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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에서 홍다인 역을 맡은 배우 권나라. [사진 KBS]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에서 홍다인 역을 맡은 배우 권나라. [사진 KBS]

KBS2 월화드라마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별다른 기대나 관심 없이 시작했지만 지난달 경쟁작인 SBS ‘펜트하우스’ 시즌 1이 종영하면서 슬슬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니 지난 1일 방영된 13회 시청률은 13.6%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 제작발표회 당시 “저희가 3월 13일로 생일이 같다”며 목표 시청률을 13%로 내건 김명수(29)와 권나라(30)의 바람이 이뤄진 것. 유쾌ㆍ상쾌ㆍ통쾌 등 일명 ‘3쾌 드라마’를 표방한 액션 코믹 미스터리 수사극은 무거운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 일당을 척결하고 사후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지 끝까지 책임지는 애프터 서비스를 곁들인 ‘사이다’ 전개가 통한 셈이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황진이와 논개 겸비한 홍다인 역 권나라
기민함과 대범함으로 극에 활력 불어넣어
헬로비너스로 데뷔해 단역부터 차근차근
작품 고르는 안목과 꾸준한 성장세 빛나

사실 암행어사는 그동안 사극에서 여러 차례 다뤄져 온 소재다. 조선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연결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범용성 덕분에 정통 사극이나 퓨전 사극에서 모두 유용하게 사용돼왔다. 이번 ‘암행어사’는 홍다인(권나라)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암행어사 성이겸(김명수)과 몸종 박춘삼(이이경) 사이에 한명을 추가함으로써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본디 양반가 규수로 태어나 곱게 자랐지만 아버지 휘영군의 석연치 않은 죽음 이후로 때론 다모로, 또 때론 기녀로 상황에 맞춰 변신하면서 어사단의 험난한 여정에 큰 힘이 되어준다.
 
극 중 홍다인은 황진이의 미모와 논개의 기백을 겸비한 여인으로 활약한다. [사진 KBS]

극 중 홍다인은 황진이의 미모와 논개의 기백을 겸비한 여인으로 활약한다. [사진 KBS]

암행어사 성이겸(김명수)와 몸종 박춘삼(이이경)과 함께 암행을 떠나 남장한 모습. [사진 KBS]

암행어사 성이겸(김명수)와 몸종 박춘삼(이이경)과 함께 암행을 떠나 남장한 모습. [사진 KBS]

권나라는 ‘황진이의 미모와 논개의 기백’이라는 캐릭터 설명에 꼭 들어맞는다. 2012년 걸그룹 헬로비너스로 데뷔했을 때부터 모델 같은 9등신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주목받았던 그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장안 최고의 기녀로서 화려한 의상은 물론 어사단의 일원으로서 눈에 띄지 않기 위한 남장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광산에 끌려간 어사단을 구하기 위해 주모로 분장해 술독을 앞세워 들어가는 대범함과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책비로 분해 전라도 관찰사와 마주하는 기민함도 갖췄다. 기녀로 잠입해 앵속 파티를 연 양반집 아들들을 잡아들인 것도 그가 아니었으면 쓸 수 없는 전략이었다.  
 
“사극도, 액션도 처음”이라던 그는 대범하게 도전을 받아들였다. 활쏘기 실력이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겁내지 않고 활을 뽑아 들 줄 알았고, 몸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당초 배우를 꿈꾸며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한 지 한 학기 만에 판타지오 연습생으로 들어가 춤과 노래를 익힌 것처럼 배우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덤빈 것이다. “내가 헬로비너스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몸매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말처럼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선달까. 항상 ‘내가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는 마음가짐은 그를 작품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키워냈다.  
 
걸그룹 헬로비너스로 활동하던 시절 모습. [일간스포츠]

걸그룹 헬로비너스로 활동하던 시절 모습. [일간스포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오수아 역을 맡아 조이서 역의 김다미와 대치하는 모습. [사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오수아 역을 맡아 조이서 역의 김다미와 대치하는 모습. [사진 JTBC]

“헬로비너스 시절 음악방송 1위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는 데는 되레 득이 됐다. SBS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에서 단역으로 시작해 ‘딴따라’(2016), tvN ‘나의 아저씨’(2018) 등 조금씩 비중을 늘려나가며 주연급으로 올라서게 됐다. SBS ‘수상한 파트너’(2017)의 유학파 검사,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의 야심 찬 아나운서, KBS2 ‘닥터 프리즈너’(2019)의 정신과 의사 등 전문직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하면서 아이돌 출신이면 으레 따라붙는 ‘연기력 논란’도 피해갔다. 2010년 보이그룹 인피니트 엘로 데뷔한 김명수 역시 꾸준히 연기 활동을 병행해온 케이스. 두 사람은 2019년 각각 ‘단, 하나의 사랑’과 ‘닥터 프리즈너’로 KBS 남녀 신인상을 받으면서 차세대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권나라는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 1위에 오른 JTBC ‘이태원 클라쓰’(2020) 등 작품 고르는 안목도 좋은 편이다. 박새로이(박서준)의 첫사랑이자 라이벌이자 원수인 장가에서 일하는 전략기획팀장 오수아 역을 맡은 그는 이전보다 한층 복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이번 ‘암행어사’가 끝나고 다음 작품을 선보일 때쯤이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나의 아저씨’ 종영 후 갔던 아이유 콘서트에서 “내가 원하는 나, 나에게 편안한 나, 대중이 보는 나, 대중이 원하는 나는 다른데 그걸 잘 맞춰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씩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다른 캐릭터에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숙제를 풀다 보면 대중이 기대하는 권나라의 모습도 훨씬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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