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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서 김서방도 찾는다’ 안면인식 AI 국산화

중앙일보 2021.02.03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한화테크윈은 안면 인식 AI 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 한화테크윈의 보안 시스템. [사진 한화 테크윈]

한화테크윈은 안면 인식 AI 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 한화테크윈의 보안 시스템. [사진 한화 테크윈]

지난 2018년 중국 장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쉐유의 콘서트 현장. 5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콘서트장에서 경제 범죄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그를 잡아낸 것은 안면 인식 기술이었다. 출입구에 설치된 카메라에 덜미가 잡혔다. 두 달간 중국 각지에서 열린 장쉐유의 콘서트에서 공안은 다섯 명의 지명수배자를 체포했다.
 

한화테크윈, AI 보안 솔루션 출시
옷·소지품 아닌 얼굴 분석해 식별
10조원 세계 안면인식 시장 도전

한국에서도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 특정인을 찾아내는 상황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한화테크윈은 2일 얼굴 분석이 가능한 통합 인공지능(AI) 보안 솔루션을 출시했다. 인텔과 함께 AI 기능이 탑재된 영상저장장치(NVR)를 개발한 덕분이다. 기존의 국내 AI 보안 솔루션은 옷이나 안경, 가방 등 소지품을 기반으로 사람을 식별하지만 이 제품은 안면 인식 기술로 특정 인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저장장치·관제프로그램 단계에서 모두 AI 제품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한화테크윈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면 인식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이투커지(이투테크놀로지), 상탕커지(센스타임), 쾅스커지(메그비) 등 안면 인식 기술을 가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만 여럿이다. 중국은 정책적으로도 안면 인식 기술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보안 분야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경찰서, 관공서부터 마트, 아파트 출입구까지 안면 인식 기계가 설치돼 있고 이를 신분확인·출입관리·결제 등에 연동시켰다.
 
미국도 주요 IT 기업 중심으로 안면 인식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인권침해 우려 등으로 현재 개발이 주춤한 상태다. 안면 인식 기술 ‘레코그니션’을 보유한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성명을 발표하고 향후 1년간 미국 경찰에 자사의 기술 제공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IBM 역시 안면 인식 기술이 대규모 감시, 인종 프로파일링, 인권 침해 등의 목적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빅브라더’ 우려 속에서도 관련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코트라는 오는 2022년까지 안면 인식 기술 관련 시장이 90억 달러(약 10조4400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 역시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안면 인식 시장 규모는 2018년 1260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 기술 개발 속도는 더딘 편이다. 중국 등과 비교해 연구개발(R&D)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안면 인식 기술 개발 업체 중 한화테크윈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 가운데는 해외 업체의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LG CNS는 지난해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본사 출입 게이트 26곳에 안면 인식 출입 서비스를 도입했다. 마스크를 쓰거나 안경을 써도 0.3초 만에 얼굴을 식별하고 출입문을 개방한다. 이 시스템에는 중국 상탕커지의 기술이 적용됐다. 최근 AI 안면 인식·출입자 관리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배정효 한국전기연구원(KERI) 박사는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법으로 인해 기술 개발에 제약이 많다”며 “안면 인식 기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서비스 발전을 위해 관련 법을 재검토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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