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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련해지는 일상의 기록...사진집 낸 '미대오빠' 나얼

중앙일보 2021.02.02 17:48
'리액션 투 라이트' 전시장의 유나얼. [사진 인텍스트트렌드]

'리액션 투 라이트' 전시장의 유나얼. [사진 인텍스트트렌드]

유나얼의 사진 '콜라'. 횡단보도를 지나가다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 유나얼]

유나얼의 사진 '콜라'. 횡단보도를 지나가다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 유나얼]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발견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작은 책자에 의미심장한 구절이 쓰여 있다. 글쓴이는 유나얼. 166쪽에 달하는 책에 짧은 글만 있을 뿐 나머지는 100여장의 사진들이다. 뮤지션 나얼이 이번엔 사진집 『리액션 투 라이트(REACTION TO LIGHT)』를 내고 서울 성북동 갤러리 '오트(AUGHT)'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로, 그리고 미술계에선 유나얼 작가로 전시를 이어온 그의 새로운 행보다.
 

"리액션 투 라이트" 전시도
솔로곡 발표, 유튜브 활약

지난해 서울 문래동 스페이스 엑스에스에서 페인팅과 드로잉·꼴라주·설치 작품을 모아 10번째 개인전을 연 그가 이번엔 그림 같은 사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

유나얼의 사진작품 '은우'. [사진 유나얼]

유나얼의 사진작품 '은우'. [사진 유나얼]

유나얼, '활주로'. [사진 인넥스트렌드]

유나얼, '활주로'. [사진 인넥스트렌드]

'마스크고리'.식탁에 비친 햇살, 찢어진 필름 종이상자, 마스크고리를 찍었다. [사진 유나얼]

'마스크고리'.식탁에 비친 햇살, 찢어진 필름 종이상자, 마스크고리를 찍었다. [사진 유나얼]

유나얼, '일본타일'. [사진 유나얼]

유나얼, '일본타일'. [사진 유나얼]

그런데 사진을 찍은 장소도, 사물도 이렇게 평범해 보일 수가 없다. 작품 제목도 '버스바닥'  '성북동벽' '세운상가' '배다리' '빨간줄' '도쿄창문' 등이다. 화려한 조명이 있는 무대나 악기들이 즐비한 작업실 풍경은 없다. 대신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창문에 비친 활주로의 화살표, 햇살이 번진 식탁 위 물건 등이 눈에 띈다. 어쩌다 '그림'이 된 일상의 순간을 그는 휴매폰 카메라로 재빠르게 낚아챘다. 음악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사진으로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1일 오후 성북동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솔로 신곡 '서로를 위한 것'을 발표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 '나얼의 음악세계(NAMMSE)'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사진집을 냈다. 
"사진집 출간은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틈틈이 휴대폰으로 찍어온 것이라 발표하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평범한 장소와 일상의 이야기더라. 
"보통의 일상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만난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익숙한 장소와 피사체가 갑자기 새롭고 낯설게 다가올 때 셔터를 누르게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니까. 우리가 만나게 되는 선물 같은 순간, 기억하고 싶은 찰나의 기록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책 제목이『리액션 투 라이트』, 즉 '빛에 대한 반응'인데. 
"사진을 찍으면서 익숙한 풍경과 사물, 그리고 사람을 매우 정말 특별히 만들어주는 게 빛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빛에 반응한 것이다. 빛은 언제나 세상을 비추고, 우리는 그 빛에 반응할 때 특별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종교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다.
"맞다. 물리적인 빛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진짜 빛(True Light)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빛, 그리고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참빛 말이다."
 
'리액션 투 라이트' 전시장의 유나얼. [사진 인넥스트트렌드]

'리액션 투 라이트' 전시장의 유나얼. [사진 인넥스트트렌드]

유튜브 채널 '나음새'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는 유나얼. [인넥스트트렌드]

유튜브 채널 '나음새'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는 유나얼. [인넥스트트렌드]

나얼은 몇 년째 매일 성경을 필사해왔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장 한구석에 미니 전기밥솥을 설치해놓고 그 안에 빛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성경 구절이 담긴 시편(139장 11절)과 요한복음(1장 9절) 등 '말씀 카드'를 비치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관람객들에게 전하는 선물이다. "제 모든 예술 작업과 삶은 믿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신앙을 배제하고는 삶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얼은 2001년 브라운 아이즈 멤버로서 '벌써 일년', '가지마 가지마', '점점'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로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솔로 뮤지션으로, 또 그룹의 일원으로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오면서도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극도로 꺼려왔다. 
 
TV엔 출연하지 않으니 폐쇄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오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TV에만 나가지 않을 뿐 많은 사람과 만나고 팬들과도 가까이 소통하며 지낸다. 흔한 동네 형 스타일이다."  
 
나얼은 음악인인가, 미술인인가.
"어릴 때부터 그리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음악과 미술은 둘 다 내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올해도 개인전은 아니지만 그룹전에 참여해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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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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