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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수리비 10% 할인으로 ‘이통사 갑질’ 면죄부 받았다

중앙일보 2021.02.03 12:00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12 예약구매 고객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12 예약구매 고객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국내 이동통신사에 수천억원의 광고·수리비를 떠넘긴 애플이 법적 제재를 피했다. 이통사와의 부당한 계약을 스스로 고치고,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하기로 하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 당사자의 구제 방안을 스스로 제안하고 실행하는 제도다. 공정위와 이해관계자가 자진 시정안을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같은 법적 제재를 면할 수 있다.
 
애플이 내놓은 시정안은 크게 두 가지다. 이통사와 부당하게 맺은 거래 계약을 개선하고, 국내 소비자·중소사업자에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계획이다.
 

아이폰 수리비·애플케어 10% 할인

우선 애플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이통사와 조성한 광고기금을 협의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보증 수리비를 이통사가 부담하도록 한 내용은 삭제한다. 애플이 관여한 이통사의 최소 보조금 수준도 통신 요금 할인액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애플은 앞으로 1000억원의 기금을 만들어 국내 소비자와 중소사업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400억원을 들여 제조업 중소기업 대상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이폰 사용자의 유상 수리비용과 애플 사후 지원(AS)보험 프로그램인 애플케어플러스 서비스 비용을 10% 할인·환급하는 데에는 250억원을 지출한다. 출연금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할인·환급 혜택을 유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소비자 1명당 2만~3만원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최종 확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최종 확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또 개발자 아카데미를 열어 연간 약 200명의 교육생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250억원, 혁신학교나 교육 사각지대에 아이패드·맥북 등을 지급하는 디지털 교육 지원에 100억원을 쓴다. 애플 측은 중소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 지원을 의무 이행 기간인 3년이 지난 뒤에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이 앞으로 수리비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에 “상생기금 부담을 이유로 소비자한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수리비용 할인이 애플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이미 애플 제품을 산 고객을 대상으로만 할인·환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키면 하루에 200만원 강제금

공정위는 앞으로 3년 동안 회계법인을 감시인으로 지정하고 반기마다 애플의 이행상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애플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하루에 200만원의 강제금을 부과하거나, 동의의결을 취소할 수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동의의결 제도는 이해관계인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관계 행정기관에 대한 의견수렴과 검찰총장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엄격한 요건과 절차 아래 운영되고 있어 일방적으로 피심인에게 유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동의의결의 경우 신청 이후 최종 확정까지 약 19개월이 걸려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건을 계기로 동의의결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 측은 이날 “동의의결 최종 승인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내 제조업체·중소기업·공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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