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소비자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본인 확인전화 없이 일방적 정지… “카카오톡 막혀 카카오페이도 이용 못해”
오후 8시 58분, 문의 내용을 보내고 그로부터 3분 후인 오후 9시 1분, A씨는 카카오로부터 이용정지를 당했다.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대화하고 거래처 업무를 처리하고,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며 펀드에 투자하고 있던 A씨는 크게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카카오톡 이용정지에 일상생활이 그대로 멈춰선 것이다. A씨는 “도용신고 문의만으로 이용정지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문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도용신고 버튼이 이용정지 요청 버튼이었다”라며 “일을 해결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검색하니 나와 같은 사례자가 수두룩했다. 네이버에 카카오톡 계정도용 신고를 검색하면 상단에 ‘최악의 카카오톡 계정도용 신고기능’이라는 사례가 뜰 정도”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한다는 ‘카카오톡’이 정작 자신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사용자)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불거진 문제는 ‘계정도용신고’ 문의. 카카오는 새로운 카카오톡에 로그인 된 정보를 알려주며, 다른 이가 자신의 카카오계정에 로그인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정도용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카카오측의 사용 중지 조치. 카카오톡의 보안책이 뚫린 상황에서 애꿎은 사용자만 서비스 이용 중지라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마치 집에 보안장치를 설치해놨는데 낯선 이의 침입이 감지되자 집 주인마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본인 확인’ 통화 없이, 3분 만에 이용정지

이용정지를 당한 A씨는 “문의를 보내놓으면 공지사항의 안내처럼 전화가 와서 본인인지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어떻게 바꾸라는 등의 안내사항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앞뒤 설명 없이 이용정지를 당했다”며 “바로 이용정지가 되는 줄 알았으면 미리 카카오톡 대화 안에 있는 파일 등을 다운받아 놓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쿠폰이나 카카오페이에 넣어둔 돈을 찾아뒀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 측은 “계정도용신고 방법은 두 가지다. 카카오측이 유저에게 보낸 메일 하단에 게재된 계정도용신고 링크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 카카오톡 공식 홈페이지 문의 항목을 통하는 경우다. 첫 번째인 경우에는 스마트폰 SMS 인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고 신고가 접수된다. 두 번째인 경우에는 공식 홈페이지 안내처럼 문의 연락이 오면 본인 확인 통화 후 이용 중지 제재가 실행되는 게 맞다. 직원이 직접 전화 통화로 진행하는데 그런 본인 확인 전화가 없었다면 실수로 누락된 경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카카오톡 측이 설명한 첫 번째 신고 방법을 확인한 결과, SMS 본인확인은 진행하나 안내 문구에 ‘전화번호 인증을 거친 후 도용당한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긴급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만 있을 뿐 이 역시 ‘문의하기’ 접수가 바로 이용정지로 이어진다는 것을 설명하진 않았다. 또 이 역시도 공식 홈페이지 고객센터에서 설명하는 ‘계정도용신고’ 매뉴얼 내용에 부합해야 하지만 SMS 인증을 거쳤다는 이유로 본인 확인 통화가 누락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카카오톡 관계자는 “보다 빠른 대처를 하기 위해서 첫 번째 방법에는 SMS 인증으로만 본인 확인을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계정도용신고가 접수된 카카오톡 유저는 7일간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한다. 영구정지를 원하거나 이용정지를 해제하려면 본인 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7일간 기다리면 이용제한은 풀리게 된다. 이용정지를 당한 A씨는 “전화 상담 자체가 없고, 카카오톡도 이용정지 돼 카카오톡 챗봇 문의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저 메일로만 문의를 해야 하는데 한번 메일을 보내면 답이 5~6일 후에나 와서 너무 답답하다. 5000만명이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데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는 서비스인줄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 카카오측 관계자는 “문의 메일에 답변이 늦은 것은 그만큼 문의사항이 많아서 순차적으로 답변하다 보니 늦어진 것 같다”며 “또 위해 정보 신고 등 긴급 상황에서는 전화상담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카카오톡 이용 중지 상황이 가장 긴급한 상황이지만, 카카오톡이 말하는 ‘긴급상황’ 요건에는 들지 못해 전화상담은 불가능한 상태다.
카카오페이, 가입할 땐 연동하고 문제되면 선 긋기

‘카카오’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연결 계정으로 카카오페이를 손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서로 다른 기업이라며 선을 긋는 행태다. A씨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가 다른 회사인지 몰랐다. 두 앱이 연동돼, 가입이 쉬웠던 것처럼 서비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서로 연결되고 도와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것이다. 이용정지를 당하는 일주일이 마치 ‘카카오’라는 거대한 감옥에 갇힌 시간들 같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같은 문의가 오면 카카오톡 정지 해제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에 문의하는 방법을 안내한 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정지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카카오페이머니 출금 등에 대한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며 “증권계좌나 펀드 등 증권 서비스와 관련된 사안은 카카오페이증권에 요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유저가 카카오톡 계정을 ‘도용’ 당한 상황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없다. 계정도용 신고를 누른 유저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의 카카오톡 계정이 도용됐으니,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에 카카오톡은 임시이용정지 후 추가 구비 서류를 제출해 아이디를 영구 정지시키고 수사기관에 문의하기를 권고하는 것이 전부다. A씨는 “주변에서 카카오톡 지갑을 만들고, 공인인증서를 대신한다고 난리인데, 난 계속 말리고 있다”며 “무슨 문제가 생기면 소통도 안 되고 해결책도 없는 애플리케이션인데, 무엇을 믿고 개인의 금융과 공인인증서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네이버·구글에 밀리는 개인정보 보호 장치
이에 카카오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사 기관에 문의하는 방법이 전부지만, 다른 지역에서 카카오톡 로그인이 되는 것을 감지하면 로그인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방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