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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함께 놀고, 속마음 터놓고 우리가 인형을 사랑하는 이유 인형 수만큼 많답니다

중앙일보 2021.02.08 09:00
기억하고 있나요 소중한 내 친구, 인형과 함께한 시간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인형을 좋아하고, 그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왼쪽)‧김리나(서울 영훈초 6) 학생모델이 우리 곁을 항상 지켜준 인형을 되돌아보고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봤다.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인형을 좋아하고, 그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왼쪽)‧김리나(서울 영훈초 6) 학생모델이 우리 곁을 항상 지켜준 인형을 되돌아보고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봤다.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항상 우리 곁을 지켜준 존재, 인형.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쯤 인형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겁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보호자와 떨어지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늘 품고 다니는 애착인형이었고, 심심할 때 같이 놀던 친구였으며, 잠시 잊고 지낼 땐 집 한 켠을 장식하며 우리를 지켜봐줬죠. 이제는 추억 속의 존재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 사랑의 대상일 수도 있고요. 우리의 소중한 친구 인형을 되돌아보고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인형과 함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갔고, 인형을 만들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인형의 의미도 살펴봤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김향이 작가‧이스안 대표‧국립민속박물관, 동행취재=김리나(서울 영훈초 6)·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 학생모델, 자료=『삶의 또 다른 모습, 인형』(국립민속박물관)
 
인형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 모양으로 만든 물건이에요. 사람들은 옛날부터 나무‧돌‧종이‧천 같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재료를 이용해 자신을 닮은 형상들을 만들어왔죠. 처음에는 주술‧의례적인 의미로 신과 통하는 매개물이었으나 점차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어른들을 위한 장식품으로 범주가 확대됩니다. 인형은 사람의 형태를 닮았기 때문에 그것이 만들어질 당시 사람들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해요. 소중하게 간직한 전통, 자부심이 깃든 문화유산, 일상이 빚어내는 멋과 향기, 소박한 생활상 등이 인형을 통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형은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세대 간 교류의 역할도 하고 있죠.
이준율 학생모델은 아빠가 사준 강아지 인형, 김리나 학생모델은 엄마가 태교로 만들어 준 발도르프 인형을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인형으로 꼽았다.

이준율 학생모델은 아빠가 사준 강아지 인형, 김리나 학생모델은 엄마가 태교로 만들어 준 발도르프 인형을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인형으로 꼽았다.

아기 때부터 10대까지 인형은 놀이의 중심인데요. 인형의 집에서 요리하고 아기 인형을 돌보고 옷을 갈아입히며 인간의 삶을 체험하고 사회화와 배려, 감정의 해소를 익히게 되죠. 인형 놀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현실세계에 대처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겁니다. 대체로 장난감·장식품으로 소비되긴 하지만 인형 수집은 많은 사람의 취미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일반적인 장난감과는 다르게 단순히 가지고 노는 재미에만 머물지 않고, 다정함·포근함·따뜻함·무서움 등 기본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거든요. 더 나아가 놀이 친구이자 함께 꿈꿨던 또 다른 자아로 인식되죠. 인형에 인격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도 내가 좋아하는 인형이 인격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상상하고 말을 걸며 의지할 때가 있었을 겁니다. 세계 여러 나라 인형이 숨 쉬고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전시 소식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찾았어요. 전시장을 들어서자 피카츄·핑크팬더·텔레토비 등 추억의 인형들이 반갑게 맞아줬죠. 김미겸 학예연구사가 오늘의 주인공 골골이를 소개했습니다.  
이준율(왼쪽)‧김리나(오른쪽) 학생모델이 김미겸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학예연구사와 함께 다양한 모습의 인형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들으며 자신감과 씩씩한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체험했다.

이준율(왼쪽)‧김리나(오른쪽) 학생모델이 김미겸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학예연구사와 함께 다양한 모습의 인형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들으며 자신감과 씩씩한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체험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양배추 인형. 전시장을 들어서면 다양한 추억의 인형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켓몬스터’의 피카츄 인형.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양배추 인형. 전시장을 들어서면 다양한 추억의 인형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켓몬스터’의 피카츄 인형.

양배추 인형. 전시장을 들어서면 다양한 추억의 인형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양배추 인형. 전시장을 들어서면 다양한 추억의 인형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골골이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축제와 관련된 상징물 해골인형이에요. 왜소하고 미완성인 모습 때문에 친구도 없이 늘 다락방 구석에서 외롭게 지내죠.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친구들이 못생겼다고 놀리면 어떡하지?’ 등 고민이 많아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초등 1~4학년 약 100명에게 고민이 뭔지 설문조사를 했어요. 그 내용은 전시 기획 때 제일 중요한 요소였고, 주제별로 삽입되었죠. 골골이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전시의 주인공이기도 한 골골이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축제와 관련된 상징물 해골인형이다.

전시의 주인공이기도 한 골골이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축제와 관련된 상징물 해골인형이다.

