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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막판 사면에도···'극우 킹메이커' 배넌, 또 수사받는다

중앙일보 2021.02.04 16:19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받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다시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NYT=연합뉴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받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다시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NYT=연합뉴스]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든 킹 메이커이자 책사로 통했던 스티브 배넌(68)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다시 위기에 처했다. ‘멕시코 장벽 모금’ 사기 사건으로 구속까지 된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사면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는가 싶었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맨해튼지방검찰청이 뉴욕주 법에 따라 배넌을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지검장이 이끄는 수사는 현재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사이러스 밴스 뉴욕 맨해튼지검 검사장은 스티브 배넌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이러스 밴스 뉴욕 맨해튼지검 검사장은 스티브 배넌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배넌은 지난 2018년,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며 온라인 펀딩 사이트에서 2500만달러(약 279억7000만원)를 모금했다. 지난해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은 배넌이 공범 세 명과 모금액 중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달 20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를 몇 시간 남기고 배넌을 포함해 73명을 사면했다. 배넌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면부터 된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당시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만 해도 사면자 명단에 배넌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고 한다. 다만 사면은 연방검찰청 수사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따라서 최근 맨해튼지검이 주 법률에 따라 다시 수사에 나서면서 사면과 무관하게 됐다.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AFP=연합뉴스]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AFP=연합뉴스]

 

배넌은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2007년 창립 멤버로 참여하고 5년 뒤 경영을 맡았던 극우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Breitbart)’가 큰 몫을 했다. 자칭 ‘대안 우파(Alternative Right)’라며 기존 공화당 지지자들과 차별화를 선언한 일명 ‘브라이트바터’들은 정통 보수의 지지 기반이 없었던 트럼프에겐 표밭이 됐다.
 
스티브 배넌은 2017년 2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타임지 캡쳐]

스티브 배넌은 2017년 2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타임지 캡쳐]

 
이후 2017년 수석전략가라는 직책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위대한 조종자(The Great Manipulator)’란 호칭으로 그해 2월 타임지 표지까지 장식했다.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이슬람권 일부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행했다. 하지만 각종 돌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고,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과 충돌하면서 영향력을 잃었다. 결국 그는 7개월 만에 경질됐다.
 
배넌은 지난 2018년 칼럼니스트 마이클 울프가 트럼프 주변 인물 200여명을 인터뷰한 뒤 쓴 책『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와 접촉한 의혹에 대해 “반역·비애국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게 트럼프의 분노를 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미 의사당 습격 전날엔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미국 칼럼니스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 [EPA=연합뉴스]

미국 칼럼니스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 [EPA=연합뉴스]

 
1953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아일랜드계 미국인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배넌은 어릴 적 존 F. 케네디를 비롯해 미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미 해군 장교로 입대하면서 정치 성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골드만삭스에서 2년 가까이 일했으며, 다큐멘터리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이후 2012년 브라이트바트의 창업자였던 앤드루 브라이트바트가 심장마비로 숨지자 그 뒤를 이어받았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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