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2/04/2a6c2bde-8a2a-47d2-90da-3dc4d83da4ec.jpg)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폭탄이 터졌다.”
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탄핵" 발언을 한 적 없다는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난 데 현직 법관이 한 말이다.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언론 보도에 입장문을 낸 건 3일 오후 1시쯤이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안 돼 임 부장판사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반박문을 내며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그리고 4일 아침,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는 김 대법원장의 말은 육성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현직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낱낱이 밝혀지는 데 채 20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파문이 퍼지자 4일 오후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해 송구하다”는 사과했다.
일부 법관은 “거취 결정해야” 강경 목소리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녹취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른 부장판사는 “이 건은 대놓고 저지른 범죄”라며 김 대법원장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 년 가까이 법관의 사표를 묵혀두고 결국 탄핵이 될 때까지 기다린 것밖에 더 되겠냐”며 “입법부에 사법부를 내주겠다는 건데, 입법부 눈치를 보는 사법부 수장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탄핵 추진 언급 자체가 탄핵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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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법 부장판사는 “판사들도 정권이 무섭고 사법부 내 정권 친위대가 두렵다고 생각해 입을 닫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매우 큰 문제이지만, 판사들은 사건을 지켜본 뒤 신중히 입장을 표명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다수 판사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위상과 법관들의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냈다는 점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거취 문제를 외면한다 해도 사법부가 입은 상처는 적지 않을 거란 뜻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원 가족 여러분’이라며 법관들을 불러온 것이 김 대법원장 아니었나”며 “그런데 실상은 외부인이 구성원을 한 대 쥐어박으려 하는데 그를 붙잡아 팔을 뒤로 꺾은 뒤 때리라고 내주는 꼴”이라는 말로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