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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약 두달치 처방해주소" 코로나에 이런 환자 13% 늘었다

중앙일보 2021.02.04 05:00
코로나19가 발생한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뉴스1

코로나19가 발생한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뉴스1

"선생님, 이번에도 혈압약 두달 치를 처방해주시면 안 되나요."
3일 오전 서울 중구의 M의원. 고혈압을 앓고 있는 H(72)씨가 원장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H씨는 매달 병원을 방문해 혈압이 잘 관리되는지 등을 진료 받고 약을 타 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이후에는 방문 주기를 두 달로 늘렸다. 혹시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이 크다. 

심평원,작년 진료 급감 분석
입원 환자는 9.3% 줄었다

 
H씨는 이날 피부 가려움증을 줄이는 연고를 같이 처방해달라고 요청했다. 겨울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길 때가 있는데, 이에 대비해 미리 약을 타갔다. 이 병원 김모 원장은 "환자가 병원에 오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약을 같이 달라고 한다. 여러 번 오는 게 두려워서 그런다"며 "요즘 이런 환자가 대부분이라 지난해 환자가 20%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병원 외래 방문을 1억8560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보다 12.8% 줄었다. 외래방문 환자는 1.7% 줄었다. 환자 감소에 비해 방문 횟수 감소 폭이 훨씬 크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긴 했으나 되도록 약 처방일수를 늘리는 식으로 횟수를 줄였다. 
코로나19로 병원 방문 급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로 병원 방문 급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래 환자 방문 횟수는 2% 가량 증가해왔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난해에는 최소한 이 정도는 늘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12.8% 줄었다. 동네의원은 13.1%(환자수는 3.6% 감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환자도 마찬가지다. 입원한 사람은 9.3% 줄었다. 상급종합병원만 보면 9.7% 줄었다. 전체 외래 환자 감소 비율(1.7%)보다 훨씬 높다. 이유는 외래 진료는 잠깐 병원에 들르면 되지만 입원은 며칠 병원에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진다. 

 
외래 방문과 입원이 줄면서 진료비 총액은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 총액은 줄지 않았지만 증가 그래프가 꺾였다. 지난해 외래 진료비(건강보험 부담+환자 부담)는 0.4%, 입원 진료비는 2.6% 늘었다. 외래 진료비가 2017년 이후 연평균 10%, 입원진료비가 10~16% 증가해왔으나 이번에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난해에는 최소한 1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M의원 김 원장은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 환자는 찾기 힘들 정도"라며 "마스크를 쓰고 손씻기를 잘 하니 감기나 독감에 걸리는 환자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마스크 덕분에 감염 질환 환자가 줄고, 코로나 걱정 때문에 병원을 덜 간다. 또 약 타러 여러 번 병원 가지 않으려고 처방 기간을 길게 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의료 이용 감소는 그 동안 과도한 이용의 거품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 면이 있다"며 "한국의 연간 외래 진료 방문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약 세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에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참에 동네의원의 진찰료 체계를 개편하자고 제안한다. 초진료(첫 방문 진찰료)를 올리고 재진료(2차 방문 진찰료)를 낮추자는 것이다. 병원이 첫 방문에서 진료를 마무리하고 재방문을 유도하지 않게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런 식으로 바꾸면 의사는 환자를 덜 봐서 좋고, 환자는 재방문의 시간 비용을 줄여서 좋다"며 "일본은 재진료가 초진료의 4분의 1에 불과한 점을 참고로 하자"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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