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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만원 짜리 백, 63만원에 내놓자 5초 만에 팔렸다"

중앙일보 2021.02.08 17:12
지난해 7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해외명품 대전 행사장.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해외명품 대전 행사장. 연합뉴스

 
#1. 서울에 사는 차은혜(가명) 씨는 최근 사고 싶었던 명품 핸드백을 중고명품 거래앱에서 구입했다. 백화점에선 180만원짜리지만 상태가 좋은 제품을 95만5000원에 살 수 있었다. 차 씨는 “일반 중고거래 앱에서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건이 있었지만, 중고명품 거래앱은 전문감정사가 제품을 보증하고 상태에 따라 가격을 매겨 내놓으니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2. 최수영(가명) 씨는 일반 중고거래 앱에선 몇 달간 팔리지 않던 명품백을 중고명품 거래앱에서 3주 만에 팔았다. 사이트에 제품이 노출된 기간만 따지면 일주일도 안 됐다. 최 씨는 “일반 중고거래 앱에선 사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고 막판에 취소하기도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중고명품 거래앱은수수료만 내면 제품 수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줘 편하다”고 했다.
 

판매자 편하고, 구매자 믿을 수 있어 

중고명품 시장이 뜨겁다. 중고명품 거래시장 규모는 2012년 1조원에서 2019년 7조원으로 커졌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명품 시장과 함께 중고명품 거래시장도 덩달아 훌쩍 커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명품이 적어도 전체 명품 시장의 20% 이상은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검색 플랫폼 트렌비는 지난달 중고 명품거래 대행서비스인 ‘리세일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다. 시범운영을 시작했던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거래액은 4개월 만에 4.6배가 됐다. 위탁상품의 절반은 일주일 이내, 80%는 3개월 이내에 판매된다. 120만원짜리 메종 마르지엘라 숄더백은 65만원에 내놨더니 1시간 만에 팔렸다. ‘샤테크’의 대명사가 된 샤넬의 스테디셀러 클래식 숄더백(정가 1100만원)은 중고로는 꽤 비싼 770만원에 팔린 적도 있다. 트렌비 관계자는 “전문 감정사가 정품을 인증하고 제품 상태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합리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 전문몰 리씽크도 해외명품 매출이 최근 3개월간 5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18일부터 3주간 매일 오후 6시 30분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빈티지 명품 선착순 1점 판매 행사’는 매번 5초 만에 끝났다. 한 오프라인 중고명품 샵이 명품재고 판매를 위탁해 진행한 이 행사에선 샤넬 토트백(정가 399만원)과 루이뷔통 크로스백(정가 234만9000원), 생로랑 핸드백(정가 292만원) 등을 모두 63만원에 판매했다. 이 행사를 시작하자 리씽크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전달보다 3만명 늘었다. 이곳 역시 개별 감정서를 통해 중고명품 정품을 보증하고 1년간 무상 AS를 보장한다. 
 

코로나에 뜬 MZ 소비…연평균 15% 성장 전망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운영 중인 중고명품 자판기. 중고거래 스타트업 파라바라와 온라인 중고명품 감정 스타트업 엑스클로젯과 기획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운영 중이다. 사진 AK플라자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운영 중인 중고명품 자판기. 중고거래 스타트업 파라바라와 온라인 중고명품 감정 스타트업 엑스클로젯과 기획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운영 중이다. 사진 AK플라자

 
명품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MZ(밀레니얼+Z세대) 세대의 주도 속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의 해외명품 매출은 2019년(23%)에 이어 지난해(21%)에도 20%대 신장률을 기록했다. 2030 세대의 비중은 2018년(38.2%)과 2019년(41.4%)에 이어 지난해(44.9%)까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20대(37.7%)와 30대(28.1%)가 명품 매출 신장률을 주도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부터 업계 최초로 2030전용 VIP 멤버십 ‘클럽 YP’를 운영한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만 전년보다 10.9% 성장한 1조5957억원(유로모니터)으로 추정된다.
 
중고 시장도 비슷한 배경 속에 성장했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은 월 사용자 수(MAU)가 2018년 100만명에서 지난해 1300만명으로 늘었다.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는 2030 세대도 2016년 82만명에서 지난해 312만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명품이 가세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힌 젊은 세대가 명품에 입문했고, 자금력이 부족한 탓에 중고로 눈을 돌리면서다. 지난해 9~11월 중고나라에서 명품을 거래한 이용자의 절반 이상(59%)이 20~30대(40대 포함 시 84%)다. 백화점도 중고명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AK플라자는 분당점에서 중고명품 자판기를 운영한다.
 
해외에선 중고명품 시장이 일찌감치 각광받았다. 세계 최대 온라인 중고 명품 판매업체 더리얼리얼은 2019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 중고 사치품 시장규모는 2018년 220억 유로로 지난 3년간 연평균 9% 성장했다. 2025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맥킨지는 전망했다. 장환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상 명품 구매가 늘면서 중고로 되파는 물건 수도 늘고 최신 유행 상품과 희귀 상품까지 판매된다”며 “MZ세대가 중고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사는 ‘보물찾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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