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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겨내요 코로나" 30만원 주고 2085% 이자 떼갔다

중앙일보 2021.02.03 05:00 종합 16면 지면보기
불법대출 일러스트. 연합뉴스

불법대출 일러스트. 연합뉴스

“팔려가고 싶냐. 돈 갚아라.” 
경기도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지난해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에 한동안 밤잠을 설쳤다. 급기야 나중에는 빚 독촉이 심해지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서울시, 설 앞두고 대부업체 493곳 전수조사

 
문제는 2018년 3월 시작됐다. 급전이 필요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대출을 알아본 게 화근이었다. 사채업자가 집 근처까지 찾아와 대출 상담을 했다. 대출금은 80만원. 선이자 30만원을 제하고 김씨가 받은 돈은 50만원이었다. 일주일을 쓴 뒤 80만원을 못 갚을 경우, '연장이자'로 일주일에 24만원을 부담하는 형태였다. 다급했던 김씨는 일단 돈을 빌렸고, 지난 2년간 추가 대출을 2번이나 받았다. 연장이자로 문 돈은 일주일에 80만원. 김씨는 “한 번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가족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살고 있는 집도 넘어갈 상황이 됐다”고 했다.
 

코로나에 늘어난 '불법 사채' 피해 

코로나대출을 사칭한 불법 대출광고 사례. 금융감독원

코로나대출을 사칭한 불법 대출광고 사례. 금융감독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불법 대출에 노출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불법 사채 피해 신고는 5160건으로 전년(1048건) 대비 5배가까이 늘어났다. 신고된 평균 대출금액은 992만원, 평균 64일을 빌려 썼지만 금리가 40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사채 피해 들여다보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불법 사채 피해 들여다보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시 불법대부업 피해 상담센터에 접수되는 상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센터가 설립된 2016년 184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19년 394건, 지난해엔 376건을 기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돈 빌리기가 쉽지 않은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불법 대부업체 등밖에 없어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어들지 않는 불법대출 피해 상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줄어들지 않는 불법대출 피해 상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강서구에 사는 40대 이모씨는 25만원을 빌렸다가 고통을 받고 있다. 돈이 필요했지만 빌릴 곳이 없어 대출중개 사이트를 통해 돈을 빌렸다. 일주일만 쓰고 4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돈을 못 갚을 경우 내야 하는 '연장비'는 12만원. 이씨는 4번을 연장해 48만원의 연장비를 냈다. 대부업체에선 “원금 40만원을 갚아라. 돈을 갚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며 이씨를 압박하고 있다. 
 
이씨는 센터에 피해 신고를 해 구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실제로 구제된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접수된 피해신고는 1823건. 하지만 이 가운데 구제된 인원은 167명에 불과하다. 건수로 치면 4분의 1에 불과한 472건, 총 37억원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 대출을 받으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대출하는 경우가 많아 구제받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30만원 빌렸다가 연 2085% 살인이자”  

의류 도소매업을 하던 박모씨는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을 빌리고는 매일 14만원씩 86일간 1200만원을 갚기로 했다. 대부업체 요구로 현금카드와 위임장, 백지 약속어음까지 줬다. 대출금을 입금하면 대부업자가 현금카드로 이른바 '일숫돈'을 빼갔다.
 
대출금이 연체되기 시작하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다른 대출을 해 갚는 돌려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1억5000만원까지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씨가 실제로 빌린 돈은 1억5000만원. 상환금액은 1억6100만원에 달했다. 대출 이자율은 40.4%에서 최고 161.1%에 달했다. 법정 이자율(연 24%)을 훌쩍 넘는 수치였다.
 
또 다른 자영업자 최모씨는 딸 이름으로 대출정보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채업자로부터 30만원을 빌렸다. 일주일 안에 50만원을 갚지 못하면 주당 15만원의 연장이자를 내기로 했다. 대부계약을 맺으며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사진, 학생증까지 맡겼다. 최씨가 일주일 안에 50만원을 갚지 못하자 딸에게 '빚 갚으라'는 독촉이 들어왔다. 
 
서울시가 확인한 실제 대출금은 30만원, 상환한 돈은 162만원에 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금은 계속 남아있는 상태에서 연장 이자만을 내다보니 딸 명의로 받은 대출 이자율은 연 2085.7%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 민생침해 신고 사이트 '눈물그만' 홈페이지. 대부업체 불법 영업 등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눈물그만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민생침해 신고 사이트 '눈물그만' 홈페이지. 대부업체 불법 영업 등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눈물그만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대부업체 전수조사 나서 

서울시는 이번 설을 앞두고 불법 대출에 따른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두 달에 걸쳐 서울시 등록 대부중개업자 493개소를 대부 광고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단속 대상은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출 전환 약속을 하는 등의 허위 과장광고다. 광고에 업체 명칭과 대부업 등록번호, 이자율과 경고 문구 등이 기재돼 있어야 하지만 이를 싣지 않은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서울시는 대부중개업체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을 가장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햇살론'이 대표적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서민 전용 대출상품을 취급한다고 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또 고금리 대출을 먼저 받은 뒤 한 달 뒤 저금리로 전환해 주겠다고 유인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 대부중개업체 대표 이름과 명칭, 중개업 등록번호, 이자율과 연제 이자율 등 필수 사항이 적혀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번 전수 조사에서 적발되는 경우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 조치와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대부업체의 불법 영업 등으로 피해를 본 경우엔 서울시 민생침해 신고 사이트인 '눈물그만',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309곳 대부업체에 대한 현장점검을 해 과태료(82건)와 영업정지(254건), 등록취소 (9건), 수사 의뢰(7건) 등 행정지도 173건을 포함해 총 296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박주선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가 불법 행위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자치구 등 유관기관과의 합동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및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처를 내려 경각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대출은 등록 업체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등록업체 조회를 할 수 있다. 또 문자나 인터넷, 생활정보지 등을 통한 허위, 과장 광고를 조심해야 한다. '신용불량자 가능'이라고 한 경우엔 과장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
 
또 상담에서 수수료나 사례금, 착수금 등 대부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는 대출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상담을 중단하고 응하지 않아야 한다. 기존 고금리 대출을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등으로 전환해주는 대출 권유도 조심해야 한다. 고금리 대출을 받도록 한 뒤 연락이 되지 않거나, 전산작업 비용, 신용등급 상향 등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사기가 대부분이다.
 
은행이나 캐피탈 등 금융회사를 사칭하기도 한다. 주민등록증이나 체크카드, 통장 등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엔 미등록 업체이거나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출 피해를 입었다면 한국대부금융협회를 통해 채무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대부거래 상환 내역과 계약 관련 서류를 준비해 소비자 보호센터(02-6710-0831)로 연락하면 상담을 통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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