍ태평양 전략’을 세우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로 그 전략이다. 이런 설리번의 등장에 중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제이크 설리번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어가고 싶을까. 그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2020년 5월)와 포린어페어스(2019년 9월)에 기고한 글을 보면 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일하던 시절의 설리번 [EPA=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일하던 시절의 설리번 [EPA=연합뉴스]

 
설리번은 일단 중국의 현 위치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미ㆍ중 경쟁은 종종 미ㆍ소 냉전과 비교되곤 하지만 그때와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냉전 시기 소련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더 강력하고 외교적으로는 더 정교한 전략을 추구하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더 유연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소련과 다른 점은 전 세계 수많은 국가와 고루, 깊이 얽혀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미국 경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소련을 포함한 미국의 적국들 중 미국 GDP의 60%에 도달했던 나라는 없지만, 중국은 2014년께 이를 넘어섰다. 또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삼고 있다. 어떤 국가가 진짜 미국의 동맹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어진 이유다.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 소련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란 것이 그의 평가다.  
 
그렇기에 ‘봉쇄 전략’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설리번의 결론이다.  
 
냉전 당시처럼 ‘적국이 언젠가 무너질 것’이란 시나리오를 써둘 수도 없다.  
 
중국-EU 투자협정 체결 합의 [로이터=연합뉴스]

중국-EU 투자협정 체결 합의 [로이터=연합뉴스]

 
방법은 무엇일까. 설리번은 중국을 인정하되 동맹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동맹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하고 함께 가야 할 곳’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트럼프 정부와 완전히 다른 시각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투자 협정 체결 합의를 그가 누구보다 안타까워한 이유다. 무엇보다 설리번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을 가리킨다. 한반도와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이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이 경쟁력의 핵심인 원천 기술에 더 투자해 중국을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을 막무가내로 막아 서는 것보다는 미국이 먼저 기초과학, 청정에너지,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에 광범위하게 투자해 기술적 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단 얘기다.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면 이민 정책 역시 유연하게 다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역시 트럼프 정부와 정반대다.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전문가를 신뢰하는 바이든의 스타일을 볼 때, 설리번의 이런 생각은 앞으로 바이든 정부의 중국 전략에 있어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그의 생각을 제대로 짚어야 하는 이유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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