늘 다락방에 숨어 지내던 골골이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인형마을로 길을 떠납니다. “인형가게와 극장, 숲에도 가보고 결국엔 친구들과 다 같이 놀이공원에 가죠.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고 용기를 가지게 된다는 얘기를 전해요.” 자기의 고민과 같은 고민을 가진 다양한 모습의 인형을 만나고 체험활동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과 씩씩한 마음을 찾아가죠. 소중 학생기자단도 골골이의 여정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문밖으로 나와 처음 간 인형가게에서는 골골이가 만나는 친구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민속박물관에서 수집한 여러 나라의 민속 인형과 우리나라 인형 등이 다양했습니다.
인형가게에서는 골골이가 만나는 인형 친구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인형가게에서는 골골이가 만나는 인형 친구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일의 호두까기 인형. 전시에서는 턱을 벌리고 호두를 넣어 껍데기를 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호두를 깔 줄 몰라 고민하는 친구로 나온다.

독일의 호두까기 인형. 전시에서는 턱을 벌리고 호두를 넣어 껍데기를 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호두를 깔 줄 몰라 고민하는 친구로 나온다.

그중 가게 안에 있는 호두까기 인형은 슬퍼 보였죠. 독일의 호두까기 인형은 턱을 벌리고 호두를 넣어 껍데기를 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호두를 깔 줄 몰라 고민하고 있었던 거예요. 골골이와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이준율 학생모델이 지레를 올렸다가 내려 호두를 깨뜨렸는데, 처음엔 힘이 부족했는지 덜 깨져서 다시 도전한 끝에 성공했어요. 스무고개 인형 맞추기 퀴즈도 하며 다양한 인형을 탐험했죠. 골골이는 인형가게 안에서 다양한 모습과 재료로 만들어진 인형들을 만나며 자기만큼 다양한 생김새를 가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영화 ‘토이스토리’의 포키 캐릭터 인형. 포크‧철사줄‧아이스바 등 버리는 물건이 소중한 존재로 탄생한다.

영화 ‘토이스토리’의 포키 캐릭터 인형. 포크‧철사줄‧아이스바 등 버리는 물건이 소중한 존재로 탄생한다.

기뇰은 프랑스의 로랑 무르게가 창안한 인형극 주인공 이름이었지만, 나중에는 같은 형태의 손가락 인형극 장르를 뜻하게 됐다.

기뇰은 프랑스의 로랑 무르게가 창안한 인형극 주인공 이름이었지만, 나중에는 같은 형태의 손가락 인형극 장르를 뜻하게 됐다.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전시에서 체코의 줄인형 마리오네트를 직접 움직여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전시에서 체코의 줄인형 마리오네트를 직접 움직여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뚝딱뚝딱 인형공작소에서는 영화 ‘토이스토리’의 포키를 만납니다. “영화에서 포크·철사줄·아이스바로 포키를 만들었잖아요. 여기에서는 집에 있는 휴지심·색종이 등으로 나만의 인형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다음으로 만난 인형 친구는 기뇰입니다. 기뇰은 프랑스의 로랑 무르게가 창안한 인형극 주인공 이름인데, 나중에는 같은 형태의 손가락 인형극 장르를 표현하는 말이 되었죠.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 친구로 골골이에게 ‘너의 말을 해보라’고 용기를 줍니다. 인형극장 내 분장실에서는 모자도 써보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점검할 수 있어요. 김리나 학생모델이 무대에 올라 화면에 나오는 동작을 따라 춤도 추며 기뇰이 된 기분을 만끽했죠. 베트남 수상인형극, 인도네시아 외양인형극, 한국 서산박첨지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들도 만났어요. 또 체코의 줄인형 마리오네트를 움직여 보고, 인형극 작가가 되어 4컷 만화를 그린 후 영사기에 올려보는 체험도 했죠.  
걱정을 말하고 머리맡에 놓고 자면 내 걱정을 다 들어준다는 걱정인형.

걱정을 말하고 머리맡에 놓고 자면 내 걱정을 다 들어준다는 걱정인형.

루피타는 유럽에서 넘어온 비싼 인형을 대체하고자 멕시코 현지에서 저렴한 종이를 활용하여 제작된 인형이다.

루피타는 유럽에서 넘어온 비싼 인형을 대체하고자 멕시코 현지에서 저렴한 종이를 활용하여 제작된 인형이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고민을 가진 인형들을 만날 수 있다. 루마니아 벼룩시장에서 온 루시. 발을 다친 모습이 고민이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고민을 가진 인형들을 만날 수 있다. 루마니아 벼룩시장에서 온 루시. 발을 다친 모습이 고민이다.

걱정인형이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고민자판기도 있습니다. ‘똑똑해지고 싶어’ ‘자유가 필요해’ ‘키 커졌으면 좋겠어’ ‘예뻐지고 싶어’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싶어’ 중 고민을 선택하면 해결법이 종이로 나오죠.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종이로 만들어진 몸이 땀이나 물에 닿으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는 인형 루피타도 만났습니다. 루피타는 유럽에서 넘어온 비싼 인형을 대체하고자 멕시코 현지에서 저렴한 종이를 활용해 제작됐거든요. 학생기자단은 루피타가 강 건너 놀이공원에 갈 수 있게 통나무를 이리저리 놓으며 도와줬죠. 숲 덩굴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놀이공원에서는 골골이 찾기 등 다섯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죠. 골골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친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여러분도 누구랑 비교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작은 일부터 실천해 보세요. 고민이 사라질 겁니다.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큰 인형 안에서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게 인상적이다.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큰 인형 안에서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게 인상적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전시를 통해 인형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들의 고민도 언젠가는 해결하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됐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전시를 통해 인형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자신들의 고민도 언젠가는 해결하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됐다.

