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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의 퍼스펙티브] 뜬금없는 선별·보편 동시 지원, 효과 적고 재정만 축나

중앙일보 2021.02.08 00:13 종합 25면 지면보기

코로나 재정 지출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서는 실탄이 필요하다. 돈이다. 우리도 수퍼 추경을 코앞에 두고 있고, 역대급 예산을 쓰고 있다고들 한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료시스템을 확충하고, 검사와 격리시설을 만들고, 확진자를 치료하고, 재난지원금을 주고,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을 지원하고,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백신을 구매하고 접종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워낙 급하다 보니 미처 돌아볼 틈이 없는 것 같지만, 반드시 챙겨보아야 한다. 이 어마어마한 돈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그리고 그 돈은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을까.
 

160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 일자리 하나당 8400만원 들어
일자리의 질 어떨지 알 수 없고 재원 조달 방안도 불투명
식당처럼 감염 위험 큰 곳 차단하는 대신 집중 지원하고
과학기술 등 코로나 이후 도약 가능하게 할 곳에 돈 써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을 비교해보면 몇 가지 유형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그리고 그 나라 인구 100만 명당 몇 명의 확진자가 있는지를 교차해보자.(그래픽 참조) 우상단은 엄청난 재정을 쓰고 있는데 확진자도 폭증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 남유럽 국가들이 속해 있다. 원래 미·영의 거버넌스는 남유럽 수준은 아니었지만, 하필 팬데믹 시기에 나라의 운명을 쥔 도널드 트럼프와 보리스 존슨의 리더십은 남유럽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미·영은 원래부터 사회 작동 원리가 대부분 시장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안전판이 없이 밑바닥에서부터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도 한 가지 원인이다.
 
좌상단은 돈을 조금 쓰고 있고 확진자도 많은 상황이다. 대부분 유럽 국가가 여기에 속한다. 한국이 속한 좌하단은 예산은 조금밖에 안 쓰는데 확진자는 적은 효율적 방역을 보여준다. 성공적인 K방역의 증거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금 다른 얼굴들도 있는데, 그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자.
  
독일·일본, 국제 지원에 적극적
 
코로나 확진자 수와 정부 재정 지출

코로나 확진자 수와 정부 재정 지출

확진자가 적은데도 돈을 많이 쓰는 오른쪽 하단은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그중 일본이 매우 예외적이다. 독일은 확진자 수가 OECD 평균보다는 적지만 일본보다는 몇 배나 많기 때문에 예산을 쓸 인센티브가 더 많다. 독일은 또 평소에 기금을 쌓아두었다가 경제위기 때 근로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평소의 3분의 2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노사 상생 방식인 특유의 단기 근로(Kurzarbeit)를 유럽연합 중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에 확산시키는 비용의 25%를 감당하기로 약속했다. 돈을 들여서라도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 대비 두 배 이상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방역에 크게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OECD 전체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는 3084명으로 한국의 두 배이고, OECD 평균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독보적으로 많은 재정을 코로나19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코로나19에 쓰는 재정은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44%로 세계 최고이다. 그래픽에서 보듯 의료시스템 붕괴로 고통받는 이탈리아 정도를 제외하고는 필적할 나라가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일본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인 기부 국가 중 하나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기부 및 저금리 대출을 가장 많이 제공했고, IMF 재난억제신탁에 가장 먼저 1억 달러를, 빈곤구제신탁에 36억 SDR(특별인출권)을 제공하는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일본의 국제 기여는 단연 눈에 띈다.
 
일본의 지출이 이렇게 많은 데 대해 필자가 인터뷰한 일본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초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에 같은 확진자 수에서도 훨씬 큰 비용이 든다. 둘째, 방역과 경기 부양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 두 가지가 상충한다. 셋째, 팬데믹을 일본 소프트파워 확장의 기회로 삼는다. 중국과의 소프트파워 경쟁은 물론이고 올해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위해서도 개도국 국민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코로나19 지원은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한국 재정 지출 폭증 가능
 
한국은 어떤가. 인구 대비 확진자 수에서는 호주 및 뉴질랜드와 더불어 OECD에서 가장 성공적이다. 하지만 쓰고 있는 돈으로 비교해보면 꼭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고, 이것이 금방 폭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3차 대유행 때 확진자 수는 거의 의료체계 턱밑까지 차올랐었다. 조금 더 규모가 큰 4차 대유행이 온다면 의료체계는 무너지기 시작해 엄청난 돈과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정치권의 선심용 예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지난 1차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포기하고 신청하지 않았었다. 돈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만, 내가 속한 지식경제 부문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꼬박꼬박 월급도 받았다.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내 몫의 재난지원금을 아껴서 진짜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얼마 후 2조원을 들여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을 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가를 깨달았다. 앞으로는 재난지원금 준다고 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160조원을 들여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든다고 한다. 일자리 하나당 8400만원꼴이다. 그 일자리의 질이 어떤 것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임기 말에 시작한 5년짜리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 유지될지도 의문이지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서 16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구체적인 전망이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160조원을 어떻게 조달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이런 와중에 여당 대표는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을 동시에 하겠다는 4차 재난지원금 안을 내놓았다. 경제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반대했고, 여당 원내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며, 여당 의원들은 곳간지기 경질론을 들먹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소비 쿠폰과 같은 보편 지원이 가져오는 경기 부양 효과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그로 인해 확진자가 늘어나는 데 따르는 방역 비용의 증가는 고려되어 있지 않다.
 
일본의 고투(Go to)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여행 경비나 외식 경비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인데, 심지어 식당 한 곳에서 조금씩만 시켜 먹으면서 여러 식당을 옮겨 다니면 하루 식사를 완전히 공짜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로나19에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동시에 바이러스 전파의 계기를 제공하는 모순된 정책은 방역 비용을 엄청나게 높여놓았고, 결국 최근 들어 1일 확진자가 7500명에 달하게 되니 도쿄도에 긴급사태를 발령해 식당 영업시간을 8시로 제한하고 대신 하루에 6만 엔(약 63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정부는 효과 따져 돈 풀어야
 
여당은 뜬금없이 선별·보편 동시 지원을 하겠다고 하고, 경제부총리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화수분 이야기만 반복하고, 야당은 160조원 들어간다는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 효과에 대해서는 따져보지도 않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효과도 없이 재정 지출만 늘어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곳간을 꽁꽁 틀어막기만 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은 작동하지 않는지 알고 있다. 일본의 식당 지원처럼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차단하고 그 대신 집중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과학기술을 포함해 코로나 이후의 도약을 가능하게 할 곳에 돈을 써야 한다. 그리고 독일이나 일본처럼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들을 돕는 데에 돈을 써야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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