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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에 K팝 접목 아기상어, 반 발자국 앞서가기 통했다”

중앙선데이 2021.02.06 00:20 723호 19면 지면보기

[파워 크리에이터]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최근 세계 콘텐트 시장이 격변하면서 K콘텐트를 이끄는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류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감각과 안목을 들여다본다.
 

유튜브 78억 뷰, 매일 기록 경신 중
‘핑크퐁’ 영상 20개 언어로 서비스

영유아, 문화적 차이 크지 않아
K콘텐트 글로벌 스탠더드화 선봉

국악·EDM 버전, 다양한 콜라보
‘원히트’ 그치지 않고 무한 변신

78억 뷰. 유튜브 사상 최다 조회 기록을 매일 새로 쓰고 있는 건 ‘아기상어’다. 한국의 동요 콘텐트 기업 스마트스터디의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Baby Shark Dance)’ 영상 말이다. 지난해 11월 2일 70억 3700만 뷰를 찍으며 2017년부터 1위를 유지해온 루이스 폰시의 뮤직비디오 ‘데스파시토’를 제친 이후에도 조회 수가 매일 1000만 뷰 이상 오르고 있다. 이 영상이 담긴 유튜브 핑크퐁 채널에는 5000여 편의 관련 콘텐트가 20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고, 구독자 7000만 명에 누적 조회 수는 360억 건에 달한다.
 
유튜브뿐만 아니다. 164개국에서 출시된 170여 종의 모바일 앱 시리즈는 2억 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112개국 스토어에서 교육 분야 매출 1위에 올랐다.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아기상어’가 20주 연속 오르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6위에 오르는 등 음원 시장도 장악했다. 올봄에는 세계 최대 키즈 채널인 니켈로디언과 공동제작한 TV 애니메이션 ‘베이비 샤크 빅쇼’도 나올 예정인데, 지난 연말 북미 지역에서 방송된 크리스마스 스페셜 영상은 이미 북미 케이블TV 유·아동 분야 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런 동요는 없었다. BTS 같은 K팝 스타나 개성적인 캐릭터가 등장한 것도 아닌데, 미국 전래 동요를 리메이크해 만든 동요 율동 영상이 한류를 넘어 ‘K콘텐트 글로벌 스탠더드화’의 선두주자가 된 비밀이 뭘까. 스마트스터디 공동 창업자이자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승규(47) 부사장은 ‘반 발자국 앞서가기’ 전략을 꼽았다.
 
“아기상어가 동물 동요 앨범 20곡 중 하나인데, 그 앨범 컨셉트가 ‘반발자국 앞서가자’였거든요. 클래식에서 한 소절을 따오거나 전래 동요를 K팝처럼 편곡하는 식으로, 어디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를 변주해 발전시키는 ‘익숙한 낯섦’을 택한 거죠. 소재면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어요. 기존 동요의 귀여운 동물에서 벗어나 공룡이나 상어나 사자처럼 좀 무서운 동물까지 확장한 건데, 두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아역배우들은 ‘싱어게인’ 무명가수 느낌?”
 
‘아기상어 아빠’로 통하는 이승규 부사장은 스마트스터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사업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아기상어 아빠’로 통하는 이승규 부사장은 스마트스터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사업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하지만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동요 대박 사건을 콘텐트 내적인 이유로 한정지을 수는 없다. 시작은 콘텐트였지만, 결국 마케팅의 승리 아닐까. “몸치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 때문에 자발적인 캠페인이 시작된 것 같아요.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아만다 써니가 인도네시아 아침 방송에서 부른 걸 시작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단순 동요가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현상으로 바뀐 것이니까요. 그 현상을 우리가 시작한 건 아니지만 대응은 잘했다 생각해요. 인도네시아에서 조회 수가 올라가는 걸 확인한 바로 다음날 동료 2명이 자카르타로 날아가 핑크퐁과 아기상어 탈을 쓰고 현지 방송과 행사를 뛰며 이게 사실 스마트스터디라는 한국 회사가 만든 노래란 걸 알렸거든요.”
 
핑크퐁

핑크퐁

스마트스터디는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 매출이고, 특히 북미 지역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창업 당시부터 국내 출생률 감소 경향을 읽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팅한 것이다. ‘아기상어’ 영상에 다문화 아동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천진난만한 연기를 보여준 아역 배우들 캐스팅도 잘됐던 것 같아요. 모두 동양인인 것보다 받아들이는 폭도 넓어졌을 테니까요. 여자아이는 다른 나라로 갔고, 남자아이는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는데, 그 아이들로선 요즘 ‘싱어게인’의 무명가수 느낌 아닐까요? 누구나 아는 노래를 불렀지만 자기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웃음)”
 