전시를 관람한 이준율 학생모델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의도를 질문했죠.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연구·조사하는 파트가 있어요. 거기서 세계 인형들을 조사하고 수집한 걸 가지고 전시를 하게 된 거죠. 인형들이 담고 있는 의미, 요즘 친구들은 인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연구하며 기획했습니다.” 김리나 학생모델은 우리나라 인형 역사가 궁금하다고 말했죠. 김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 인형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얘기했습니다. “옛날에는 흙으로 만들어 놀다가 버리는 식이었고, 풀 같은 걸 엮어서 옷을 입힌 풀각시 역시 보존하는 게 쉽지 않죠. 신앙이나 주술적인 의미의 인형을 제외했더니 더 없었어요. 그나마 1910~20년대에 천으로 만든 인형을 찾을 수 있었죠.” 그는 전시를 준비하며 인형이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인형은 내 옆에 있으면서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말할 수 있고, 우울할 때 껴안고 있으면 포근하고 안심이 되는 존재. 나를 위로해주고 항상 나와 함께하는 친구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토이스토리’ 포키 생각이 많이 났어요. 쓰레기통에 들어있는 걸 가지고 만들었는데 그게 소중한 존재가 되잖아요. 인형은 저희에게 그런 존재 아닐까요. 어떤 분이 여기는 포키를 위한 헌정 공간 같다고 하셨는데 제 마음을 읽은 것 같았죠.”
 
나의 인형 이야기
인형은 언제나 저와 함께하는 좋은 친구예요. 인형이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기 때문이죠. 친구나 부모님에게도 말 못한 비밀이 있을 때 비록 혼잣말이지만 인형에게 풀어내면 속이 후련해요. 또, 친구는 서로 만나지 못하면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인형은 늘 내 옆에서 함께해주죠. 형제자매가 없어서 가끔 외로울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인형과 함께하며 하루 있었던 일을 마치 친구처럼 얘기 나눠요.
 
엄마가 저를 임신했을 때 태교로 만드신 발도르프 인형이 있어요. 열 달 동안 저와 함께 하나하나 디자인하고 재단해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이죠. 엄마가 독일에서 발도르프 교육을 배우고, 딸인 제게 꼭 만들어 주고 싶어서 만드셨다고 해요. 그중 빨간 모자를 쓴 인형은 신생아 때 저랑 크기가 똑같죠. 태어날 때부터 열네 살이 된 지금까지도 제 침대에서 늘 저와 함께 한답니다. 외동인 저에게는 이 인형이 제 동생 같아요. 나중에 커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제 아이에게도 꼭 보여줄 거예요.    김리나  
 
저에게 인형은 엄마처럼 편안한 안식처 같은 존재예요. 엄마랑 같이 자고 싶을 때 안고 자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서 잠도 빨리 와요. 만약 인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 잠이 안 와 뜬눈으로 밤을 보낼 것 같고, 내 침대는 너무 추운 얼음침대가 될 것 같아 생각하기도 싫어요.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었는데요.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아 속상해하던 어느 날 아빠가 대안으로 진짜 강아지보다 더 진짜 같은 강아지 인형을 선물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쉘리(강아지 인형 이름)는 우리 집 현관 앞을 지키는 나의 강아지 친구가 되었어요. 너무 행복했죠. 쉘리는 밥을 먹을 수 없는, 잠만 자는 강아지이지만 우리 집을 잘 지키는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입니다. 그리고 몬스터 마이크가 있어요. 최근에 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인형입니다. 눈이 하나밖에 없어 무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얼굴이 독특해 보여 맞이한 새 인형 가족입니다.    이준율
 

우리 모습을 닮은 닥종이 인형과 만나다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들고 있는 이준율(왼쪽)‧김리나 학생모델.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들고 있는 이준율(왼쪽)‧김리나 학생모델.

전통 종이 ‘닥종이’로 동글동글하고 친근한 얼굴을 빚어낸 닥종이 인형을 본 적 있나요.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종로구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습니다. 전통 한지로 공예 작업을 하는 변도연 작가가 반갑게 맞아줬죠. “닥나무로 만든 종이를 한지라고 합니다. 한지라는 이름은 근대에 들어와서 국가가 지정한 고유명사고, 이전에는 닥종이라고 불렀죠. 한지로 물건을 만드는 모든 분야가 한지공예에 속하고, 그중 하나가 닥종이 인형이에요. 한지는 만든 지역이나 용도에 따라 약 300여 가지의 다른 이름이 있고, 목적에 따라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면 창호문에 발랐다고 해서 창호지, 붓글씨 쓰는 종이를 화선지라고 하는 식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의 닥종이 인형 만들기 체험을 도와준 변도연 한지 공예 작가.

소중 학생기자단의 닥종이 인형 만들기 체험을 도와준 변도연 한지 공예 작가.

변 작가는 전통 종이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합니다. 닥나무는 주로 아시아에 있는데 우리나라 토종 닥나무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냄새를 없애는 소취 효과, 향균 효과 성분이 제일 높게 나왔다고 해요. 아쉬운 것은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점.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토종 닥나무가 많이 부족해 닥나무를 수입해 만들고 있다고 해요. 한지는 옷을 비롯해 환풍기 필터, 종이 행주,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됩니다.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학생기자단은 본격적으로 닥종이 인형 만들기 체험에 나섰죠.  
 
