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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생에 성희롱당한 여교사…"옷이 문제"라는 교장 신고

중앙일보 2021.02.03 15:35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20대 교사가 자신의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고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학교 교장과 교감을 교육청 성폭력신고센터에 신고했다. 담당 교육청은 해당 사건을 이관받아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생〉교사 성희롱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을 작성한 이는 2019년부터 경기도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27)다. A씨의 증언과 청원 내용, 그리고 A씨가 가르치던 학생 D양의 말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교사 A씨가 제자D양과 나눈 카톡 대화. A씨 제공

교사 A씨가 제자D양과 나눈 카톡 대화. A씨 제공

 교사 A씨가 제자D양과 나눈 카톡 대화. A씨 제공

교사 A씨가 제자D양과 나눈 카톡 대화. A씨 제공

 
 
2019년 9월, 경기도 중학교 교사로 신규 발령을 받은 A씨(27)는 자신의 학생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들었다. 남학생 B군은 "선생님 자취하세요? 누구랑 사세요? 아 상상했더니 코피 난다"라고 말하고 웃었다. 당황한 A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후로도 학생들의 성희롱은 계속됐다.
 

성희롱 신고하니 "참아라…옷입는 게 문제" 

학교에서 가장 어린 여성 교사였던 A씨가 자리를 비우면 학생들은 A씨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얼마 안 있어 여학생 C양이 A씨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몸도 예쁘고 가슴…. 마음도 예쁘지~ 너희 왜 웃어? 상상했어?" C양의 말이 끝나자 다른 여학생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남학생들은 웃어넘겼다. A씨는 화를 냈지만, 웃음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A씨를 더욱 괴롭게 한 건 학교 측의 대처였다. A씨는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학교 관리자(교장, 교감)에게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성희롱 상황을 목격한 학생들에게 사실 진술서도 받아 학교에 냈다.
 
A씨가 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A씨 제공.

A씨가 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A씨 제공.

A씨가 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A씨 제공.

A씨가 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A씨 제공.

 
그러나 교장은 "일을 크게 만들지 마라, 교사가 참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고 A씨를 설득했다. 교장은 근무 중인 A씨를 세 차례 교장실로 불러 교보위를 열지 말라고 압박했다. 설득 과정에서 "'예뻐서 그러는 거다' '옷을 그렇게 입는 게 문제다, 붙는 청바지를 입지 마라' '요즘 젊은 애들 미투다 뭐다 예민하다, 교사가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2차 가해성 발언도 했다.
 
A씨는 이후로도 교장에게 옷차림과 관련한 지적을 받았다. 2019년 10월쯤, 팔 통이 헐렁한 반소매를 입고 수업을 하던 날 A씨는 교장실에 불려갔다, 교장은 "반소매가 헐렁해서 안에 브래지어가 보인다고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며 "(학부모가)남색 브래지어를 입은 게 보였다고 한다. 남색 브래지어 맞느냐"고 물었다.
 
A씨는 “제 브래지어 색깔로 학교에 전화한 학부모나, 그걸 저에게 말하며 모욕을 주는 교장이나 그 둘이 성희롱 발언을 한 죄인”이라며 “그 이후로는 옷이 흠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더 가리고 헐렁하고 두꺼운 옷만 입고 다니게 됐다. 화장도 안 했다”고 말했다.
 

우울증 진단…"아이들 모인 것만 봐도 무서워"  

이후 학교생활은 A씨에게 지옥 같은 생활이 됐다. A씨는 "학생들을 보는 게 끔찍한 트라우마가 됐으며 학생들이 모여있는 거만 봐도 심장이 쿵쿵거렸다”며 “도와주지 않는 학교, 묵인하는 학교, 2차 가해 하는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게 괴로웠다. 분하고 억울해서 울다 자는 생활을 했다. 겨울 방학에 정신과에 가서 상담받고 우울증 진단을 받아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고 했다.
 
A씨는 여성스러워 보이지 않으려고 긴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2020년으로 해가 바뀐 뒤로도 교장의 2차 가해는 계속됐다. A씨는 “2020년 학기 중에는 교장이 저에게 근황을 얘기하다가 ‘작년에 (성희롱 사건 때문에) 우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신규교사의 풋풋함 같았다’ 라는 모욕적인 2차 가해 발언을 또 했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교장·교감 공개사과 받고 싶다"

A씨는 2일 작성한 국민청원 글에서 "올해 2월,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던 관리자인 교장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며 "2차 가해 당사자인 교장이 박수를 받고 정년퇴임하면 앞으로 수백만 원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또 "성희롱 사건을 은폐한 관리자인 교감과 교장의 공개적인 사과를 받고 싶다"고 요구했다.
 
현재 A씨는 교육청에 해당 사안에 대한 진정을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경기도교육청 성인권담당부서는 "해당 신고 사안을 접수한 사실이 있고, 어제 민원이 들어와 지역교육청으로 바로 이관했다"며 "해당 지역 교육청에서 사안을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학교가 교보위 개최를 무마한 사안과 관련해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교보위를 다시 열 수 있다"며 "교보위 무마 건과 관련해 신고가 들어올 경우 감사에 나설 것이고, 학교 관리자가 무마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교감 "성희롱 사건 해결된 걸로 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교장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교감은 "A교사가 당시 성희롱 사건으로 교보위를 열어달라고 요구한 건 기억이 난다"면서도 "해결이 된 거로 알고, 당시 어떻게 교보위가 열리지 않게 된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선도부를 통해 지도하도록 한 거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A씨는 끝으로 "어느 집단이든 상대적 약자가 존재하는데,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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