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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총리가 정무직 공직자라는 민주당의 오만함

중앙일보 2021.02.04 00:04 종합 30면 지면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정세균 국무총리의 퇴장을 기다리는 듯 서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하자”고 주장하자 당일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박 글을 올렸었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정세균 국무총리의 퇴장을 기다리는 듯 서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하자”고 주장하자 당일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박 글을 올렸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홍남기 경제부총리 때리기가 선을 넘었다. 당 수석대변인인 최인호 의원이 홍 부총리를 ‘정무직 공직자’로 비하하면서 “국민 고통을 덜어주고자 당정 협의를 하겠다는 대표의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됐다”고 했다. 당 원로인 설훈 의원도 “서민의 피눈물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 우려한 홍남기 집단 공격
당 지시 따르라니…사회주의체제인가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국회 연설을 통해 4차 재난지원금 준비를 언급한 걸 두고 홍 부총리가 페이스북에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글을 올리자 민주당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급기야 홍 부총리가 기자들 앞에서 울먹이며 “숙고하고 절제해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블랙코미디다. 여당 대표의 연설 직후 홍 부총리가 비판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불쾌할 순 있다. 그렇더라도 홍 부총리의 발언 자체는 구구절절이 옳다. 이번 재난지원금만 20조원이라는데 1차(14조2000억원)와 2차(7조8000억원), 3차(9조3000억원)분을 넘어선 규모다. 여기에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 법제화하려던 자영업 손실보상제도 잠복해 있는 상태다. 도입될 경우 소요 재원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홍 부총리가 아니면 누가 재정 문제를 제기하겠나. 더욱이 정부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170여 석 거대 여당이 난리를 피우는 걸 보니 참으로 용렬하다. 행여 1, 2,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재정건전성을 위한 준칙 제정,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두고 민주당과 충돌하다 슬그머니 물러서 ‘홍두사미’란 별명을 얻은 홍 부총리이니 이번에도 겁박해도 된다고 믿은 건가. 그렇다면 폭력적이다.
 
본질적으론 홍 부총리를 ‘정무직’으로 칭하며 자신들은 ‘선출직’임을 은근히 내세운 대목에선 민주당이 대통령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의구심이 든다. 또 다른 선출직인 대통령이 구성한 게 정부여서다. 의회와 정부 사이의 작동원리는 견제와 균형이지 압박과 굴종이 아니다. 당정 협의란 허울을 씌웠을 뿐, 당의 지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건 사회주의체제의 당 지도성과 무엇이 다른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정리해야 한다. 홍 부총리가 지난해 사표를 냈을 때 문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에 큰 성과를 냈다”며 재신임했다. 하지만 정작 홍 부총리의 입장을 수용하기보단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그런 게 신임인가. 민주당이 이토록 안하무인이 된 데는 문 대통령의 방치도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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