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그런 탈북민은 우리 국민 아니다”라는 외교장관 후보자

중앙일보 2021.02.08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습니다.”
 

헌법 몰이해 논란 부른 정의용

지난 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 후보자가 언급한 ‘이 사람들’은 2019년 정부가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북송한 탈북 어부들이었다.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일반 탈북민하고는 다르다”는 발언에서는 소신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는 탈북민 중 누구는 헌법으로 보호하고, 누구는 추방할지 정부가 결정하겠다는 위험한 말처럼 들렸다. 야당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들어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반박한 이유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입국 전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난민법,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을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법은 탈북민을 외국인으로 전제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다.

관련기사

 
정 후보자는 판례도 수차례 언급했다.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다. 하지만 이는 ‘박지원 대북 송금사건’ 재판 당시 북한은 헌법상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환관리법 위반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 법원이 내린 해석이었다.
 
초점은 북한이 외국은 아니지만 외국에 준하기 때문에 대북 송금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지, 북한의 영향력 범위를 벗어난 탈북민 지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게 아니었다.
 
북한 주민을 한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더 최근의 판례도 있다. 일제강점기 때 북한 지역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가 끝내 남한으로 돌아오지 못한 A씨의 유족이 제기한 위로금 지급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1년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7일 논평에서 “정 후보자는 헌법을 어기는 잘못된 주장을 계속하며 판결 내용도 모르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내놨다”며 “헌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대한 몰이해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달 말 제네바에서 열리는 인권위원회에서는 예년처럼 북한 인권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정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직접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올바른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