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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기괴했고 女아바타 민망…엔씨 '유니버스'의 실책 [팩플]

중앙일보 2021.02.08 06:00 경제 5면 지면보기
엔씨소프트의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가 지난달 28일 글로벌 출시됐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가 지난달 28일 글로벌 출시됐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가 출시 초반 핵심 소비자인 K팝 팬으로부터 혹평을 듣고 있다. 게임사로서 엔씨의 강점은 보이지만,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는 반응. 국내외 팬덤 시장을 두고 경쟁하던 네이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연합이 플랫폼 통합까지 발표하면서, 엔씨로선 K팝 팬들의 반응이 뼈아픈 상황이다.
 

뭐가 문제야?

팬덤 플랫폼은 최근 IT·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협업이 가장 활발한 시장.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한 IT 기업이 전 세계 팬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스타와 팬 간 소통 플랫폼을 적극 공략하는 중이다. IT와 결합으로 팬덤 플랫폼은 콘텐트 제작·감상·결제가 한 번에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유니버스 월간 구독료. 프라이빗 1인권은 좋아하는 멤버 1명, 2인권은 2인 관련 혜택을 얻는 식. [사진 유니버스 캡처]

유니버스 월간 구독료. 프라이빗 1인권은 좋아하는 멤버 1명, 2인권은 2인 관련 혜택을 얻는 식. [사진 유니버스 캡처]

엔씨소프트는 강다니엘,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등 11팀을 유니버스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 앨범 발매 직후 7일간 10만장 이상을 팔아치울 수 있는 인기 아이돌. 팬들은 스타와 소통을 기대하며 유니버스를 찾고 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유니버스는 사전예약 400만명(21일 기준)을 기록할 만큼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시 직후 국내 팬덤 반응은 다소 싸늘하다. 엔씨소프트가 대형 온라인 게임을 오래 서비스한 만큼 '미션 보상', '결제' 등 운영 면에선 능숙하지만, 팬덤 문화는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① 어색한 인공지능(AI)
유니버스는 스타 목소리를 활용해 만든 'AI 보이스'로 가상통화 서비스 '프라이빗 콜'을 선보였다. 월 7900~2만5000원을 내면 원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아이돌의 AI 보이스와 통화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 사이에선 "기계음 티가 심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느껴진다", "기괴하고 소름 돋는다"는 반응이 많다. 불쾌한 골짜기란 어설프게 인간 흉내를 내는 로봇·기계에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뜻한다. AI 기술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엔씨엔 아픈 비판.
 
 
② 성 상품화
유니버스엔 스타를 게임 캐릭터처럼 만든 '아바타'가 있다. 실제 스타의 동작이나 안무를 스캔한 '모션 캡처' 기술이 활용됐다. 그러나 여성 아바타가 남성 아바타에 비해 더 심하게 성적 대상으로 표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 엔씨는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점에 공감한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팬들의 의견을 받아 수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스는 실존 인물에 기반한 여성 아바타를 과하게 성적 대상화했다며 비판받고 있다. 서버 연결이 자주 끊기는 '유리서버' 현상도 잦다. [사진 유니버스 캡처]

유니버스는 실존 인물에 기반한 여성 아바타를 과하게 성적 대상화했다며 비판받고 있다. 서버 연결이 자주 끊기는 '유리서버' 현상도 잦다. [사진 유니버스 캡처]

③ 취약한 서버, 무거운 앱
서버 오류로 버벅거리는 일이 잦고 앱을 조금만 써도 금세 기기가 뜨거워지는 점도 사용자 불만이다. 유니버스는 앱 자체만으로도 2기가(GB) 이상의 저장공간을 차지한다. 엔씨는 "134개국에 동시 출시하다 보니 서버가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오는 14일이 본격적인 '트래픽 체력' 시험장이 될 전망. K팝 아이돌 14개 팀이 참여하는 온라인 콘서트 생중계가 예정돼있다.
 
④ 중복 이름 논란
'유니버스'는 6년 차 아이돌 펜타곤의 팬 커뮤니티 이름이기도 하다. K팝 팬들은 이름이나 상징물 오·남용에 민감하다. 펜타곤 팬 연합은 이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출시일엔 '#엔씨_공식입장_발표해'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기도. 핵심 소비자 집단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엔씨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유니버스, 호평은?

물론 긍정적 평도 있다.
· 그룹별 화보와 자체 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트가 강력하다는 평가. '팬심'을 자극하는 컨셉과 구성으로 모객 효과가 상당하다.
· 스타가 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프라이빗 메시지'도 다른 플랫폼과 구별되는 킬러 서비스다.
유니버스의 자체(오리지널) 콘텐츠 '쌉댄스'에 출연한 '아이들' [사진 유니버스]

유니버스의 자체(오리지널) 콘텐츠 '쌉댄스'에 출연한 '아이들' [사진 유니버스]

엔씨 입장은?

"부족한 점, 어색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며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커뮤니티와 SNS 등 팬들의 반응을 꼼꼼히 살피고 1~2일에 한 번씩 개선사항을 반영 중이다. 꽤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유니버스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한 내역. 최적화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사진 엔씨소프트]

유니버스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한 내역. 최적화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터 시장은 지금

지난달 27일 네이버는 4119억원을 투자해 빅히트로부터 '위버스' 지분 49%를 사들였다. 향후 1년 안에 네이버가 운영하던 브이라이브와 빅히트의 위버스를 통합해 '위버스컴퍼니'를 만들기로 했다. 엔터 사업 경험이 풍부한 두 강자의 맞손으로, 시장은 네이버·빅히트 vs 엔씨소프트 구도로 확 바뀌었다. 더구나 네이버·빅히트 연합과 테일러 스위프트·마룬5 등 쟁쟁한 글로벌 스타들이 소속된 유니버설뮤직의 합작법인 추진 소식까지 알려진 상황. 후발주자 엔씨는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아야 한다.
 
· 코어 팬덤 확보: 팬덤 플랫폼의 수익성은 팬덤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 유니버스의 팬덤 플랫폼 시장 내 점유율은 SM·YG·JYP·빅히트를 모두 쥐고 있는 위버스컴퍼니에 밀리겠지만, 구매력이 탄탄한 팬덤이 많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엔씨가 열린 자세로 팬들 의견을 적극 수정에 반영 중인 이유기도 하다.
· 남은 승부수: 엔씨는 지난달 CJ ENM과 콘텐트 및 디지털 플랫폼 사업 협력(MOU)을 맺고 연내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CJ와 협력이 엔씨에 힘을 실어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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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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