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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사진 눌러보면 동물 영상…직장인들 단체톡방이 괴롭다

중앙일보 2021.02.07 09:00
세종시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는 지난달 30명이 넘게 있는 업무용 단체 메시지 방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영상을 누르기 전 정지화면인 이른바 '섬네일'(thumbnail·정지된 축소 화면) 사진으로 노출이 심한 여성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단체 메시지 방을 지휘하는 중년의 상사가 보낸 영상이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이 나온 정지 화면이었지만 정작 영상 내용은 누군가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영상이었다. 영상에 이어 중년 부장은 "퇴근길 조심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뒤이어 부원들의 "실수하신 줄 알았습니다. ㅎㅎ 빙판길이 위험하네요", "놀랐네요" 같은 메시지들이 오갔다.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한 단체 메시지 방.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한 단체 메시지 방.

 

"눌러보면 동물 영상, 그래도 불쾌" 

A씨는 "중년 남성들이 업무용 단체 메시지 방에 낯뜨거운 정지화면 영상을 올린다. 누르고 보면 음란 영상이 아니라 동물 영상이나 평범한 영상으로 상대가 재밌는 줄 아는 것 같은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면서 "자주 있는 일인데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이전보다 업무용 단체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는 빈도가 높아진 가운데, A씨처럼 낯뜨거운 섬네일 등에 불쾌함을 느끼는 직장인의 고통 호소도 늘었다. 재택근무 빈도 증가로 코로나19 이전 대면 근무 시절보다 업무 지시나 피드백은 단체 메시지 방에 더 자주 올라온다. 그만큼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새로운 메시지가 오면 이전보다 더 빠르게 확인하고 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재택근무. [중앙포토]

재택근무. [중앙포토]

 
 지시나 소통이 늘어난 만큼 상사들의 '아재 개그'도 늘었다. 어떤 '아재 개그'는 도를 넘어 수치심을 유발한다. 음란물과 다름없는 동영상 정지화면이 '반전 유머'로 포장된 채 올라온다. 하지만 영상 내용이나 링크와 연결된 홈페이지는 건전한 게시물이라 문제를 제기하기 모호하다는 것이 2030 직장인들의 고충이다. 또 문제를 제기해도 회사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예민한 사람으로 지목받거나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고 한다.    
 
30대 직장인 B씨는 "몇 년 전 인턴 시절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며 "재택근무로 빈도가 심해졌을 수도 있지만, 본질은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B씨는 이어 "인턴들에게 업무 지시하는 단체 메시지 방에 당시 부장이 성인사이트 캡처 화면 같은 '단독, 유출, 아줌마' 이런 단어가 들어간 링크를 보냈다. 막상 눌러보면 유머 게시판이더라. 인턴들끼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본인은 재밌어도 보는 사람은 불쾌하고 고통스럽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성희롱 예방 교육 효과 의문" 

20대 여성 직장인 Y씨는 "회사 내 형식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을 아무리 받아도 쓸모가 없다"면서 "상사들은 그런 행동이 왜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단체 메시지 방에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메시지나 영상을 공유할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한다. 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유머 아닌 처벌 대상…잘못된 성 관념 반성해야

법조인들은 '반전 유머'로 포장하더라도 음란한 정지화면을 보내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성변호사회 인권 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사진 자체가 성적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킨다면 영상 내용이나 연결된 사이트가 관련이 없다 해도 죄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 "장난이나 유머 목적이라고 해도 고의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영상이나 사진을 사장이나 대표한테도 보낼 수 있는 건지 고민해보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년층이 젊은 세대의 성인지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잘못된 성 관념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사 입장에서는 '웃자고 했는데 죽자고 달려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희롱 맥락이 만들어지면 피해자의 관점이 중요하다"면서 "문제 제기를 충분히 할만한 사안이고 직원들이 상사에게 집단으로 불편한 점들을 전달하면 상사들도 깨닫고 개선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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