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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탈북민은 우리 국민 아니다"라는 외교장관 후보자

중앙일보 2021.02.07 16:25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습니다.”
지난 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 후보자가 언급한 ‘이 사람들’은 지난 2019년 정부가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북송한 탈북 어부들이었다. 당시 유엔조차 우려를 표했지만, 정 후보자 생각은 달랐다. “그 사람들은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일반 탈북민들하고는 다르다”는 그의 발언에서는 소신마저 느껴졌다.  

현장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는 탈북민 중 누구는 헌법으로 보호하고 누구는 추방할지 정부가 결정하겠다는 위험한 말처럼 들린 게 사실이다. 야당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들어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반박한 이유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입국 전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난민법,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을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법의 대상은 한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다. 탈북민을 외국인으로 전제했을 때나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라는 뜻이다.  
지난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자가 북송한 어부들이 살인이라는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태영호 의원은 정치적 범죄자”라고 말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북한과 중국 당국은 탈북민을 기본적으로 범죄자로 취급하는 만큼 정부의 어부 북송 조치를 향후 강제 북송의 근거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박하면서 나온 발언이었다.  
정 후보자는 판례도 수차례 언급했다. “개별법률 적용에 있어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다.
하지만 이는 ‘박지원 대북 송금 사건’ 판결로, 북한은 헌법상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 돈을 보낸 데 외환관리법 위반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 법원이 내린 해석이었다. 초점은 북한이 외국은 아니지만 외국에 준하기 때문에 대북 송금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미 북한 당국의 영향력 범위 내에서 벗어난 탈북민의 지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게 아니었다.
지난해 2월 북한민주화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 어부 강제북송 등에 대해 항의했다. 뉴스1

지난해 2월 북한민주화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 어부 강제북송 등에 대해 항의했다. 뉴스1

심지어 정 후보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구체적으로 문제삼기 전까지는 어떤 사건에 대한 판결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저도 조 의원님 설명을 듣고 이게 어떤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것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만 떼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해당 판결도 “북한 지역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전제부터 한 뒤 특수한 분단 상황을 언급했다.
정 후보자의 주장과는 반대로 북한 주민을 한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더 최근의 판례도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북한 지역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끝내 남한으로 돌아오지 못한 A씨의 유족이 제기한 위로금 지급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1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왼쪽)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왼쪽)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동원 피해조사위원회가 “A씨의 피해 사실은 인정되나, 북한에 호적을 두고 있어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다”며 한국 국적자에게만 주게 돼 있는 위로금 지급을 거부했는데, 법원이 뒤집었다. 대법원은 “북한 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시했고, 원심도 “설사 A씨가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국적을 취득했다고 해도 북한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라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라며 A씨를 대한민국 국적자로 봤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조태용 의원은 7일 논평에서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선별해서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없는데도 정 후보자는 헌법을 어기는 잘못된 주장을 계속하며 판결 내용도 모르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내놨다”며 “헌법과 인도주의 원칙이라는 근본적 문제들에 대한 후보자의 몰이해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그는 정부의 북송 조치가 고문방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그는 정부의 북송 조치가 고문방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법리 논쟁을 떠나 가장 걱정되는 것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탈북민에 대한 정 후보자의 인식이다. 탈북민 출신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계속 따져묻자 정 후보자는 “의원님 감정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아무나 받는 나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 의원은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 등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는데, 정 후보자는 마치 개인적 이유로 인한 감정적 접근처럼 치부한 셈이다.  
이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예년처럼 북한 인권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통상 외교장관이 참석해온 회의다. 정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꼭 직접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올바른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모든 걱정이 오해와 기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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