글로벌 사업에 주력해온 만큼 코로나19의 타격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국 100개 도시를 돌았던 라이브쇼 투어 중단이 대표적이다. “2차 투어가 예정돼 있었는데 아쉽죠. 공연은 매출보다 아이들이 눈앞에서 경험하면서 애착감이 긴밀하게 형성될 기회니까요. 애초부터 영유아는 무조건 글로벌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상대적으로 문화적 차이가 작으니까 현지화 비용도 덜하죠. 딱히 미주시장을 노린 건 아닌데, 아기상어 원곡이 북미 쪽 전래동요잖아요. 마치 백설공주 잔혹동화처럼 슬픈 느낌의 원곡에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비트와 후렴구, 음악이 켜켜이 빌드업되는 K팝적인 느낌을 집어넣었거든요. 아이들이 들으면 흥겨워 몸을 움직이면서 자꾸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기본적인 본능에 맞았기에 글로벌하게 통한 것 같아요.”
  
자율 출퇴근, 무제한 휴가 “천국 아닌 정글”
 
니켈로디언 채널에서 방영될 ‘베이비 샤크 빅쇼’.

니켈로디언 채널에서 방영될 ‘베이비 샤크 빅쇼’.

사실 아기상어의 성공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을 빼곤 이야기할 수 없다. 2011년부터 ‘인기율동동요’라는 모바일 앱으로 매출을 올려온 스마트스터디가 2016년 ‘공짜’ 플랫폼 노출을 시작한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채널 구독자에게 관련 영상을 자동 노출시키는 유튜브 알고리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2015년쯤 유튜브에서 미국 쪽 동요 딜리버리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는 얘길 들었죠. 우리는 앱에서 매출을 만들던 회사라 공짜로 풀기가 망설여지긴 했는데, 워낙 성장하는 플랫폼이니 빨리 올라타서 테스트를 해보기로 한 거죠. 그 시점이 절묘하게 유튜브가 확 퍼지던 시점이라 기존에 못 만났던 유저를 얻게 됐어요. 앱을 다운받아야 볼 수 있었던 콘텐트가 유튜브에선 몇 곡 듣다 보면 계속 저절로 뜨니까요. 사실 아기상어 영상도 핑크퐁 채널을 구독하면서 여러 영상을 접했던 알고리즘을 통해서 전해진 것이에요. 아기상어가 화려하게 핀 꽃이지만, 그 뿌리와 줄기에는 핑크퐁이라는 브랜드로 그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곡들의 영향이 녹아있죠.”
 
아기상어가 일시적 붐에 그치지 않은 것도 핑크퐁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확장성을 더해간 덕이다. 본업인 동요 콘텐트 개발에 머문 것이 아니라 영상 배급부터 공연 제작,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까지, 원천 콘텐트를 이용해 ‘360도 사업’을 벌이며 사람들을 아기상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아기상어로 뜨고 보니 대부분의 노래가 짧은 시간 풍미하고 사라진다는 게 가장 큰 위협이더군요. ‘강남스타일’이 너무 좋지만 지금 굳이 찾아 듣지 않잖아요. ‘원히트 원더’에 그치지 않으려면 모든 콘텐트에 새로움을 더해야 하죠. 음악적으로는 국악 버전, 캐롤 버전도 만들었고 EDM 버전으로는 코첼라 페스티벌까지 진출했어요. 콘텐트적 관점에서도 다양한 접점에서 여러 결을 리치하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빅쇼’ 경우엔 캐릭터 룩 자체를 미국 카툰 스타일로 그렸는데, 셀럽도 신비감이 있어야 하잖아요. 요즘 ‘부캐’ 유행도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한 건데, 햄버거 라이선스부터 공연 제작까지 다양한 콜라보를 하면서 각각의 컨텍스트에 맞게 변주하고 있어요. 우리가 크리에이터이자 퍼블리셔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상반기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방영 예정인 ‘빅쇼’는 지난해 K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르다. “한국에서 만든 게 가족의 짧은 이야기였다면, ‘빅쇼’는 엄마 아빠도 직업이 다 있고, 아기상어가 단짝 친구와 라이벌도 만나면서 가족관계를 벗어나 횡적인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들어있죠. 공동 제작이라 우리 아이디어와 접점을 찾으며 국적이 분간되지 않는 유니버설한 느낌으로 만들고 있어요.”
 
아기상어의 무한 변신은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터전에 기반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창업 당시부터 자율 출퇴근제와 무제한 휴가를 고수해 온 것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사무실에는 사람보다 인형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여기가 천국이 아니라 정글”이라고 표현했다. “콘텐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죠.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인은 자율성이라 생각해요. 결국 성과를 내야 하는데 나의 성과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내가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겠죠. 본인이 엄마인 크리에이터들이 기존의 레거시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콘텐트를 자유롭게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기상어가 탄생한 거라 생각합니다.”
 
유주현 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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