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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맨도 뿔났다 “성과급 산출기준 공개하라”

중앙일보 2021.02.05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2021 임금복리후생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원대표 측에서 "성과급 산출기준을 투명하게 공개달라"는 요청이 공식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2021 임금복리후생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원대표 측에서 "성과급 산출기준을 투명하게 공개달라"는 요청이 공식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과 복지여건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노측이 ‘성과급 체계 개선’을 공식 제기했다. SK텔레콤에서는 “실적에 비해 성과급 규모가 줄어들 듯하다”며 불만 목소리가 나왔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성과급 내홍’이 주요 대기업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영업이익 더 올린 반도체 지급률
다른 부문보다 낮자 불만 터져
사측 “성과급은 회사 고유 권한”

아리송한 성과급에 뿔났다

4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진행하는 ‘2021년 임금복리후생협의’ 과정에서 사원대표 측이 “성과급의 산출기준을 투명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말까지 올해 급여 베이스업(호봉을 포함한 전반적인 임금 인상)과 시간외근로·초과근로 범위, 연금제도 개선 등을 논의한다. 이 관계자는 “주요한 의제 중 3일부터 초과실적성과급(OPI) 산출기준 투명화와 관련 제도 개선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성과급 지급 이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사원들 사이에서는 “절반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었는데 보상이 미흡하다” “기준이 아리송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사원대표 측에서 성과급 체계 개선을 정식 안건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원대표 측은 “OPI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지급 규모의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성과급 제도를 체계화했다.〈그래픽 참조〉 특히 2013년 도입한 OPI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꼽혀왔다. OPI는 연초에 목표했던 이익을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이내에서 개인별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한다.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겉으론 말 못하지만 내부선 ‘부글부글’

삼성전자는 지난해 DS와 소비자가전(CE), 스마트폰(IM)부문에서 각각 18조8100억원, 3조5600억원, 11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DS부문 소속 5만여 명은 성과급으로 연봉의 47%를 받았다. IM부문이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각각 50%를 받은 것과 비교되면서 내부에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상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부글부글 끓는다’는 게 내부 여론”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가 성과급 기준 공개를 요구한 게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도 “(사원대표가) 공정한 성과 측정과 초과이윤에 대한 합리적 배분이 논의될 시점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풀이했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위원장도 이날 중앙일보 전화 통화에서 “전자 계열사 내에서 오래전부터 OPI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권과 관련한 문제’라며 선을 그어왔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다른 전자 계열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부문으로 나눠 노사협의회를 열고 임금·복지여건 등을 결정한다. 사측에선 인사·노무담당자가, 노측에선 직원 투표로 선출된 70여 명의 사원대표가 참여한다. 이와 별개로 현재 4개인 노조와도 단체협상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주요 대기업 성과급 논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대기업 성과급 논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성과급은 일종의 영업기밀”

전문가들은 투명한 성과관리에는 동의하지만, 그 체계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최승철 사람인 HR연구소장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성과급은 노사 간 합의사항으로 볼 수 없다”며 “특히 투자계획 등과 맞물려 있는 일종의 영업기밀에 해당해, 이를 자세히 공개하라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사원들에게 성과급 예상 지급률을 사전에 공지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과급 규모로 갈등을 겪던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날 오후 “초과이익배분금(PS) 산정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안으로 바꾸고,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를 발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그동안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었는데 성과급은 지난해(연봉의 20% 격려금)와 같으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해왔다. 최태원 SK 회장이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SK텔레콤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해 21.8% 늘어난 1조343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성과급을 현금과 주식으로 나눠서 받는 ‘구성원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받은 일부 직원들이 “지난해보다 액수가 줄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는 이에 박정호 최고경영자(CEO)에게 “구성원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준의 액수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박 CEO는 “사회적 가치가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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