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상 초유의 ‘집금 설’에…‘할까ㆍ말까, 갈까ㆍ말까’고민 중

중앙일보 2021.02.02 11:42
서울 마포구에서 퓨전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지민 씨는 오는 설 연휴(11일~14일)에 설날 당일인 12일과 토요일인 13일 이틀만 쉴 생각이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사실상 고향에 가는 게 어려워졌고 최근 가게 매출도 영 시원치 않아서다. 김 씨는 2일 ”건물주가 임대료를 20%나 깎아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어차피 고향에 갈 것도 아니고 2월은 장사할 날도 많지 않아 연휴 중에도 가게를 열려고 한다”며 “업장에 오는 손님은 많지 않겠지만 배달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이라도 받아야지 않겠냐"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설 연휴로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연휴 중에도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측에 따르면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경기(BSI)는 35.8, 전통시장은 33.5로 전월 대비 각각 15.8p, 11.3p가 떨어졌다. 2월 전망경기 BSI 역시 소상공인은 27.0p 하락한 62.8에 그쳤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100보다 높으면 호전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진공 측은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2월에는 명절특수나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지속적인 지원책으로 시장 경기를 적극 부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항공, '대목'이 불황기로

호텔이나 항공업계는 설 연휴가 최대 호황기였지만 올해는 되레 최악을 불황에 빠져 시련을 겪고 있다. 호텔업계는 "시쳇말로 죽을 맛"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유지되면서 수용 능력 대비 3분의 2(약 66%)만 투숙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만 이마저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익명을 원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3분의 2는 고사하고, 서울 시내 호텔 대부분 30%도 못 채웠을 것”이라며 “제주 소재 일부 호텔을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의 호텔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숨지었다. 일례로 호텔신라는 최근 지난해 영업손실이 1853억원(연결 기준)에 달한다고 잠정 공시한 바 있다. 전년 영업이익은 2959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1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승객으로 북적였을 금요일이었음에도 입국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수기 기자

지난달 1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승객으로 북적였을 금요일이었음에도 입국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수기 기자

 
 
항공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은 올해 설 연휴를 겨냥한 임시편을 띄우지 않는다. 국제선 예약률은 노선별로 사실상 20% 이하다. 예약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연휴가 길면 길수록 승객이 늘어났던 과거와는 정반대다. 대한항공 측은 “제주 노선에만 그나마 승객이 있는데, 그 역시 예년과 비할 수준이 못 된다”며 “백신이 빨리 보급되든지, 코로나19 유행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예전 수준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맞은 일반 직장인들 역시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고향에 가자니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마음에 걸리고,  연휴 내내 집에만 있자니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어서다. 하지만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선 ‘비대면’ 명절 나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한 예로 중견기업인 유진그룹이 최근 계열사 임직원을 1305명을 대상으로 올해 설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 명절을 어디서 보내겠느냐’는 질문에 열 명 중 여덟명 가량(77.7%)이 “가족과 집에 머무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고향을 방문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19%에 그쳤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기 이전인 지난해 설 명절 조사 당시에는 “집에서 보내겠다”는 응답은 19%에 그쳤었다. 
 
자료: 유진그룹

자료: 유진그룹

 
‘과태료를 물더라도’ 친지와 모임을 강행하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기업에 재직 중인 40대 직장인 김영학 씨는 “부모님을 찾아뵐지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일부 종교단체 등에서의 집단 감염은 방치하다시피 하고, 인제 와서 그 책임을 일반 국민과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설 연휴 동안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침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지난 추석에도 가족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만큼 과태료 10만원을 내더라고 이번 연휴에는 본가에 다녀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엔 대목 될 듯  

모든 산업이 설 연휴 동안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침의 타격을 입는 건 아니다. 수혜자도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현재 가맹점주 등을 대상으로 연휴 중 어느 날을 쉴지 파악 중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엔 1만여개의 점포 중 700여 개의 점포가 하루 이상 휴무를 가졌다. 올 설 연휴 중에는 휴무 점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거리두기 강화와 관련한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해 명절(설+추석)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도보다 35% 늘었다. 식사 대용인 가정간편식(HMR) 등도 15%가량 더 팔렸다. 
 
세븐일레븐이 이번 설 연휴를 겨냥 ‘수미네 풍성한 도시락’, ‘수미네 모둠전’ 등 기획 상품을 내놓은 이유다. 이마트ㆍ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 점포들은 이번 연휴 기간 중 대부분 하루만 쉰다. 롯데나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역시 명절 당일을 포함해 이틀 정도만 쉰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국내ㆍ외 여행이나 고향길에 올랐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거주지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먹거리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