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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헌의 미래를 묻다] 장애극복은 이미 현실…기술 완성 땐 상상초월 세상 될 것

중앙일보 2021.02.08 00:15 종합 26면 지면보기

뇌-기계 연결

이도헌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이도헌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이번 대입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해서 화제가 된 학생이 두뇌 전자칩으로 부정행위를 한 것이 밝혀져서 충격을 주고 있다. 요새 대부분 학생은 두뇌 전자칩을 꽂고 있기 때문에 입시 당국에서는 외부와 교신을 차단하기 위해 시험장에 전파 차단막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생은 간질을 앓고 있어서 병원 서버를 통해 상시 모니터링을 해야 하므로 부득이 전파 차단막 바깥에서 시험을 본 것이다. 그런데 시험 중 이 학생의 두뇌 전자칩이 입시학원의 인공지능 서버와 몰래 교신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두뇌신호 독해 연구 이미 200여년
초보 수준 텔레파시 교신도 성공
뇌 전자기자극으로 질병 치료도
기억 업·다운로드는 아직 걸음마

최근 화제가 된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 같은 뇌-기계 연결기술이 완성되었을 때 펼쳐질 미래사회의 가상적인 에피소드이다. 뉴럴링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느다란 수천 개의 전극을 두뇌 속에 심어서, 수많은 뇌세포의 전기신호를 동시에 읽거나 자극할 수 있는 기술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결국 뇌세포의 전기신호 집단으로 포착된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충분한 학습을 거치면 뇌세포의 전기신호가 어떤 두뇌 상태 혹은 구체적인 생각과 대응하는지 알 수 있다고 기대한다. 거꾸로 특정한 생각을 강제로 주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양방향 기술이 가능해지면 두뇌 전자칩들이 근거리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교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교신 상대가 꼭 사람에게 꽂은 두뇌 전자칩일 필요도 없다. 특히 갈수록 정교해지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두뇌 전자칩과 교신하기에 찰떡궁합이다.
  
공상과학 속 기술 현실화 가능할까
 
‘공각기동대’와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이런 기술이 과연 가능한가. 그렇다면, 언제쯤 실용화될 것인가. 18세기 말 이탈리아 과학자 갈바니가 근육이나 신경을 전기로 흥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뒤부터, 두뇌 신호를 읽고 조작하려는 노력은 200여년간 계속되고 있다. 초기에는 정신질환 환자를 치료할 목적이 대세였다. 1997년 미국 FDA에서 승인받고 현재 임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심부두뇌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년 전 이미 원숭이 뇌에 전극 심어  
 
미래를 묻다 2/8

미래를 묻다 2/8

2004년에는 색다른 시도가 등장했다. 영국 과학자 케빈 워릭은 자신과 부인의 팔 근육신경에 각각 전자칩을 심었다. 두 전자칩은 인터넷을 통해 교신했다. 자신의 팔에 느끼는 감촉을 부인이 동시에 느낄 수 있었고 자기들이 인류 최초의 사이보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스페인·영국·미국 공동연구팀이 뇌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송신자에게는 뇌파측정기(EEG)를 붙이고, 수신자에게는 경두개 자기 자극기(TMS)를 붙여서 두 장치를 인터넷으로 연결했다. 둘 다 비침습적 장치 즉, 두뇌 속에 심는 것이 아니고 머리 바깥에서 작동하는 장치이다. 송신자가 마음속으로 특정한 신호, 예를 들어 10110을 떠올리면 뇌파측정기로 포착된다. 포착된 신호는 통신망을 통해 상대방 경두개 자기 자극기로 전달된다. 경두개 자기 자극기는 그 신호에 맞춰 자기장을 생성하고 상대방은 10110이라는 신호를 느끼게 된다. 비록 단순한 수준이지만 소위 텔레파시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최근 뉴럴링크가 원숭이 뇌에 칩을 심은 실험은 뇌-기계 연결의 기술진보 역사에는 그다지 기여한 바가 없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이미 20여 년 전에 미국의 과학자들이 원숭이 뇌에 전극을 심어서 로봇팔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고, 그 이후로도 많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뇌-기계 연결기술은 피드백을 허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피험자의 뇌 신호를 읽어서 의도에 따라 로봇팔을 움직일 때, 그 움직임을 피험자가 볼 수 있다면 피드백이 형성된다. 즉, 피험자는 로봇팔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뇌파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다. 마치 007 영화에서 스파이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맥박이나 뇌파를 조절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실제로 필자의 학생들이 뇌파 피드백 장치로 게임을 할 때 점점 숙련되기 시작하면 원하는 뇌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드백을 허용하지 않는 뇌-기계 연결은 그런 식의 훈련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어렵게 보이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이 가능하다.
 
