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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전 '신한울 3·4호기 재활용' 묘수 될까, 악수가 될까

중앙일보 2021.02.03 05:00
2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 울진=김정석 기자

2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 울진=김정석 기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북원추)' 문건은 단순히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남북 경제협력 아이디어일까. 아니면 '남(南) 탈원전, 북(北) 원전'이란 문재인 정부가 숨겨놓은 최종 목표였을까.
 

'북한 원전 건설 추진방안' 문건 법적 쟁점은

2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를 활용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원전 건설 부지였던 북한 함경남도 신포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자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문건 자체가 위법한 건 아니다. '북원추' 문건이 내부 자료든, 실행을 염두에 둔 정책 문건이든 "문건 작성 자체만 놓고 형사적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오히려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4927억원을 투입해 신한울 3·4호기의 핵심 부품을 제작한 두산중공업의 손해를 보전할 방안이 마련돼 기존 법적 논란을 해소할 정책적 '묘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반면 '악수'로 비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문건을 계기로 검찰의 원전 수사가 탈원전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야당 요구대로 국정조사와 특검이 도입돼 탈원전 정책 전반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6쪽짜리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 원문을 공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6쪽짜리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 원문을 공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뉴스1

① 묘수론…"정권의 골칫덩어리 신한울 보상 문제 해결" 

정부와 한수원에게 가장 난감한 법적 문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두산중공업의 원자로·발전기 사전제작 비용 보상과 이에 따른 배임 문제였다.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했지만 건설 중이었던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선 별다른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보류' 상태로 놔뒀다. 공사는 3년여 중단됐지만 한수원은 최근 정부에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한수원이 이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배임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사업 자체를 최종 백지화해 두산중공업의 손실이 확정되면 배임 피의자가 될 가능성과 위약금 등 각종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북원추' 시나리오대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등을 북한 원전에 재활용할 경우 이 같은 법적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수원이 두산중공업과 원전 기기에 대한 계약을 맺어놓고 건설 취소를 이유로 납품 받지 않겠다고 하면 즉각 민·형사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한수원이 북한 지원에라도 이를 활용하겠다고 한다면 그 이슈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12월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 후 2002년 8월 첫 콘크리트 타설 및 원자로건물 외벽공사 등이 진행됐던 1호기 모습. [사진 KEDO 홈페이지 캡쳐]

지난 1999년 12월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 후 2002년 8월 첫 콘크리트 타설 및 원자로건물 외벽공사 등이 진행됐던 1호기 모습. [사진 KEDO 홈페이지 캡쳐]

 

② 악수론…"탈원전 전반이 국정조사·특검 대상 될 수도"

검찰 일각에서는 '북원추' 문건의 완성도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가 1일 공개한 문건엔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적혔지만 대북 제재 등 외교적 문제까지 검토한 이 문건을 산업부 서기관 혼자 작성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다. 완성본 전에 습작본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문건 자체도 그렇고, 이를 삭제한 것도 그렇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며 "문건 실체를 규명하려면 수사 범위가 상당히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검찰보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문건 자체로 죄가 되지 않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선 신한울 3, 4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직권남용, 배임 등의 정황이 드러날 수 있다"며 "그때 이 문건은 범죄동기 등을 설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일 '북한 원전 건설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낼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심야에 고위 공무원이 들어가서 파일을 다 없앴는데, 그 파일에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자료가 나왔다"라며 "그것도 1차 정상회담 지나고 나왔다. 다음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야당으로선 당연한 문제 제기"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요즘 제1야당 지도자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며 "야당은 완벽하게 잘못 짚었고, 묵과할 수 없는 공격을 대통령께 가했다"고 말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야당의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건넨 USB(휴대용 보조기억장치) 공개 주장에 대해 "야당이 자신이 있고 무책임한 마타도어나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라면 당의 명운을 걸어야 되는 게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발주처인 한수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전이 상장사라는 점이 또 다른 수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가 북한 지원을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포기해 한전의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의 고발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전 소액주주들은 2019년 7월 정부의 탈원정 정책 수용으로 주가 하락의 피해를 봤다며 김종갑 한전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각하했지만 소액주주들은 항고를 예고하고 있다. 

 
강광우·정유진·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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