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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규제' 피한 꼼수 들통…계열사 감춘 KCC 정몽진 고발

중앙일보 2021.02.08 12:00
실바톤어쿠스틱스는 2007년 설립한 음향장비 제조업체다. 2018년 기준 매출이 4억6500만원인데 당기순이익만 1억1600만원이다. 정몽진 KCC 회장은 설립 때부터 차명 주주 명의로 이 회사 지분 100%를 가졌다. 2017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차명 보유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정부에 관련 자료를 냈다.
 
정몽진 KCC 회장(왼쪽)이 2019년 문막공장 글라스울 2호기 화입식에서 용해로에 불씨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진 KCC 회장(왼쪽)이 2019년 문막공장 글라스울 2호기 화입식에서 용해로에 불씨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KCC의 동일인(총수)인 정 회장이 2016~2017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며 관계사 10곳과 친족 23명을 고의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8일 밝혔다. 실바톤어쿠스틱스처럼 정 회장 본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 및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KCC 납품업체 등이 대상이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정 회장의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고 중대성도 크다.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 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회장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정 회장 가족이 납품업체로 추천하는 등 친족 소유 회사란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KCC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았다. 또 차명 주주를 활용해 친족이 소유한 회사란 점을 가려 정부나 시민단체가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 성경제 과장은 “계열사를 누락시켜 KCC를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 편취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런 수법으로 대기업 규제를 피해갔다. 공정위는 대기업 위장계열사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5월 중 위장 계열사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KCC는 1958년 ‘금강스레트공업’으로 창업한 건축자재 회사다. 이후 사명을 금강(1976년)→금강고려화학(2000년)→KCC(2005년)로 바꿔 현재까지 쓰고 있다. 유리ㆍPVC 등 건자재와 자동차ㆍ선박용 도료, 실리콘 등을 만든다. 도료 부문 국내 최대 생산업체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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