“한지와 펄프로 만든 기본 몸통을 가지고 옷을 입히는 과정을 한 다음에 꾸미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옷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확 달라지거든요.” 김리나 학생모델은 여자 인형을 두고 치마와 허릿단을 어떤 색깔로 할지 고민했죠. 남자 인형의 바지 색깔을 고심한 이준율 학생모델은 분홍색 한지를 골랐어요. 필요한 종이를 선택했다면 먼저 신발을 신깁니다. 긴 종이를 가로로 놓고 윗부분 5mm 접고, 세로로 반 접어 가운데를 표시합니다. 5mm 접은 곳에 헤라를 이용해 목공풀‧본드를 바르죠. “골고루 빠짐없이 바르되 너무 많이 바르지 마세요. 생크림 빵에 크림이 삐져나오듯이 본드도 삐져나오거든요.” 종이 가운데와 인형 발뒤꿈치 가운데를 맞춰 붙인 후 남은 부분에도 본드를 발라 붙여주세요. 발등을 덮을 종이에 본드를 발라 붙인 다음 남는 부분은 바닥으로 넘겨줍니다. 마지막으로 신발 바닥이 되는 종이를 발바닥에 붙여주면 신발 완성.
 
옷의 경우 먼저 손으로 종이에 구김을 줘야 옷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안 구기고 옷을 입히면 진짜 종이를 입혀 놓은 거 같거든요. 준율 학생모델이 남자 인형의 바지를 과감하게 구겼죠. 구긴 종이는 다시 잘 펴줘야 옷이 예쁘게 표현됩니다. “종이를 덜 펴주면 진짜 구겨진 옷을 입은 거 같아요.” 바지 길이를 맞춘 다음 가장자리에 본드를 바르고 접어 붙여 바짓단을 표현하고, 종아리 부분에 붙여줍니다. 허리와 엉덩이 부분을 감쌀 종이를 붙여주고 가랑이 사이로 종이를 넣어줍니다.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들고 있는 이준율(왼쪽)‧김리나 학생모델.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들고 있는 이준율(왼쪽)‧김리나 학생모델.

김리나 학생모델이 만든 여자아이 인형(왼쪽)과 이준율 학생모델이 만든 남자아이 인형. 자신이 원하는 색상의 옷을 입히고, 소품을 꾸며주면 개성 넘치는 닥종이 인형이 탄생한다.

김리나 학생모델이 만든 여자아이 인형(왼쪽)과 이준율 학생모델이 만든 남자아이 인형. 자신이 원하는 색상의 옷을 입히고, 소품을 꾸며주면 개성 넘치는 닥종이 인형이 탄생한다.

상의는 뒷부분부터 입히는데 여자 인형은 치마 속으로 옷이 다 들어갈 거라 길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됐죠. 목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올리고 내릴 건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김리나 학생모델이 선택한 튤립무늬지로 치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주름을 잡아야 했어요. 이 작업은 처음 하는 사람은 힘들 수도 있어 변 작가가 도와줬죠. 치마를 가운데 놓고 하이 웨이스트를 할지 허리선에 맞출지 치마의 길이와 위치를 정한 다음 중심을 잡아 붙이는 게 중요했죠. 허리 위쪽으로 올라오는 하이 웨이스트 치마까지 옷 입히기는 완성. 이제 꾸미기에 돌입합니다. 김리나 학생모델은 목 부분에 프릴 장식, 신발의 도트 무늬, 헤어밴드로 포인트를 줬고, 이준율 학생모델은 평범함을 거부하며 흡사 붕대를 연상시키는 장식과 어깨끈·목걸이·안대까지 걸친 개성 강한 닥종이 인형을 내놨죠.  
 
닥종이 인형 만들기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닥종이 인형 만들기. 한지와 펄프로 기본 몸통이 만들어진 인형에 색한지와 목공풀로 옷을 입혀주면 나만의 인형을 꾸밀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변도연 작가에게 닥종이 인형과 한지공예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변도연 작가에게 닥종이 인형과 한지공예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있다.

리나 한지 공예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만드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취미로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 웬만한 건 다 섭렵했죠. 20대 때 옆집 할머니가 한지공예를 하시는 걸 우연히 봤는데 한지의 다양한 색상과 그걸 문양으로 오려서 작업하는 과정, 완성된 걸 보고 매료됐죠. 처음엔 취미처럼 시작해서 중간에 잠깐 손을 뗀 적도 있지만 어느새 꾸준하게 하다 보니 50대 후반이 됐네요.
 
준율 한지공예의 종류가 궁금해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전지공예‧지호공예‧지승공예‧지화공예‧지장공예‧줌치공예 등이 있어요. 그중 우리 선조들이 가장 많이 활용한 전지공예는 한지를 염색해 문양을 오려서 함에 붙이는 거예요. 종이는 굉장히 귀한 재료였는데 창호문을 1년 정도 쓰면 구멍이 나거든요. 종이를 버리기가 너무 아까우니까 그걸 물에 담가 떨어져 나오면 물을 꼭 짜서 풀이랑 범벅해서 그릇 같은 걸 만들었어요. 그게 지호공예죠. 지승공예는 종이를 엮는다는 뜻인데요. 서당에서 책을 대대로 물려주다 더 이상 물려줄 수 없을 때 책을 가늘게 썰고 꼬아 바구니 엮듯 엮는 거예요. 한지는 섬유질이 많아서 풀을 바르지 않고도 한지 한 장에 물을 발라 그 위에다가 또 다른 종이를 올려 막 주무르고 두드리면 섬유질끼리 결속이 되거든요. 그런 과정 중에 잔잔한 주름이 생겨서 가죽 같은 느낌도 나요. 이걸로 파우치‧핸드백 등도 만들 수 있어요. 줌치기법이라고 하죠.
닥종이 인형을 만들 때 인상이 강해지는 걸 막기 위해 눈동자를 안 넣는 편인데 이 작품은 작가의 엄마를 표현한 작품이라 특별히 눈동자를 나타냈다.

