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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국민 삶을 중심에 둔 거리두기로 개편해야

중앙일보 2021.02.08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 2달이 넘었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하고 자영업자의 영업시간도 비수도권에서만 1시간 연장했다. 지금 같은 엄격한 거리두기 방식은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집단감염 발생 식당·카페 0.003%
모든 자영업자 문 닫는 건 불공정

첫째, 현 거리두기는 정작 집단 감염이 많이 생기는 곳은 내버려 두고 엉뚱한 곳을 규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거리두기로 강력한 규제를 받는 다중이용시설(11%)이 아니라 종교시설(21%), 병원·요양병원·시설(19%), 회사(16%)에서 발생했다. 식당·카페·실내체육시설 등 전국 130만 다중이용시설에 발생한 확진자는 약 6만 개인 교회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절반에 불과했다.
 
둘째, 현 거리두기는 다중이용시설을 지나치게 규제한다. 다중이용시설 규제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다른 곳에 비해 확진자가 더 많이 늘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규제해야 한다. 올겨울 3차 대유행 시기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해 10월 1단계 거리두기 때보다 4.4배 증가했다. 하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확진자 증가는 평균 이하였다. 식당·카페의 확진자는 지난해 10월보다 20% 줄었고, 실내체육시설은 70% 줄었다. 평균 이상으로 확진자가 늘어난 곳은 구치소(13배)와 교회(10배)였다.
 
셋째, 단체 기합 방식의 거리두기는, 피해는 광범위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이제까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식당·카페는 10만 개당 3개에 불과하다. 방역 지침을 잘 지키지 않은 극소수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생겼는데도 단지 확진자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모든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거리두기는 공정하지 않다. 이는 미국·유럽에 비해 확진자가 수십 배 적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식도 아니다.
 
넷째, 우리나라의 거리두기는 확진자에 비해 지나치게 강력한 반면 정부 보상은 미미하다. 우리나라보다 매일 수십 배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유럽 국가들의 거리두기 수준이다. 강력한 거리두기로 확진자를 줄일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 피해는 그만큼 늘어난다.
 
유럽의 소상공인들과 실직자들은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돼도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을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영업자 매출 감소액의 75%, 영국은 직장을 잃은 근로자 임금의 80%까지 보전해준다. 일본도 긴급사태 선포 이후 단축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에게 월 1800만원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6~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외국보다 확진자가 적다는 이유로 K방역이 성공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K방역의 성공 여부는 확진자 수가 아니라 국민 삶이어야 한다. 국민의 삶을 필요 이상으로 희생시켜 확진자를 줄이려는 방역은 성공적이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해 확진자를 줄이는 방역은 정의롭지도 않다.
 
국민 삶을 중심에 두고 거리두기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먼저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기준을 하루 확진자 100명에서 300~400명으로 상향해야 한다. 둘째, 3단계를 제외하고는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이용자 수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방역 조치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셋째, 교회·요양병원·구치소같이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에 대한 방역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넷째,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현장에서 방역 지침이 지켜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발생한 자영업자의 매출 손실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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