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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전에 대박주 챙기는 법…카뱅·크래프톤 1주도 사고 판다

중앙일보 2021.02.08 06:00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수준.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이어진 지난해 공모주 청약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이렇게 비견됐다. SK바이오팜을 필두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 1억원을 내고 달랑 1주를 손에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세영 ‘서울거래소 비상장’ 대표 인터뷰]

균등배정 방식 등이 도입됐지만, 올해도 공모주 청약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 등의 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장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서울거래소 비상장 홈페이지

서울거래소 비상장 홈페이지

 

원스톱 비상장주식 거래, 이렇게 한다 

비상장 주식 거래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나 ‘38커뮤니케이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졌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판매자가 보유 주식 정보와 연락처를 올리면 구매자가 접촉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져 허위 매물이나 사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위험을 줄이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연 곳 중의 하나가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소 비상장(이하 서울거래소)’이다.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동시에 판매자의 증권사 계좌에 있던 주식이 구매자의 증권사 계좌로 넘어간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연락처를 공유할 필요도 없다. 수수료는 ‘제로’다. 
 
지난해 4월 서울거래소를 창업한 김세영 대표를 만나 비상장 주식 거래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풀어봤다. 
비상장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 창업자 김세영 대표가 3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1.02.03

비상장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 창업자 김세영 대표가 3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1.02.03

서울거래소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
은행을 다니다 9년 차에 관두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제일 좋은 게 스톡옵션 (직원이 회사 주식을 싼값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아닌가. 그런데 막상 스톡옵션으로 주식을 받은 뒤엔 ‘이걸로 뭘 하지’라는 사람이 많다. 상장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팔 길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상장 주식은 생소하다.
상장 기업이 아닌데 어떻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상장과 비상장을 막론하고 주식회사라면 어느 곳에서든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자본금이 1000만원이 안 되는 1인 법인이라도 주식회사라면 주식을 발행한다. 다만 이런 주식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대표가 지분 대부분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상장 주식을 어떻게 거래하나.
판매자의 경우 일단 주식 소유주임을 입증해야 한다. 서울거래소는 신한금융투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에 판매자의 신한금투 주식 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 주식 소유를 확인하면 판매 허가를 내준다. 이후 판매자가 A주식 1주를 5만원에 판다고 글을 올리면 구매자가 매수 신청을 한다. 이 거래 정보가 바로 신한금투로 넘어간다. 신한금투 계좌에서 주식 이체와 대금 결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 계좌에 들어있던 주식 1주가 구매자 계좌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계좌 이체가 안 되는 주식도 있다.
맞다. 비통일주권(증권계좌 간 위탁 거래가 불가능한 주식)은 계좌로 주고받을 수 없다. 비통일주권을 거래하려면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명의를 변경하고 발행회사의 주주명부에 주주 이름과 주소를 적어야 한다. 대부분의 비상장 기업이 이런 방법으로 주주명부를 관리한다. 규모가 작거나, 아직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곳들이다. 하지만 그 중엔 성장성이 높고 대중에게 친숙한 회사들도 꽤 있다. 전자책 업체 ‘리디북스’를 만든 리디주식회사도 비통일주권발행사다. 
 
서울거래소에서 ‘리디’ 같은 비통일주권을 살 수 있나. 
그렇다. 비통일주권도 사고팔 수 있다는 게 서울거래소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K-OTC(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는 비통일주권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명의를 바꿔야 하는데. 
명의변경 대행 서비스를 쓰면 된다. 리디 주식을 거래한다고 치자. 구매자는 계약금을 준비하고 판매자는 비통일주권 소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 함께 리디주식회사에 방문한다. 그다음 명의 변경을 하고 잔금을 치르는 게 통상의 비통일주권 거래 방법이다. 서울거래소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총 취급 종목 수는.
100개 정도의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 중 주목도가 높고 거래가 자주 이뤄지는 건 20~30개 정도다. 서울거래소는 카카오뱅크와 비바리퍼블리카, 마켓컬리, 크래프톤 등 유망 종목을 취급한다. 1주 단위 거래가 가능한 종목도 많다. 
 
새롭게 도입할 서비스가 있다면.
곧 비통일주권도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판매자 구매자의 신원 확인과 명의 변경 전 과정을 전자화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주식 거래자들이 회사에 방문해 주식 소유를 입증하고 주주명부를 고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약 50만 곳으로 추정되는 비통일주권발행사들의 주식까지 클릭 몇 번이면 거래가 가능해진다. ‘비상장주식 백과사전’ 서비스도 출시 준비 중이다. 
 
수수료 제로 정책은 언제까지 유지하나.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할 계획이다. 수수료는 무료로 하되, 비상장주식 담보 대출 등 부가 서비스를 통한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이다. 일단은 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안전하게 사고 팔 수 있는 거래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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