닥종이 인형을 만들 때 인상이 강해지는 걸 막기 위해 눈동자를 안 넣는 편인데 이 작품은 작가의 엄마를 표현한 작품이라 특별히 눈동자를 나타냈다.

과일 담은 그릇을 이고 가는 모습처럼 일상생활을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과일 담은 그릇을 이고 가는 모습처럼 일상생활을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리나 닥종이 인형의 매력은 워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 시작한 분들이 인형을 만들 때 리얼한 표현보다는 동글동글하고 조금 소박하며 유머 있고 개구쟁이 같은 면을 표현했어서 닥종이 하면 귀엽고 동글동글한 매력이 있죠. 저희 엄마를 표현한 작품엔 눈동자가 있는데요. 일반적인 인형을 만들 때는 눈동자를 잘 안 만들어요. 눈동자를 넣으면 인상이 강해지거든요. 종이 한 장 더 붙이는 거에 따라 표정도 확 달라져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수가 있죠. 만드는 작가 입장에서는 그런 오묘한 차이에서 굉장한 매력이 있어요. 사람이 가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조형물이라는 게 매력적이죠. 다양한 용도로 쓸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전에 제가 동시를 인형으로 표현해 시와 함께 전시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문학을 표현할 수도 있고, 디오라마 형태로 만들 수도 있고요. 요즘 외국인에게 설명할 때는 페이퍼 피규어라고도 하죠.
 
준율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여러분은 아까 완성된 틀에 옷을 입히고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한지를 꼬아서 와이어로 씁니다. 동그랗게 만들어 한지 채우고, 풀 바른 한지를 조금씩 뜯어 붙여 모양을 만들어 가니까 붙이고 건조하고 붙이고 건조하는 작업이 오래 걸려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보통 3개월 정도죠.
변도연 작가의 ‘행복한 마중’. 할아버지가 서울에서 내려오는 손자를 기다리다가 뛰어오는 걸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을 생각하고 만들었다.

변도연 작가의 ‘행복한 마중’. 할아버지가 서울에서 내려오는 손자를 기다리다가 뛰어오는 걸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을 생각하고 만들었다.

닥종이 인형은 60년대 아이들을 표현한 경우가 많아 친근하고 소박하게 빚어낸 작품이 많지만, 작가가 의도한 대로 동물부터 서양인까지 다 재현할 수 있다.

닥종이 인형은 60년대 아이들을 표현한 경우가 많아 친근하고 소박하게 빚어낸 작품이 많지만, 작가가 의도한 대로 동물부터 서양인까지 다 재현할 수 있다.

리나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행복한 마중’이란 작품인데 6개월 걸려 만들었어요. 정성을 들이기도 했지만 너무 맘에 드는 표정이 나왔죠. 보통 양각 형태 위에 덧붙여서 주름 느낌을 내는데, 그 작품의 할아버지는 얼굴을 쌓아가면서 음각으로 주름을 표현했거든요. 독일의 인형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죠. 그때 어느 할머니가 작품 앞에서 한 시간을 앉아 있다가 가셨는데 표정이 너무 해맑고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구입하고 싶다고도 했는데 제가 소장하고 싶어 팔지 않았죠. 내 작품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대단히 감사함을 느꼈어요.
 
준율 교육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시는데 어떤 것을 할 때 더 행복한가요.
작품 활동이 첫째지만,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교육도 필요해요. 수입의 한 부분이니까요. 사실은 모든 작가가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기를 원해요. 그렇지만 작품을 하려면 재료도 구입해야 되고 생활도 해야 하잖아요. 교육을 하는 건 수입과 관련된 것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죠. 외국인이나 젊은 세대에게 많이 알리고 싶어요.
 
준율 주로 한국적인 인형만 본 것 같은데 유럽 친구들을 닥종이 인형으로 표현하기는 힘든가요.
가능해요. 아무래도 북촌 와서 촬영하면 전통적인 걸 원하고, 해외에서도 한국적인 걸 찾잖아요. 그래서 보여진 것들이 그런 거고,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다 만들 수 있어요. 지난해 일본군‘위안부’를 주제로 인형을 디오라마처럼 표현해서 사진 문서와 같이 전시했어요.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앞으로 지속해서 하고 싶어요. 이렇게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어요.  
 
리나 오토마타 닥종이 인형도 선보이셨죠.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를 오토마타로 표현했어요. 여러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말하는데, 나무와 한지를 접목해 속은 나무로 만들고 겉은 다 한지로 씌워 닥종이 인형처럼 느껴지게 한 거예요. 연오랑과 세오녀 스토리를 8막으로 구성하며 인형만 거의 100개 들어갔죠. 앞으로 오토마타 인형극도 하고 싶어요. 전통과 과학의 융복합을 실현해가고 싶죠.  
 
