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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카카오M 합병은 자체 콘텐트 강화 시너지

중앙선데이 2021.02.06 00:20 723호 15면 지면보기

실전 공시의 세계

최근 카카오가 두 자회사 간 합병을 공시했습니다.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 업체 카카오페이지와 영상(영화·드라마)제작 및 스타매니지먼트 업체 카카오M을 합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증권가는 놀랐습니다. 이 분야의 맞수 네이버가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를 발표한 지 딱 닷새 만에 카카오가 대형 합병 건을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엔터 기업가치 할증해 7조
글로벌 시장 강자로 부상 전망

네이버는 플랫폼 ‘왓패드’ 인수
증시선 호재 판단, 탄탄한 움직임

기업간 합병 비율 싸고 종종 논란
한국아트라스BX 주주, 소송 제기

카카오는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에 대한 반격으로 합병을 결정했을까요? 닷새라는 간격으로 보건대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또는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오랫동안 합병을 검토해왔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립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기업 간 합병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주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마치면 진에어(한진그룹 계열 LCC)와 에어부산을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에어부산 주주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합병은 말 그대로 두 회사를 합친다는 겁니다. 진에어가 에어부산을 합병한다면 에어부산은 자산과 부채를 진에어에 이전하고 소멸합니다. 에어부산 주주들은 그 대신 진에어로부터 합병대가(소멸대가)를 받는데요, 현금이 될 수도 있고 진에어 신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 간 합병에서는 대개 신주로 보상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에어부산 주주들은 진에어의 주주로 변신하는 셈입니다.
 
기업 간 합병 공시가 나오면 종종 논란이 크게 발생하는데, 심지어 합병 무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A사와 B사 간 합병 공시를 열어보면 합병비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합병하는 회사 A의 주당가치가 1만원, 합병되는 회사 B의 주당 가치가 5000원으로 평가됐다면 합병비율은 1대0.5가 됩니다. B사 주식 10주를 가진 갑 주주가 있다면 A사는 신주를 5주만 발행해 주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B사 주당가치가 2만원이라면 합병비율은 1대2가 되어, 갑 주주는 A사 신주를 20주 받습니다.
 
A사의 주주들은 될 수 있으면 합병신주를 적게 발행해 지분 희석 효과를 감소시키고 싶어합니다. 반대로 B사 주주들은 보상(합병신주)을 최대한 많이 받고 싶어합니다. 이렇다 보니 주당 합병가치가 부적절하게 평가됐다는 이유로 한쪽 회사의 주주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지난해 삼광글라스 계열 3사가 합병할 때 일반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하고 기관 투자자들까지 동조하자 회사 측이 합병비율을 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가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 한국아트라스BX 합병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질 전망입니다. 한국아트라스BX 주주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며 임시주주총회 개최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대주주가 사실상의 개인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후 주력 계열사에 합병시키는 사례가 과거 있었습니다.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반주주들은 합병비율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간 합병에서 이런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두 회사의 대주주는 카카오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지분 63.4%, 카카오M 77.3%를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 주주들은 모두 사모펀드 등 기관 투자자이며 개인 소액주주들은 거의 없습니다. 합병비율은 1대 1.31로, 카카오M 주주들은 1주당 카카오페이지 신주를 1.31주 배정받습니다. 카카오가 가장 많은 신주를 받기 때문에 합병회사(사명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바꿀 예정)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율은 69%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큽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기업에 대해 일반적으로 유사 글로벌 기업 대비 할인(다스카운트)을 적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는 오히려 20%~30%의 할증(프리미엄)을 적용해 약 7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매겼습니다. 그 기대를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연 매출 수천억원 규모의 자회사들을 합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콘텐트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덩치를 가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형을 키운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페이지는 8500여 개의 웹툰 및 웹소설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이런 IP에 기반한 드라마·영화 등 영상물 제작을 외부 업체에 맡겨왔습니다. 합병 이후에는 자체 제작 비중을 크게 높이는 등 시너지 효과 창출에 주력할 것입니다. 카카오TV도 영상물 유통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카카오톡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빠르게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습니다.
 
네이버가 인수하는 왓패드는 월 사용자가 9000만 명입니다. 네이버웹툰 월 이용자 7200만 명까지 합하면 1억6000만 명에 이릅니다. 왓패드가 보유한 10억여 편의 콘텐트 가운데 이미 1500여 편이 영상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카카오는 이에 맞서기 위해 내년보다는 올해 중으로 IPO를 진행해 공모자금 조기 확보에 주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회사의 주가에는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것인지, 올해 들어서도 탄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글로벌모니터 대표다.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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