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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이 판사 탄핵…초선 이수진·이탄희 주목받는 이유

중앙일보 2021.02.07 09:00
2021년 2월4일은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 가결일로 기록됐다. 179개의 찬성표가 쏟아진 표결은 무기명이었지만 “법복 정치인”으로 불리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수진ㆍ이탄희 두 초선 의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들은 어떻게 법관 탄핵의 아이콘이 됐을까.
 

2017년 2월의 법관 인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 국회 입성의 디딤돌은 2017년 2월9일 법관 정기인사(2월 인사)때 마련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소속 이탄희 판사가 법원행정처의 핵심부서인 기획조정실 기획심의관으로 발령났다가 2월20일 원대복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같은 인사에서 이수진 판사는 3년 근무가 일반적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직에서 2년 만에 대전지법으로 밀려났다. 기조실 심의관과 재판연구관은 일이 많지만 승진의 지름길로 인식돼 판사들이 선망하는 자리다.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타고 양승태 체제를 공격하려던 법원 내 진보법관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연구회)와 기득권을 사수하려던 법원행정처의 갈등이 학술대회 문제로 고조되던 시기와 맞물렸다. 연구회 내 핵심그룹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이 ‘제왕적 대법원장제’를 문제 삼는 학술대회의 개최일을 3월25일로 확정하자 법원행정처가 대응을 부심하던 때였다

 
3월6일자 경향신문이『‘판사들 사법개혁 움직임 저지하라’ 대법, 지시 거부한 판사 ‘인사 조치’』라는 제목으로 이탄희 판사의 원대복귀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관들의 권력투쟁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사라진 이탄희   

 
지난해 1월 민주당은 이들을 영입하면서 이탄희 전 판사를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한” ‘투사’로, 이수진 전 판사를 “사법농단 사건의 피해자이자 폭로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선 그런 포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진술들이 여럿 나왔다.  
 
이탄희 판사가 ‘저항’의 이미지를 얻은 건 발탁 일주일(2017년 2월16일)만에 제출한 사직서 때문이다. 이 판사의 심기에 영향을 미칠 사건은 사표 제출 전 3~4일 새 집중됐다.  
2017년 6월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첫 전국법관대표회의. 민주당은 지난해 이탄희 의원이 이 회의 준비모임 주도했다고 소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창섭 기자

2017년 6월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첫 전국법관대표회의. 민주당은 지난해 이탄희 의원이 이 회의 준비모임 주도했다고 소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창섭 기자

2월13일 법원행정처는 회원수 480여명에 이르던 인권법연구회를 압박하기 위해 “중복 가입된 연구회는 한 곳만 남기고 탈퇴하라”라는 공지를 띄웠다. 그 이튿날 이 판사는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기조실 컴퓨터에 판사들 뒷조사한, 비밀번호 걸려 있는 파일이 있는데 보고 놀라지 마라”는 말을 들었고 그 다음날인 15일 다시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대한 대응 논리를 인사모에 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날 이 판사와 업무차 동행했던 한 판사는 법정에서 “이 판사가 차 안에서 ‘내가 왜 법원행정처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법적인 본질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라고 생각했다. 그 정당성을 허위로 알리라는 지시는 불법적인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대복귀 논란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이탄희 판사는 이같은 생각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또는 글을 통해 알린 적이 없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 이 판사의 행적은 잠적에 가까웠다. 지난해 1월 이탄희 전 판사가 민주당에 입당하자 이연진 인천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에 그를 꼬집는 글을 올렸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7년 3월 열린 전국 각급 판사회의에서 대표자로 선출됐거나 조사위원 후보자로 추천된 판사들이 2017년 4월24일 게시판을 통해 처음 제안했고 같은 해 6월19일 첫 회의가 열려 나도 참석했다.법관 재직시절 이 모임을 준비했다는 이탄희는 당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대상자였고 그해 5월 휴직했다.”  
  
실제로 2017년 5월 인권법연구회 간사이던 김형연 부장판사(전 법제처장)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직행과 6월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진보 법관들의 사법권력 장악이 본격화되면서 ‘이탄희’라는 이름은 점차 잊혀졌다.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이탄희 의원(당시 변호사)를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때부터 여권에선 "이탄희가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강정현 기자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이탄희 의원(당시 변호사)를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때부터 여권에선 "이탄희가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강정현 기자

이수진의 변신

  
이수진 의원이 스스로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물의 야기 판사” “블랙리스트 판사”라고 주장해 온 것도 ‘2월 인사’ 때문이다. 2년만의 대전행이 자신이 인사모 창립멤버라거나 상고법원 반대세력이라는 이유로 받은 인사보복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2월 인사’ 전 당시 이수진 판사는 행정처 수뇌부의 논리와 입장으로 이탄희 판사를 설득하는 위치에 가까웠다. 이탄희 판사는 ‘2월 인사’에 앞선 1월 중순께 이수진 판사가 전화해 한 말들을 진상조사위에 제출한 진술표에 이렇게 기록해 뒀다.  
 