리나 어렸을 때 인형을 좋아하셨나요.
10대 때 제 방 사진을 보면 세계 각 나라 인형들이 다 있었어요. 작은 아버지가 세계민속인형을 만들어 수출하신 덕분에 인형을 접할 기회가 많았죠. 인형을 싫어한 적이 없고, 지금도 좋아해요. 많은 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언니가 다 버렸어요. 그 인형들이 지금은 앤티크라고 비싼 가격으로 팔리더라고요. 끝까지 간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준율 사람들에게 인형은 어떤 존재인 것 같나요.  
친구 같아요. 인형하고 대화도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지금도 공방에 들어갈 때 애들하고 인사해요. 하루 잘 지냈니, 어땠니 그냥 독백하는 거죠. 인형으로 사람의 마음과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리나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몰두하는 작업은 사라져가는 유물 중 하나인 지불(紙佛) 재현입니다. 한지를 사용해 건칠 기법으로 만든 불상으로, 그걸 복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닥종이 인형과 과학이 융합된 오토마타 작업에도 계속 도전하고, 사회적인 이슈도 인형을 통해 사람들한테 알리고 교육적 차원으로 제공하고 싶어요.
 

인형으로 어린이와 소통하는 김향이 동화작가

1991년 데뷔 이래 『달님은 알지요』로 삼성문학상, 『쌀뱅이를 아시나요』로 세종아동문학상,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으로 한국 아동문학상을 받은 동화작가 김향이. 79권의 어린이 책을 쓰며 대표적인 동화작가로 꼽히는 그에겐 인형 할머니, 인형 컬렉터 등의 호칭도 따라다닙니다. 세계 각국의 인형과 작품 속 등장인물, 초판본을 세트로 수집하는데, 1300개까지 정리하다 포기했다고 해요. 인형과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 어린 시절 병치레를 많이 했어요. 일곱 살쯤 고향마을로 구호물품을 싣고 온 미군에게 아기천사 모양인 큐피 인형을 선물 받았죠. 태어나서 처음 갖게 된 인형은 장난감 그 이상이었고, 친구 삼아 데리고 놀았죠.” 병약해서 나가 놀지 못하니까 방 안에서 엄마 어깨너머로 배운 바느질로 헝겊 인형을 만들고 이야기를 지으며 놀았습니다. 그 덕분에 상상력이 풍부해진 것 같다고 했죠.  
인형 컬렉터로도 유명한 동화작가 김향이가『꿈꾸는 인형의 집』에서 꼬마 존으로 등장한 인형을 들고 있다.

인형 컬렉터로도 유명한 동화작가 김향이가『꿈꾸는 인형의 집』에서 꼬마 존으로 등장한 인형을 들고 있다.

김 작가는『달님은 알지요』가 여러 매체에 추천 도서로 선정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전국으로 초청 강연을 다니게 되었는데요. 해가 갈수록 만나는 아이들의 독서 능력에 의문을 느꼈죠. “책과 담을 쌓은 아이들은 산만한 데다 이해력이 떨어지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없어요. 독서력이 없는 아이에게 쉬운 질문을 하고 사인한 책을 선물해 동기부여를 하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강연 내내 눈을 맞추며 경청합니다. 질문과 발표를 하고 싶어 하고 적극적이에요.” 독서 능력이 저하된 많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려줄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김 작가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고 책장을 덮을 때면 아쉬워해서, 주인공 인형을 만들어 주고 다음 이야기를 지어 보라 했던 생각이 났죠. 세계명작 동화의 감동적인 장면을 인형으로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명작 동화의 감동적인 장면을 인형으로 연출하는 김향이 작가의 첫 번째 작품『소공녀』.

세계명작 동화의 감동적인 장면을 인형으로 연출하는 김향이 작가의 첫 번째 작품『소공녀』.

처음 만든 작품은 열 살 때 읽은 『소공녀』. 주인공 세라에게 ‘있는 셈 치고’ 놀이를 배워 그대로 따라 했었죠. ‘아빠가 있는 셈 치고’ ‘내 방이 있는 셈 치고’ ‘배가 부른 셈 치고’ 세라의 낙관적인 성격과 상상력이 어려운 시절을 견뎌낼 수 있게 해줬습니다. 김 작가에게 특별한『소공녀』에서 가장 감동적인 건 이웃집 인도 아저씨가 세라가 잠든 사이에 방을 꾸며 놓는 장면. 길에 버려진 사과 궤짝을 주어 허름한 다락방을 만들고, 세라와 베키 인형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해 등장인물에 맞게 리폼했죠. 가구와 소품도 다 만들었어요. 이후 인형을 수집하고 만드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인형으로 읽는 동화’ 전시회를 11번 했어요. 전시장에서 인형을 본 아이들은 책 내용이 궁금해서 읽겠죠.” 전시회 때마다 동화를 읽어주고, 인형 만들기 체험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그림자극으로 동화를 보여주고, 해외 봉사활동 때도 인형을 들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린이들과 소통을 시도했죠.
『피터 레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인형. 김향이 작가는 작품 속 소품과 초판본 등을 세트로 수집하고 있다.

『피터 레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인형. 김향이 작가는 작품 속 소품과 초판본 등을 세트로 수집하고 있다.