판독하고 조절하려는 정보의 종류에 따라 뇌-기계 연결기술의 발달을 단계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운동 혹은 감각 신경을 우회하는 뇌-기계 연결이다. 예를 들면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의도를 뇌 신호로 읽어내는 것인데 이것은 이미 현실화되어 있다. 2004년 오스트리아의 한 회사에 의해 상용화되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핀토라는 사지마비 청년이 뇌-기계 연결을 통해 시축한 사례까지 있다. 감각 신경을 우회하는 기술의 예로는 카메라와 두뇌를 전극으로 연결하여 시각장애를 해결하는 인공시각기술을 들 수 있다. 작년 호주의 한 대학 연구팀에서 시제품을 발표해서 시선을 끈 바 있다.
 
제품 선호도 측정하는 뉴로마케팅도
 
둘째 단계는 감정이나 신체 상태를 해독하고 조절하는 뇌-기계 연결이다. 의료분야에서 간질·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모니터링하거나 완화하는 기술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의료 분야에서도 뉴로마케팅 영역처럼 고객이 특정 상품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판단하는 기술도 있다. 판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조절도 가능하다. 배외측전전두피질(DLPFC)에 적절한 자기장을 반복적으로 걸어줌으로써,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완화하는 요법은 꽤 오래전부터 임상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셋째 단계는 정보기억을 판독하거나 변경하는 뇌-기계 연결이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기억의 업로드와 다운로드 같은 것이 가능해지는 단계이다. 가장 어려운 단계로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보기억은 뇌의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광범위한 뇌 신호의 동시측정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의 가짓수가 무한대이므로 범주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뉴럴링크는 수천 개의 전극을 동시에 측정하고자 한다.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뇌 신호에 담긴 정보를 해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정보의 판독은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기억의 변경도 가능할까. ‘뇌가 인위적으로 해독하고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면, 그런 간단한 뇌로 어떻게 뇌를 해독하고 조절할 수 있겠는가’라는 재귀적 모순처럼, 뇌는 살아있는 가장 복잡한 유기체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메모리에 정보를 쓸 때는 해당 주소 이외의 영역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하지만 뇌세포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쪽을 자극하면 연결된 다른 부분에도 그 영향이 전달된다. 외부적으로 특정 뇌세포나 영역을 조절하려고 하면 다른 부위가 나 몰라라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특정 기억을 지우려고 하면 다른 부위에서 재빠르게 그 기억을 복사할지도 모른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경우 너무도 심각해서 환자들은 엄청난 강도로 나쁜 기억에 시달린다. 과학자들은 장기화한 기억이 상기될 때는 해마라는 뇌 영역을 경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해마를 조절하면 나쁜 기억을 지우거나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하고 있다. 아직 기억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비밀을 알아내는데 한 걸음씩 가까이 가고 있다. 좋다 나쁘다 정도가 아니고 매우 구체적인 사실 정보, 예를 들어 ‘내가 지난 월요일에 만난 사람이 김길동이다’라는 기억을 읽어내거나 ‘김길동’을 ‘톰’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할까. 이런 시도는 공상과학 영화를 빼고 아직 주류 과학계에서 보고된 적은 없다. 하지만, 뇌-기계 연결기술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이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뇌-기계 연결기술, 기대만큼 염려도
 
뇌-기계 연결은 기대와 염려를 함께 받는 이중적인 기술이다. 재활 혹은 정신질환 분야에서는 기술 필요성이 선명하고 사회적 기대도 크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이 이 분야의 기술 발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기억을 읽고 변경하는 수준을 목표로 하는 뇌-기계 연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과연 우리 인류에게 필요한 기술인지 염려의 목소리도 높다. 십수 년 전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치스러운 휴대폰 정도로 치부되었던 기술이 지금은 사회문화를 완전히 바꾸는 기술이 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사회와 정치에 끼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새로운 형태로 속출하는 플랫폼 산업을 목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해악에 대한 비판은 지금도 여전히 많다. 마찬가지로 뇌-기계 연결기술의 완성도가 적절한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소통 체계를 바탕으로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 변화를 이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고, 여전히 또 많은 사람은 그 기술을 비판할 것이다.
 
◆이도헌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KAIST에서 전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컴퓨터협회(ACM) 학술지 부편집장. 한국생명정보학회 회장.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이도헌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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