지난 25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의원과 함께 서울 동작구 미래형 동네 슈퍼 시범사업 ‘스마트슈퍼 1호점-형제슈퍼’에 방문한 이수진 의원. 이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 격으로 박 전 장관을 돕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5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의원과 함께 서울 동작구 미래형 동네 슈퍼 시범사업 ‘스마트슈퍼 1호점-형제슈퍼’에 방문한 이수진 의원. 이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 격으로 박 전 장관을 돕고 있다. 오종택 기자

“행정처 높은 분이 내게 전화를 했다. 대법원에서 학술대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학술대회를 안 했으면 한다” “사실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이 (대법원의) 이규진 양형실장님이다. 이분은 대법원장을 독대하시는 분이라 행사를 강행하면, 이진만 (인권법) 회장을 그냥 사퇴시킬 수도 있다” “내가 이규진 실장님하고 인권법연구회 사이에 중간 역할을 많이 했다” 등등.
 
지난해 12월 같은 법정에 차례로 증인으로 나온 두 사람이 이 진술표에 대해 한 말들은 진실게임에 가까웠다. 이수진 의원은 “이규진 위원이 저를 불러 ‘학술대회를 막아야 한다’고 말해서, (이탄희 의원에게) ‘법원행정처가 난리 났다’라는 식으로 전달했을 뿐”이라며 “이탄희 의원은 인권법연구회에 (저보다) 나중에 들어온 분이기 때문에 제 뉘앙스를 오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탄희 의원은 “(이수진 의원과) 통화 직후에 들은 내용을 그대로 쓴 것”이라며 “상대방이 쓴 표현 하나도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수진’이란 이름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수진 의원 측은 “2018년 특별조사단도 행정처가 이 의원을 인사모 주도회원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 판사가 허위사실이라는 고발에 대해 검찰도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입장이다. ‘2월 인사’는 인사불이익이 맞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정에선 이 의원의 주장과 맞서는 진술이 계속 나왔다.

“당시 이수진이 부족한 면이 많아 다른 연구관에 비해 1년 일찍 옮겼다.” (지난해 6월3일 양 전 대법원장 공판,김연학 전 인사총괄 심의관)
 
“사실심 판사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대법원 연구관으로서는 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제 생각이다.” (지난해 12월14일 임 전 차장 공판,이원 전 재판연구관)

2016년 2월 말~12월 말 써낸 보고서가 다른 연구관들은 20건 안팎이지만 이수진 연구관은 6건 뿐이라는 자료를 토대로 나온 문답들이었다.  
 

묻지마 탄핵

 
법관탄핵론은 두 사람과 무관하게 2018년 11월 민주당에서 잠시 불붙었다 이내 소멸됐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법관 탄핵소추 논의를 즉각 시작하겠다”고 말했지만 의석이 과반에 못미치던 20대 국회에선 방정식이 복잡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그 다음 개혁적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과반이 된다”고 했지만 논의는 당내의 우려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30일 김승하 (전)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이 법관탄핵 촉구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류호정, 민주당 이탄희 의원, 김승하 지부장,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 오종택 기자

지난해 12월30일 김승하 (전)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이 법관탄핵 촉구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류호정, 민주당 이탄희 의원, 김승하 지부장,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 오종택 기자

 

이탄희 의원이 지난해 1월 “법관 탄핵”을 정치 입문의 명분으로 내세웠을 때도 호응은 크지 않았다. 곧 총선이 이어졌고 이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직후(6월6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국회를 떠났다.

6월4일 “탄핵”을 부르짖은 이수진 의원과는 길이 엇갈렸다. 전날 법정에서 ‘2월 인사’가 자신의 업무능력 때문이라는 취지의 진술이 나오자 이수진 의원은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반응했다. 당시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신중해야 한다고 이수진 의원을 타일렀지만 ‘나는 이거(탄핵) 하려고 (국회에) 들어온 사람’이라는 반응이었다” 고 전했다.   
 
이탄희 의원이 다시 발동을 건 것은 불과 한 달여 전이다. 이 의원은 12월23일엔 4.16가족협의회와 임성근·이동근 판사 탄핵을 12월30일엔 (전)KTX 열차승무지부와 함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정다주 판사 탄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은 대상이 누구냐보다 탄핵 자체에 의미를 두는 듯 했다”고 말했다.    
  
논의는 지난달 27~28일 의원총회에서 급물살을 탔다. 때마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써준 혐의로 1심서 유죄판결을 받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관탄핵의 시간이 왔다”고 선동했다. 그때까지도 당내엔 임성근 판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는 의원이 적잖았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 대표 등에 대한 유죄 판결로 친문 지지층이 끓어 오른 데다 차기 당권주자인 송영길ㆍ홍영표 의원이 나서면서 ‘반대하면 찍히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 이수진 의원측은 “2017년 1월 이탄희 의원 등에게 전화를 건 것은 당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저지에 필사적이던 법원행정처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것일 뿐 어떤 설득의 의도가 없었고▶법원행정처가 ‘핵심회원추정자료’에 이수진 의원을 포함시킨 것이 2018년 확인됐고 인사불이익을 받았으므로 이 또한 블랙리스트의 한 유형이며▶재판연구관 첫 해엔 1060건의 보고서를 작성했고 2년차엔 심층조(深層組)에 부임해 법리 연구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어려운 주제를 맡아 보고서 건수가 줄었을 뿐 능력부족 때문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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