인형 수집을 위해 작가들의 집을 찾아가는 여행을 할 때는 벼룩시장 가는 일정을 꼭 넣고,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기도 합니다. “이베이 옥션에 ‘안아 주고 싶은 한국 인형 작자미상’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내아이 인형이 있었어요. 그 인형의 토종 얼굴을 보자 품에 안아주고 싶었죠. 미국 경매 마감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3~4시일 때가 많아요. 지방 강연이 있는 날이라 잠을 자야 하는데 낙찰을 받고 싶은 간절함에 밤을 새웠고 하늘의 도움으로 성공했죠.” 이 인형은 『꿈꾸는 인형의 집』에 ‘꼬마 존’으로 등장했어요. 소장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분홍색 인형의 집’이라고. “남편이 저를 위해 분홍빛으로 3층 인형의 집을 만들었는데 미처 완성을 못 하고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죠. 남편이 제게 준 마지막 선물입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 인형. 작품뿐 아니라 유명인사들을 인형으로 만든 것도 수집하고 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 인형. 작품뿐 아니라 유명인사들을 인형으로 만든 것도 수집하고 있다.

김 작가에게 인형이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습니다. “『꿈꾸는 인형의 집』 독자 리뷰에 ‘김향이에게 동화와 인형은 운명이다’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딱 맞는 말 같아요.” 인형 만들기 체험 때 바느질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고 하는데요. “자기가 만든 인형에 이름 지어주고 속마음을 털어놓은 일은 힐링 그 자체죠. 사람들에게 인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스위스에 있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마을’에선 아이들이 하이디처럼 숲속을 거닐고 꿈을 키우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을 만드는 게 김 작가의 꿈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장난감을 만들며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인형의 집’을 강원도 원주에 지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작은 장난감 박물관 ‘토이필갤러리’

먼 외국이 아닌 서울에도 다양한 인형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문을 연 토이필갤러리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동화나 만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분홍‧노랑‧민트색 알록달록한 공간에는 세계 전통인형‧ 도자기 인형‧마론 인형‧돌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장난감, 피규어들이 가득했죠.  
작은 장난감 박물관 토이필갤러리 대표 이스안 작가.

작은 장난감 박물관 토이필갤러리 대표 이스안 작가.

전시품은 키덜트&취미 분야 전문 1인 출판사 토이필북스의 대표이자 작가인 이스안씨가 어릴 때부터 수집한 것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인형‧피규어를 비롯한 장난감을 꾸준히 수집했어요. 보통 초등 고학년이 되면 관심이 떨어지는데 전 더 심해지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부모님이 버리지 않고 지켜봐 주셨죠.” 수집품의 절반은 평창 '비엔나인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1년 동안 그곳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어릴 때부터의 꿈, 자신만의 박물관을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해요. 그렇게 토이필갤러리가 탄생했습니다. 이 대표는 원래부터 원하는 일에 관해서는 거침없었죠. “대학 졸업을 앞두고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일본 완구회사 취업을 준비했지만 다 떨어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인형과 똑같이 책을 좋아했어요. 키덜트를 위한 전문 출판사가 없는 걸 보고 직접 나서게 됐어요.” 스물여섯에 1인 출판사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발행합니다. 
분홍‧노랑‧민트색 알록달록한 공간에는 세계전통인형‧도자기인형‧마론인형‧피규어‧돌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장난감, 피규어들이 가득하다.

분홍‧노랑‧민트색 알록달록한 공간에는 세계전통인형‧도자기인형‧마론인형‧피규어‧돌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장난감, 피규어들이 가득하다.

 그의 열정이 깃든 토이필갤러리는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서 입이 벌어질 정도로 환상적인 공간이에요. 입장료 7000원에는 음료 1잔과 과자, 엽서 5장 세트 금액이 포함됐죠. 차를 마시면서 보고 싶은 인형을 가까이서 만져보고 편하게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판매하는 인형과 인형 소품, 토이필북스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요. 본격적인 전시 공간인 분홍방에 들어서면 세계 전통인형‧도자기 인형‧빈티지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죠. “메인공간으로 빈티지하고 앤티크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대한민국부터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전통인형을 보면 각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초롱초롱한 유리 눈망울을 지닌 도자기 인형은 유럽 귀족 가문의 소녀들을 형상화했죠. 특히 유리 진열장에 옹기종기 모인 일본인형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일본은 세계에서 전통인형의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이 대표는 일본 유학 경험이 있고, 자주 오가며 기모노를 입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이치마츠 인형’, 도기로 만들어진 ‘하카타 인형’ 등 다양한 종류를 수집했죠.  
분홍‧노랑‧민트색 알록달록한 공간에는 세계전통인형‧도자기인형‧마론인형‧피규어‧돌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장난감, 피규어들이 가득하다.

분홍‧노랑‧민트색 알록달록한 공간에는 세계전통인형‧도자기인형‧마론인형‧피규어‧돌하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장난감, 피규어들이 가득하다.

