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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길가 쑥 먹지 말고, 면 삶은 물 버리고, 티백은 3분만 우리고

중앙일보 2021.02.08 00:04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탈모 증상이 심해져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중금속 중독’일 수 있다. 흔히 중금속 중독이라고 하면 용접공처럼 중금속에 고농도로 노출되는 근로자에게만 해당할 것으로 여기지만, 일상에서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되는 일반인에게도 중금속의 만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의외로 생활 곳곳에 중금속이 숨어 있어서다. 일상 속 중금속 중독의 위험성과 중금속 중독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알아본다.
 

중금속 체내 축적 막기

 중금속(重金屬)은 비중이 4 이상인 금속으로, 비중이 1인 물보다 네 배 이상 묵직해 체내 오래 머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체내 중금속의 상당수는 땀·소변·대변 등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뼈·간·신장 등에 잔류하며 만성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금속 가운데 인체 유해도가 높아 정부에서 규제하는 중금속은 납·수은·카드뮴이 대표적이다. 한양대구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장태원 교수는 “일부 페인트·화장품·장난감 등에 든 납은 혈액 속에서 30~40일이면 반으로 줄어들지만 뼈에 쌓인 납은 10~30년이 지나야 반으로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참치(다랑어)·연어 등 상위 포식자인 큰 생선류에서 종종 검출된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수은이 대거 바다로 유입된 게 주원인이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성규 교수는 “임신한 여성이 참치·연어를 과량 섭취하는 경우 태어난 아기에게서 수은 중독으로 인해 성장이 지연되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며 “수은은 체내 미량이어도 아이에게 위협적”이라고 경고했다. 체내 수은이 계속 쌓이면 피로, 식욕 부진, 초조함, 빈혈부터 심하면 신경계 장애로 인한 성격 변화,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 성장과 성인 신진대사 걸림돌

 
 카드뮴은 중금속이 함유된 자동차 배기가스, 중금속에 오염된 공장 폐수 등이 토양으로 스며들면서 이곳에서 자란 작물을 섭취할 때 인체 내 축적될 수 있다. 자동차가 많이 지나가는 도로변의 쑥, 공장 근처의 쌀이 그 예다. 카드뮴은 후각 저하, 피부 벗겨짐, 탈모부터 심하면 고혈압, 신장 기능 저하, 골절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체내 중금속이 가장 위험한 세대는 성장기, 특히 영유아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2014년 3~18세의 어린이·청소년 2400명을 대상으로 체내 중금속을 조사했더니 혈중 납 농도(㎍/dL)는 영유아(1.34), 초등생(1.26), 중고생(1.11) 순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손가락·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등 영유아 고유의 행동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체내 납은 신경·신장·심장·뼈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산모의 몸에 쌓인 납이 수유를 통해 9개월 이하의 아기에게 전달되면 지능 발달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어른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들 중금속은 성인의 신진대사를 떨어뜨려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을 높여서다. 대한가정의학회지(2017)에 따르면 대구 곽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성인 1827명을 분석했더니 혈중 ‘카드뮴’ 농도가 높은 그룹(상위 50%)은 낮은 그룹(하위 50%)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1.6배 높았다. 또 혈중 ‘수은’ 농도가 높은 그룹도 낮은 그룹보다 복부 비만 위험이 1.6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제까지는 대사증후군의 예방법으로 생활 습관 개선을 꼽아 왔지만, 중금속 노출을 줄이는 것도 대사증후군의 또 다른 예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생활 습관만 바꿔도 중금속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선 미네랄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서 교수는 “유해 중금속과 미네랄은 서로를 밀쳐내 기능을 떨어뜨리려는 ‘길항 작용’을 하므로 미네랄 섭취를 늘리면 유해 중금속의 흡수를 막고 배설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은은 미네랄 중 아연·셀레늄으로, 카드뮴은 미네랄 중 아연·칼슘·구리·철·망간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식품에는 원료의 재배·가공 단계에서 중금속이 유입될 수 있다. 조리법만 바꿔도 가공식품 속 중금속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면류는 물에 충분히 삶되 남은 면수는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게 안전하다. 국수는 끓는 물에 5분간 삶으면 카드뮴을 85.7% 제거할 수 있다. 당면은 10분 이상 삶을 경우 납을 69.2% 제거할 수 있다. 중금속은 대부분 물에 녹아 나온다. 녹차 티백의 경우 2분 동안 담그면 카드뮴이 14.3% 스며 나오는데 10분간 담그면 21.4%나 침출된다. 차(茶)에 든 카테킨·비타민C 같은 생리활성 물질은 90도의 물에서 3분 안에 충분히 우러나오므로 차를 우릴 땐 티백을 3분 이내 꺼낸다.
 
 

임신·수유 땐 생선 내장 먹지 말아야

 
생선 부위 중 중금속이 잘 쌓이는 곳이 ‘내장’이다. 임신·수유기 여성은 생선 내장의 섭취를 자제하는 게 안전하다. 또 수은 중독을 막기 위해 임신·수유기 여성은 일반 어류와 참치 통조림의 경우 일주일에 400g 이내로, 참치(다랑어)·새치·상어류는 100g 이내로 섭취한다. 어린이가 일반 어류, 참치 통조림을 섭취할 땐 1~2세는 일주일에 100g 이하, 3~6세는 150g 이하, 7~10세는 250g 이하로 섭취한다.
 
술·담배는 중금속 축적을 부추기므로 피할 대상이다. 술의 알코올이 칼슘·철분·엽산 등 미네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데다 술이 면역 세포의 중금속 제거 능력을 낮춘다. 또 담배 연기엔 다양한 중금속이 들어 있다. 식약처가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술을 일주일에 4번 이상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체내 수은·납·카드뮴의 농도가 89%, 54%, 11%씩 더 높고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43%, 30%, 23%씩 더 높았다.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도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다.
 
중금속 중독 증상이 의심되거나 자신의 체내 중금속량을 확인하고 싶다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거쳐 모발·혈액 등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모발 검사는 3개월 이상의 중금속 농도 추적에, 혈액검사는 현재의 중금속 농도 측정에 효과적이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금속 중독이 확인되면 중금속 제거 효과가 있는 EDTA(합성 아미노산) 등 약물을 정맥주사로 맞는 치료법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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