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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놓고 서울시, 하림에 조목조목 반박

중앙일보 2021.02.03 17:31
서울시가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놓고 하림과 얼굴을 붉히고 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하림산업이 내놓은 개발안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버티고 있고, 하림 측은 “폭주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토지 개발을 두고 기업과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개발 승인을 해준 DMC 쇼핑몰 사업 땐 롯데와 8년을 줄다리기를 했다. 서울 송현동 땅을 놓고는 대한항공과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 "원칙과 기준에 부합한 좋은 개발할 것”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중앙포토]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중앙포토]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3일 이례적인 온라인 브리핑에 나섰다. 하림 측에서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언급한 데 이어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까지 한 상황에서 “서울시 입장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급작스레 열렸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 공간계획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개발을 유도해 나가겠다”면서도 “(하림 측이)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압박을 가하는 등 서울시의 정당한 공공행정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지역이 상습 교통정체 지역인 점을 감안해 용적률 400%로 관리하고 있으며, 부지 개발을 R&D(연구개발)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허가권이 있는 서울시가 '원칙과 기준'을 언급하며 개발을 한다는데 땅을 사들인 하림이 반발하는 것은 왜일까. 바로 서로 다른 개발 계획의 규모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400%로 개발해도 충분한데, 하림이 800%대의 개발안을 가져와 승인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논란 반복 

서울시와 하림이 갈등을 빚고 있는 땅은 양재동에 있는 화물터미널 부지(9만4949㎡)다. 양재동 IC 인근에 있는 곳으로 서울 외곽 부지 가운데선 덩어리가 크다. '파이시티' 사건으로도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과거 총 사업비만 2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복합유통센터 개발계획이 세워졌지만, 인허가 비리와 자금난에 휘말리며 이 땅은 10년 넘게 방치됐다. 하림산업은 이 땅을 2016년 4525억원에 사들였다. 매입 두 달 뒤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 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하림산업은 2년 뒤인 2018년 서울시에 투자의향서를 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교통실 택시물류과와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 사이에서 의견마찰이 빚어지면서 사업은 잠시 보류됐다. 지난해 6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양재 도시 첨단물류단지 복합개발 방안'을 밝힌 이후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또 제동이 걸렸다. 이번엔 하림이 용적률 799.9%로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를 지난해 8월 서울시에 제출해서다. 지상 70층, 지하 7층에 달하는 규모로 전체 연면적은 140만7913㎡. 물류시설 30%, 상류시설 20%,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R&D 등 총 50%로 구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도시계획국은 “사업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서울시 도시기본계획과 택지지구 단위계획 등 상위 도시계획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림그룹 로고 [중앙포토]

하림그룹 로고 [중앙포토]

 
요점은 용적률. 자연녹지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해줬지만 “상업지역에서 허용되는 최대 용적률로 개발 규모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그 근거로 교통정체가 심각한 점, 주변 부지와의 형평성을 들었다. 도시계획국은 “주변 인접지와 차별화된 과도한 개발을 허용하면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화 국장은 “(양재동 부지가) 국토부 물류시설 개발 종합계획에 도시 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서울시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 초고밀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일대는 상습교통정체 지역이라는 여건 등을 감안 오랜 논의를 통해 용적률 400%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림 “국가계획 사업 막는 폭주 행정”

서울 중구 서울시청. 뉴스1

서울 중구 서울시청. 뉴스1

서울시 브리핑에 하림산업 측은 곧바로 반발했다. “서울시가 국가계획에 반해 R&D단지를 조성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가 2015년 택배 등 도시물류 수요 증가에 맞춰 도시 첨단물류단지 제도를 도입해 그에 따른 개발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서울시가 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림 측은 “사업이 멈춰있는 이유는 관련 법령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도시계획국이 별도 법령을 적용받는 사업에 대해 도시계획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지속해서 반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이 아닌, 물류시설법 및 산단절차간소화법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림 측은 “서울시가 직권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양재부지의 도시 첨단 물류단지 조성사업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 외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림은 또 “서울시가 규제 인센티브에 '특혜'라는 나쁜 프레임을 씌운다”고 반발했다. “기존 도시관리계획에 수용하기 어려운 신개념 물류 인프라로 처음 시도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업임에도 법률이 정한 투자장려를 특혜라고 주장한다”는 의미다. 
 
 하림은 이어 “양재 도시 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은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이라는 국가정책에도 포함돼 있다”며 원안대로의 개발을 강조했다. 한편 하림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 개시 여부는 이르면 이달 중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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