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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기념사업회 “광복회 ‘최재형상’ 수상자 선정 절차에 의구심”

중앙일보 2021.02.03 15:34
사단법인 최재형기념사업회 측이 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사업회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가 ‘독립운동가 최재형 상’을 만든 뒤 수상을 남발해 고인의 명예와 상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사업회의 최종대(왼쪽부터) 이사, 문영숙 이사장, 채양묵 공동대표, 김기봉 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지혜 기자

사단법인 최재형기념사업회 측이 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사업회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가 ‘독립운동가 최재형 상’을 만든 뒤 수상을 남발해 고인의 명예와 상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사업회의 최종대(왼쪽부터) 이사, 문영숙 이사장, 채양묵 공동대표, 김기봉 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지혜 기자

“노벨상같이 권위 있는 상도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하면 그게 영광스럽겠냐. 광복회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한 달 사이에 연이어 ‘최재형 상’을 수여했다. 대체 어떻게 상을 주는 건지 조례와 절차가 궁금해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달라고 광복회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별도로 회신하겠다’고 해놓고는 답이 없다. 보훈단체인 광복회는 나라에서 보조금까지 받는데 의사결정 절차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얘기다. 문 이사장은 3일 서울 용산구 사업회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사업회와 광복회는 ‘최재형상’이라는 같은 명칭의 상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달 25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광복회로부터 제3회 최재형상을 받으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사업회는 지난해 광복회가 최재형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故) 최재형(1860∼1920) 선생의 후손이나 관련 단체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수상자들이 여권 인사에 편향돼 있어 고인의 독립정신을 퇴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양단체끼리 이권다툼? 전혀 아냐” 

문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복회) 김원웅 회장은 최재형상을 세 차례나 남발해 사업회에서 만든 기존 최재형상의 권위와 위상을 실추시켰다”며 “이에 김 회장에게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으나 김 회장은 사업회를 무시하고 설상가상으로 친일 프레임까지 씌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업회가 광복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한 데 대해 일각에선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끼리 이권 다툼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사업회는 기업인 4명이 최 선생의 항일 정신에 감동해 2011년 출자금을 내 만든 순수 민간단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복회 측은 “‘신채호상’ ‘이육사상’을 만들어도 다른 단체들은 아무 말 없는데 왜 최재형기념사업회만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박 자료를 냈다. 수상자 편향 논란에 대해선 “독립운동 정신 선양에 기여한 인사를 선정하고 친일비호 세력을 배제했을 뿐”이라며 “사업회의 주장은 억지이며 정파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광복회 시상에 후손·후원자 항의 빗발” 

고(故) 최재형 선생 후손들이 최재형기념사업회에 보낸 ‘광복회의 최재형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장문. 김지혜 기자

고(故) 최재형 선생 후손들이 최재형기념사업회에 보낸 ‘광복회의 최재형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장문. 김지혜 기자

사업회에 따르면 광복회 김 회장이 별도의 최재형상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광복회에 최 선생의 업적이나 상의 위상 등을 생각해 재고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광복회 측은 그동안 답변도 주지 않았고 한다. 추 전 장관의 수상과 관련한 논란이 일면서 최 선생 후손과 후원자의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란 게 사업회 측의 설명이다. 
 
문 이사장은 “최 선생의 후손들이 광복회가 독단적으로 최재형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계속 보내고 있다”며 “사업회는 최 선생의 뜻을 기리고 선양한다는 목적하에 최재형상 등 활동 전반을 함께 논의하고 문서화해왔다”고 말했다. 사업회가 제시한 입장문에는 최 선생의 4대손인 최 일리야 씨 등 후손과 관계자 2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후원자들은 주최 기관을 착각해 ‘정치적인 인물에게 왜 상을 주느냐. 후원을 끊겠다’고 연락한다”며 “저희 같은 작은 단체에서 후원자가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 공문을 보내도 답이 없어 지난달 25일 광복회 사무실에 직접 항의하러 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광복회의 처사를 보면 사업회를 작은 단체라고 무시한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공식 말고 공문 통해 소통하길” 

문 이사장은 “최재형상을 두고 광복회와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논의로 협의를 끌어내자는 것”이라며 “모든 건 공문을 통해 소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복회 측이 공문에 공문으로 응답하지 않고 자꾸 다른 경로를 통해 사적으로 만나자고 한다”며 “미리 약속을 잡는 것도 아니고 당일에 ‘꼭 혼자 와라’ 이러니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광복회는 지난해 5월과 12월 각각 고(故) 김상현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했다. 이어 올해 1월엔 추 전 장관에게도 같은 상을 줬다. 추 전 장관의 수상 이유로 “공시지가 520억원, 시가 3000억원에 이르는 친일파 재산을 환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걸 꼽았다. 
 
최 선생은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인의 생계를 돕고 학교를 세운 인물이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1920년 일본군에 의해 체포돼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을 지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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