그다음 공간 민트방에는 장난감‧피규어가 가득했어요. '트롤',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등 애니메이션 피규어, 소니엔젤, 돌하우스, 구체관절인형, 리빙데드돌, 핫토이즈 피규어, 가챠, 독특한 모양의 지우개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수집품이 있었죠. 빽빽하게 모인 피규어들 중 내가 아는 캐릭터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죠. 정교하게 만들어진 구체관절인형은 푹 빠질 것만 같은 눈망울을 지니고 있어요. 안구‧가발은 탈부착이 가능하답니다. 처키‧애나벨 등 무시무시한 외모의 인형들도 시선을 사로잡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예술중학교에 합격해 부모님께 받은 첫 구체관절인형과 초2 때 아빠가 사온 ‘잘 자, 내 꿈 꿔’ 광고에 나왔던 인형은 잊을 수 없어요.”  
마지막 노란방은 마론 인형, 인형의 집이 가득한 공간인데요. 바비뿐 아니라 ‘세일러문’ ‘웨딩피치’ ‘마법기사 레이어스’ 등 고전 만화영화 주인공 마론 인형들이 모여 있어요. 카라‧방탄소년단 등 K팝 스타의 피규어도 눈에 띄었죠. “세일러문‧웨딩피치 등 고전 애니메이션 마론 인형은 지금은 구하기 힘든 희귀품이라 가장 아끼고 있어요.” 작은 연두색 진열장에는 인형들이 먹는 음식 피규어 ‘식완’도 가득 전시됐죠. 알록달록 인형마을을 산책하듯 여유롭게 둘러보세요.  
일본의 ‘컵 위의 후치코’라는 피규어. 이름대로 컵 위에 올려두고 사진 찍고 노는 용도의 인형이다.

일본의 ‘컵 위의 후치코’라는 피규어. 이름대로 컵 위에 올려두고 사진 찍고 노는 용도의 인형이다.

이스안 작가가 마론 인형들을 욕조에서 가지고 놀면서 찍은 사진.

이스안 작가가 마론 인형들을 욕조에서 가지고 놀면서 찍은 사진.

똘똘이 같은 아기 인형은 영유아가 가지고 놀기에 좋다. 비엔나인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똘똘이 같은 아기 인형은 영유아가 가지고 놀기에 좋다. 비엔나인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돌모아의 구체관절인형 릴리스. 비엔나인형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돌모아의 구체관절인형 릴리스. 비엔나인형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이스안 작가는 인형과 장난감은 자신에게 인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인형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인간의 모습과 삶을 축소해서 보여주고, 문화와 이야기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전통인형의 경우 각 나라의 전통 복장을 보여주는 문화의 매개체기도 한 것 같아요”라고 답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다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미래에는 좀 더 규모를 키워 박물관 이름을 제대로 붙인 공간을 만들고. 책도 꾸준히 내며, 장난감 제조 사업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죠.  
 
이스안 작가 추천 인형 박물관
세계인형박물관

인형박물관의 정석. 크진 않지만 세계 전통인형 위주로 알차게 잘 구성돼 있어요. 각 나라의 전통 의상과 인형마다 다른 생김새와 크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죠. 
위치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6-100
비엔나인형박물관

비엔나인형박물관

 
비엔나인형박물관  
9인의 인형작가와 수집가가 모여 만든 곳. 마론 인형, 닥종이 인형, 구체관절 인형, 도자기 인형, 피규어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 테마파크 느낌이 납니다. 분기마다 전시 작품이 바뀌는 아트갤러리 공간도 놓치지 마세요.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296  
 
춘천 인형극박물관  
한국과 다른 나라의 인형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죠. 인형을 직접 조종하며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해요. 
위치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3017 
 
믿거나말거나 박물관
경악스럽고 충격적인 기네스 기록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는 것처럼 마네킹으로 잘 재현했어요. 깜짝 놀래키거나 공포 요소도 있어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죠.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10번길 32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들고 있는 이준율(왼쪽)‧김리나 학생모델.

닥종이 인형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찾았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들고 있는 이준율(왼쪽)‧김리나 학생모델.

'골골이와 인형친구들’전은 전체적으로 어린아이 대상인 줄 알고 유치할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우리에게 꿈과 희망, 자신감을 주는 전시였죠. 인형 친구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고민을 나누며, 마지막에는 모두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고민을 해결한답니다. 그 과정은 한 편의 성장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고 저도 인형 친구들에게 제 고민을 말하고 해결해나가고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은 건 고민 자판기였죠. 키가 크고 싶어서 그 고민 버튼을 눌렀는데 키가 크기 위한 스트레칭 방법이 적힌 종이가 나왔어요. 인형 친구들이 고민을 해결했듯 저도 앞으로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 제 고민이 해결될 거라고 믿어요. 저는 인형을 좋아해서 많은 종류의 인형을 가지고 있는데, 닥종이 인형은 이번 취재로 처음 알았어요. 닥종이 인형을 만들 때 과연 잘 만들 수 있을까, 한지로 하나하나 만드는 거라 찢어지거나 잘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죠. 하지만 작품이 완성될수록 제가 만든 인형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저도 변도연 작가님처럼 다양한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리나(서울 영훈초 6) 학생모델
 
전시회 '골골이와 인형친구들'에서는 정말 많은 나라의 인형을 보았어요. 옛날에 좋아했던 인형들인데 이제는 오래돼 보지 못했던 추억의 인형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날 닥종이 인형도 처음 봤는데 닥나무가 인형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고 체험 과정도 너무 어려워서 놀랐어요.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참고 이어가는 전통공예 작가들을 보고 우리 고유의 닥종이 인형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준율(경기도 호동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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