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재임 중 한·일 갈등과 관련한 인신공격을 받은 데 대해 "인종차별에 놀랐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그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다.
FT 인터뷰서 "그렇게 많은 공격 받을 줄 몰라"
북ㆍ미 정상회담은 "어려서 읽던 SF 소설"에 비유
![지난달 20일 퇴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로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파이낸셜타임스 캡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2/07/2f50a4ef-a2de-4521-9cb5-84b784a77867.jpg)
지난달 20일 퇴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로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파이낸셜타임스 캡쳐]
실제로 해리스 전 대사의 재임 내내 한ㆍ일 관계는 계속 악화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등 동맹을 향한 무리한 요구를 쏟아낸 탓에 이런 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대사로서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불붙었을 때 주한 미국 대사관 건물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시위 지지 구호를 담은 현수막이 걸렸는데, 외교가에선 옳은 일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 반하는 입장 표명도 두려워하지 않는 '군인 해리스'의 기질에 더해 그가 국내에서 당한 인종차별적 대우에 대한 함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해리스 전 대사의 콧수염까지 비판의 소재가 될 정도로 도를 넘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는 해리스 전 대사의 사진에서 콧수염을 떼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여권에서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했다.
지난해 1월 미국 CNN 방송은 "해리스의 콧수염이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한 감정을 건드렸다"며 "한·미 동맹의 균열과도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콧수염이 논란이 되자 "군인과 외교관 삶을 구분짓기 위해 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해 7월에 "마스크 쓰려니 덥다"며 콧수염을 깎았다.
![지난해 7월 길러왔던 콧수염을 면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의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영상 캡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2/07/79b289d6-0cda-46bd-a6cb-d480dbeb69ec.jpg)
지난해 7월 길러왔던 콧수염을 면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의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영상 캡쳐]
한편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서 일으킨 폭동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국가들은 당시 사태에 대해서 즐거워하겠지만, 미국은 결국 더욱 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