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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을까 말까 '배드파더스'…양육비 700건 해결 '정의의 악동'

중앙일보 2021.02.04 05:00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이 사이트에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이 거론되면서다. 지난 1일 한 TV 채널에서 양육비 관련 언급을 했는데, 그가 지난해 4월 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의혹으로 이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됐던 사실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슈추적]
공익 인정받은 '정의의 악동'의 2년 6개월

실명 공개를 당한 이들에겐 ‘악당’ 같고 양육비에 도움을 받는 사람에겐 ‘영웅’으로 평가받는 배드파더스는 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12월 '양육비 이행법'이 통과돼 오는 6월 시행을 앞뒀기 때문이다. 구본창(58) 배드파더스 대표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육비 지급이 잘 이뤄지면 사이트를 폐쇄할 것"이라면서도 "10월까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양육비 미지급은 범죄"…700건 넘게 해결 

지난 2018년 7월 개설된 배드파더스의 2년 6개월은 파란만장했다. 이혼 이후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얼굴과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양육비 해결사례는 700여 건이 넘는다고 한다. 신상을 공개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약 200건, 신상 공개 전 해당 부모에게 사전 통보를 하는데 이 방식을 통해 해결된 것도 500건 정도다.
  

각종 고소전 휩싸인 ‘악동’

수차례 폐쇄 위기도 있었다. 운영자들에게 신변 위협과 보복이 가해지기도 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20건이 넘는 고소를 당했고, 사이트 접속을 차단해 달라는 민원도 이어졌다. '사적 처벌'이라는 비판, '디지털 교도소'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악동 같은 정의구현’은 뜻밖에 공적 영역에서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1월 1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사이트 관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배드파더스 접속 차단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상 공개로 인한 공익성이 더 크다"는 이유였다.
 

양육비 미지급 제재 강화…신상 공개도 포함

지난해 12월 9일 '양육비 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은 감치명령(최대 30일)이었다. 개정법은 양육비 채무자가 또다시 1년 이내에 돈을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이 통과되자 배드파더스 측은 "법이 시행되면 사이트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지난 2일 여성가족부는 감치명령을 받고도 이를 따르지 않은 부모를 대상으로 ▶오는 6월부터 지방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 정지 처분 요청 ▶정부가 한시적 양육비를 긴급 지원한 경우에는 해당 부모의 동의 없이 소득세·재산세 신용·보험정보를 조회▶7월부터는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 홈페이지나 언론 등에 이름, 나이, 직업, 주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월 17일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사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1월 17일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사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사진공개 안 하면 효과 없어…10월까지는 유지할 것"

구 대표는 "7월부터 시작하니 최소 3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사이트를 당분간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여가부의 신상 공개 영역을 보면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사진을 공개 안 한다. 직장도 밝히지 못해 동명이인일 경우 특정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국가가 명단을 공개하는 사안을 살펴보면 아동범죄를 일으킨 사람만 사진을 공개하게 돼 있다. 법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신청자 증가 예상…예산 증액 문제도

구 대표는 또 "양육비 소송은 국가가 지원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과 법률구제공단에서 하는데 예산 증액 문제가 있다 "고 했다. 그는 "전국에 한부모 가정이 154만가구인데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직원 포함해 총 숫자가 57명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양육비 지급을 포기했던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대기 기간만 6개월"이라며 "앞으로 3~4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소송 관련 기관의 규모를 최소한 10배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감치 판결을 받아야 해당 제재가 적용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방이 주소를 바꾸면 소장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소송이 진행이 안 된다"며 "공시송달로도 감치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폐쇄되면 운영자들은 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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