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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뒤흔든 美개미 반란 2주 천하로 끝날까…‘사태 일단락’ 시각 우세

중앙일보 2021.02.03 18:06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의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와의 전쟁에서 거둔 짧은 승리는 '2주 천하'로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공매도 대첩의 중심에 있었던 게임스톱의 가치는 지난달 28일 최고 정점(483달러)을 찍은 후 2일 90달러에 마감해 고점 대비 81% 손실을 냈다. 
미국 뉴욕의 한 게임스톱 매장.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게임스톱 매장. 연합뉴스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전날 대비 30% 넘게 폭락한 채 출발한 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온라인 주식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all street bets·WSB)의 개미들이 “팔지 않을 것(not selling)”, “저가 매수 기회(buy the dip)”라며 서로를 독려했지만 추락하는 주가에는 날개가 없었다. 

 
게임스톱뿐만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외에도 은 선물 시장으로 대거 이동해 은 선물 가격을 8% 급등시켰지만 지난 2일 은값은 다시 10% 급락하며 지난 이틀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개미작전주’로 불린 종목이 모두 고전했다. 이날 AMC와 블랙베리도 41%, 21% 하락했다.
 

“쇼트 스퀴즈 끝났다”…가격 상승 어려워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 빌려 가는 게임스톱 주식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헤지펀드도 게임스톱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게임스톱 사태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매도 잔량(전체 주식 대비 청산되지 않은 공매도 비중)이 2주 전 140%에서 39%로 떨어졌다”고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을 인용해 전했다. 이미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상당히 청산했고,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공매도 청산) 주식을 사는 ‘공매도 쥐어짜기(쇼트 스퀴즈)’가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전설의 채권 투자자 빌 그로스는 이날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WSB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개미들이 충분한 자본과 전문적인 수학적 지식 없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결국 개인투자자들만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무료 증권트레이딩 플랫폼 로빈후드. 지난달 28일 게임스톱 거래를 중단시키며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중앙포토

미국 무료 증권트레이딩 플랫폼 로빈후드. 지난달 28일 게임스톱 거래를 중단시키며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중앙포토

임형준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260%까지 쌓여있던 공매도 잔량이 30%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미 게임스톱 사태는 끓는 점을 지났다고 본다”며 “다만 2일 종가인 90달러도 1월 초 대비 상당히 오른 수치인 만큼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게임스톱은 2008년 폴크스바겐 판박이”

게임스톱은 ‘제2의 폴크스바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일 미국 CNBC 방송은 게임스톱 주식을 둘러싼 상황 전개가 2008년 폴크스바겐 쇼트 스퀴즈 때와 유사하다며 이들 사례를 비교했다.
 
2008년 독일 증시에 상장돼있던 폴크스바겐은 그해 10월 포르셰가 지분을 늘렸다는 호재에 주가가 이틀간 4배 이상으로 올랐다. 공매도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폴크스바겐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쇼트 스퀴즈)을 맞게 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주가는 그해 10월 28일 정점을 찍은 뒤 나흘간 58% 급락했고 한 달 후엔 고점 대비 70% 떨어지면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쇼트 스퀴즈 상황이 끝나며 주가가 급락했다.  
로빈후드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왼쪽)와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왼쪽)와 블라디미르 테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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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미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재무부로 넘어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게임스톱 주가 변동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금융 당국 수장들과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오는 18일 로빈후드의 거래 제한 조치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로빈후드는 지난달 28일 주가 급등으로 증권사가 보유해야 하는 의무예치금을 감당할 수 없어 개인투자자들의 게임스톱 구매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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