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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님비(NIMBY)'전으로 진화한 수원·화성 군공항 이전 갈등

중앙일보 2021.02.03 18:20
경기도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된 화성 화옹지구 전경. 화성시

경기도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된 화성 화옹지구 전경. 화성시

"수원에서 군공항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희망을 가졌는데, 화성시가 반대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배신감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쪽(수원시)도 싫은 걸 왜 자꾸 화성으로 옮기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너무 이기적이시네요. 화성시민들은 소음 피해를 봐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이 온라인으로 번졌다. 경기도 '경기도민 청원' 게시판에 수원 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글이 올라오자 댓글을 통해 반대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원 군공항 이전을 반대한다"는 청원 글도 올라오면서 잠시 주춤했던 두 지자체의 갈등이 '온라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 전쟁 된 수원 군공항 이전 갈등 

경기도청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수원 군공항 이전 찬성 글'. 경기도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경기도청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수원 군공항 이전 찬성 글'. 경기도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3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쯤 경기도청 '경기도민 청원' 게시판에 "수원 군공항 이전 요청 건"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화성시 병점 인근에 사는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우리 동네도) 전투기 소음으로 일상생활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군 공항이 이전하면 수원시 일부 지역은 물론 화성시 개발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아이들의 학습권과 주민들의 안전과 쾌적한 삶을 위해 (화성시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그만하고 군공항 이전을 고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글엔 이날 오후 3시 현재 1235명이 동의하면서 청원 게시판 전체 안건 중 동의 수 기준 4위에 올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화성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화성시민들은 이 글에 40여건의 '반대한다'는 의견을 달고 "왜 수원시의 기피 시설을 화성시에 유치하느냐", "수원시에만 사람과 아이들이 사느냐"고 항의했다. 지난 2일엔 '화성 시민의 동의 없이 진행된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555명이 동의했다.  
경기도청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수원 군공항 이전 반대 글. 경기도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경기도청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수원 군공항 이전 반대 글. 경기도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수원시 인구 급증하면서 논란된 군 공항

논란의 군공항은 1954년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에 들어선 10전투비행단이다. 설립 당시엔 공항 주변이 논, 밭 등으로 이뤄진 공터여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수원시 곳곳에서 대대적인 택지개발이 이뤄졌다. 1980년 31만명이던 인구수는 1990년대 70만~80만명으로 급증했고 2000년 들어서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수원시 인구는 120만명으로 울산광역시 인구보다 많다. 
 
주민 수가 늘면서 군공항 이전은 수원시 최대 민원 중 하나가 됐다. 비행기 소음과 노후 시설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수원시는 2014년 3월 국방부에 수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다. 국방부는 이듬해 6월 타당성 승인을 내리고 2017년 2월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광주, 대구, 수원 군공항 이전 시민연합회 회원들이 국방부 앞에서 군공항 조속 이전 촉구 연합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광주, 대구, 수원 군공항 이전 시민연합회 회원들이 국방부 앞에서 군공항 조속 이전 촉구 연합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화성시는 "지자체와 합의하지 않은 일방적 발표"라며 국방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군공항 후보지인 화옹지구의 생태적 가치 등을 강조하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화성시는 2018년 11월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에 화옹지구에 있는 화성습지를 올리고 람사르 습지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후 군공항 이전은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수원시·화성시 갈등 다시 확산하나.

그러나 이 청원 글이 올라온 이후 수원시와 화성시도 다시 꿈틀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군공항 이전 사업이 상당한 진척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화옹지구에) 민간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통합국제공항이 들어설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화성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비등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양쪽 주민들이 충분한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면밀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수원시 소통협력과 관계자는 "앞으로도 군 공항 이전의 타당성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화성시 갑), 이원욱(화성시 을), 서삼석(영암·무안·신안군) 의원과 화성시ㆍ무안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국회 소통관에서 지자체장의 '군공항 유치신청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 공항의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화성시 갑), 이원욱(화성시 을), 서삼석(영암·무안·신안군) 의원과 화성시ㆍ무안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국회 소통관에서 지자체장의 '군공항 유치신청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 공항의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시는 염 시장이 '찬반 여론이 비등하다'고 밝힌 것을 반박하기 위해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군공항 이전에 대한 시민 인식도 조사도 했다. 반대가 77.4%로 압도적이었다.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은 "이번 조사로 군공항 이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를 다시 확인했다"며 "화성시민들이 유언비어 등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담은 콘텐트 제작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할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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