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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아들 살릴것" 낙동강 살인 무죄 이끈 '엄마의 유산'

중앙일보 2021.02.04 11:55
경찰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으로 21년 옥살이 후 4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무죄 선고를 받은 최인철(왼쪽), 장동익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찰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으로 21년 옥살이 후 4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무죄 선고를 받은 최인철(왼쪽), 장동익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피해자 2명이 재심에서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기어코 아들의 앞길을 열어준 이는 엄마였다”며 장동익(63)씨의 어머니 사연을 전했다.
 
4일 박 변호사에 따르면 장씨의 어머니는 사형수 구명 활동을 해온 삼중 스님을 법회 때마다 찾아갔다. 어머니는 “가난한 농부의 집 자식으로 태어난 우리 동익이가 살인 혐의로 징역을 살고 있다”며 “순진한 우리 동익이를 경찰서에서 밤낮없이 고문했다”고 호소했다. 테이프로 눈을 가리고 수건으로 입을 막은 다음 상의를 벗기고, 수갑을 채워 상체가 아래로 향하게 매달고 코로 물을 먹이는 물고문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던 삼중 스님은 사람들에게 장씨의 억울함을 알리는데 힘썼다. 
 
그러던 장씨의 어머니는 2003년 11월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어머니는 “내가 죽어서라도 내 자식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유언과 함께 사건 기록을 유산으로 남겼다. 10년 뒤 출소한 장씨는 이 기록을 들고 박 변호사를 찾아갔고, 결국 31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 곽병수)는 장씨와 최인철(60)씨에게 강도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체포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고문과 가혹 행위로 이뤄진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어 무죄 선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최씨와 장씨는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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