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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 9시인데…대리운전이 안 잡힌다

중앙일보 2021.02.05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민들이 저녁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역 인근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뉴스1]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민들이 저녁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역 인근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뉴스1]

대기업 임원인 박모(54)씨는 최근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을 먹은 뒤 오후 9시쯤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지만 한 시간 넘게 차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박씨는 “이후에는 아예 오후 5시쯤 대리 기사를 예약하고 저녁 자리는 8시반쯤 끝낸다”고 말했다.
 

코로나 ‘신데렐라 통금’이 바꾼 일상
택시·대리 피크타임 심야→초저녁
밤 9시면 버스·지하철도 북적북적
밤 8시 전후 마무리 분위기 확산
“시간 제약없이 모임을” 호텔 상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오후 9시 이후 매장 내 식사 금지가 일상이 됐다. 소비자들이 저녁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카카오T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대리운전 기사 호출의 75.5%가 오후 6~10시에 집중됐다. 지난해 11월 같은 시간대 대리운전 호출 비중(31.7%)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대리운전 호출이 전체의 53.6%를 차지했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이후 (고객들의) 귀가 시간도 그만큼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일반 식당·주점에선 오후 9시까지만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실 수 있다. 오후 9시 이후에는 배달이나 포장 판매만 가능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오후 8시를 즈음해 저녁 자리를 접는 분위기도 확산한다. 오후 9시에 맞춰 식당을 나오면 택시를 타기도 어렵고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붐비기 때문이다. 22년차 택시기사 김영환씨는 “오후 9시에 딱 한 팀 태우고 나면 다음부터는 정말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8시30분쯤부터 한 시간가량만 제대로 영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장거리 손님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T 대리 시간대별 호출 비중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 T 대리 시간대별 호출 비중 증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합 가능 인원이 4명 이하로 제한되면서 직장인 사이에선 세대·직급별로 모임을 따로 하는 분위기도 널리 퍼진다. 기업에서 부서별 회식은 급격히 줄었다. 외부 업체와의 업무상 만남은 실무자들만 참석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문성준 SK그룹 부장은 “집합금지 조치로 세대·직급 간 소통이 사실상 단절돼 고민스럽다”며 “술자리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윗세대가 지식이나 네트워크를 공유하곤 했는데 요즘엔 그런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이런 변화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얏트 호텔 계열의 안다즈 서울 강남이 지난해 말 선보인 ‘레이디스 & 가이즈 나이트 아웃 패키지’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 스위트룸에 친구 등을 불러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일반 식당·주점과 달리 오후 9시까지라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패키지 고객에겐 호텔에서 술과 라면을 제공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체적인 투숙객은 급감한 상황이지만 이 패키지는 다음달 말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찼다고 호텔 측은 전했다.
 
오후 9시를 전후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비용은 비싸졌다. 대리운전 업계 관계자는 “‘콜’(대리운전 기사 호출)이 안 잡히는 데 (고객에게) 가격을 올리겠냐고 물으면 어쩔 수 없이 응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광화문~수지(경기도 용인)의 (대리운전) 요금이 6만원대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대리기사가 많이 버는 건 아니다”라며 “잘해야 하루 한 번 (손님을) 받다 보니 이왕이면 아예 멀리 가는 걸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수기·추인영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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