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체감하는 설 대목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에서 문을 닫은 점포 앞에 하얀색 시트지가 붙어 있다. 김성룡 기자
초유의 집합금지에 명절대목 실종
소상공인 체감경기 최악 추락
대한항공, 설 임시편 편성도 안해
서울 호텔 70% 비어 개점휴업
직장인 78% “설에 집콕” 조사도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한항공은 올해 설 연휴를 겨냥한 임시 항공편을 띄우지 않는다. 국제선 예약률은 노선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20% 이하다. 대한항공은 “제주 노선에만 그나마 승객이 있는데 예년과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며 “백신을 빨리 보급하든지, 코로나19 유행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예전 수준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설 연휴를 맞은 일반 직장인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설 연휴에 고향에 가자니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은 최근 계열사 임직원 1305명을 대상으로 올해 설 연휴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설 명절을 어디서 보내겠느냐”는 질문에 열 명 중 여덟 명꼴(77.7%)은 “가족과 집에 머무르겠다”고 답했다.
“설 연휴, 귀향·여행 대신 집” 편의점·대형마트 매출 상승 기대
반면 “고향을 방문하겠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지난해 비슷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집에서 보내겠다”는 응답은 19%였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으로 과태료 10만원을 내더라도 설 연휴에 친지와 모임을 강행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40대 김영학씨는 “정부가 일부 종교단체 등의 집단 감염은 방치하다시피 하고 인제 와서 그 책임을 일반 국민과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에도 가족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과태료 10만원을 내더라도 이번 연휴에는 본가에 다녀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모든 업종이 설 연휴에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는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가맹점주 등을 대상으로 설 연휴 중 어느 날을 쉴 계획인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점포 1만여 곳 중 700여 곳이 하루 이상 쉬었다. 이번 설 연휴에 쉬는 점포는 지난해 추석보다 줄어들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설 연휴에 가까운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설과 추석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35% 늘었다. 식사 대용인 가정간편식(HMR) 매출도 15%가량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설 연휴를 겨냥해 ‘수미네 풍성한 도시락’과 ‘수미네 모둠전’ 등 기획상품을 내놨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이번 설 연휴에 대부분 하루만 쉰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은 설날을 포함해 이틀 정도 쉴 예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국내·외 여행을 하거나 고향을 찾았을 소비자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