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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강제 살처분 완화하라”…시민사회단체·경기도 촉구

중앙일보 2021.02.08 18:45
화성 산안마을 살처분 반대 집회. 연합뉴스

화성 산안마을 살처분 반대 집회. 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 반경 3㎞ 내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강제 살처분하는 규정에 반발해 시민사회단체가 규정 완화를 공식 건의했다.
 
경기 화성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산안마을 살처분 반대 화성시민대책위원회’는 8일 화성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강압적인 살처분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화성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전염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된 산안마을에 강압적으로 살처분 집행을 추진하고, 탄압하는 방역 행정에 분노한다”며 “예방적 살처분 명령권자가 기초 지자체장인 만큼 화성시장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북 포항의 산란계 농장에서 닭 24만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시작되자 농장 관계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북 포항의 산란계 농장에서 닭 24만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시작되자 농장 관계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강압적 살처분 추진 중단” 촉구

산안농장 관계자는 “강제집행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은 받아들여졌으나 우리 농장은 여전히 살처분 대상으로 분류돼 달걀 90만 개를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잠복기마저 지나 감염 위험이 없는 상황인데도 2018년 개정된 법률 때문에 강제 살처분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산란계 3만7000 마리를 키우는 산안마을농장은 일시 정지 상태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하루 2만개의 유정란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이 농장에서 1.6㎞ 떨어진 A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A농장 반경 3㎞ 내 6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을 살처분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7일 경기 여주시 가남읍 한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진행을 위해 농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12월 7일 경기 여주시 가남읍 한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진행을 위해 농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산안마을농장은 이를 거부했다. 살처분 명령 이후 농장 측이 실시한 정밀검사와 매일 한 차례의 간이 키트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닭을 축사 내에 풀어놓는 친환경 방식으로 길러서 2014년과 2018년 인근 농장에서 발생한 AI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농장은 살처분 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심판을 제기해 지난달 25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결정에 의해 강제적 살처분 집행이 유예됐다. 농장 측은 “이미 AI 잠복기(최대 3주)가 끝나 감염 위험이 없는 상황인데 정책의 목적보단 수단에 얽매여 살아있는 닭을 죽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살처분 규정 완화 공식 건의

이와 관련, 경기도는 최근 현행 예방적 살처분 규정을 완화하고 일부 가금류에 대해 백신을 도입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문을 농림축산식품부에 냈다고 8일 밝혔다. 경기도는 우선 현행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 반경 ‘3㎞ 이내’에서 ‘500m 이내’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당초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였으나 2018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3㎞로 확대된 바 있다.
지난달 5일 세종시의 조류인플루엔자(AI) 현장 점검. 세종시

지난달 5일 세종시의 조류인플루엔자(AI) 현장 점검. 세종시

경기도는 동물복지농장 등 확산 위험이 크게 떨어지는 농장의 경우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것도 건의했다. 이와 함께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일부 가금류에 백신을 접종할 것도 건의했다. 종계·산란계·천연기념물은 다른 가금류와 달리 사육 기간이 길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AI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빨라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 어렵고 사람에게 전파할 우려가 있어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백신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농장별 여건 따라 살처분 대상 정해야”    

김성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농식품부에 500m 이내는 예방적 살처분하는 대신 ‘500m∼3㎞’ 범위에 있는 농장의 경우 지형, 방역시설 수준, 과거 발생 현황 등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동물복지농장 등에 대한 살처분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2018년 이전에는 알 운반 차량 등의 이력 관리나 방역 관리가 잘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방역관리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져 산업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살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AI는 전국에서 87건이 발생해 가금류 2601만 마리가 살처분 대상이 됐다. 경기도의 경우 29건이 발생해 해당 농장의 가금류 428만7000 마리가 살처분되고, 3㎞ 이내 114개 농장의 가금류 763만5000 마리가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되는 등 143개 농장의 가금류 1192만2000 마리가 살처분됐다.
 

방역 당국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이에 대해 정부 방역 당국은 “전국적으로 AI가 확산 중인 점을 볼 때 3㎞ 내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발생지 주변에서 집단 발병이 일어나 급속히 번지는 ‘포도송이’ 형태의 확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AI는 인간과 동물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어서 백신보다는 발 빠른 살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늑장 대응보다는 과도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런 이유 등으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도 살처분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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