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명 급급하면 불리해진다"…민주당의 '北원전 의혹' 역공

중앙일보 2021.02.01 19:05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일 국민의힘을 향해 "색깔론을 들고나오는 야당이 저급한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3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책임있게 정리하시라"고 말한 것보다 수위가 높았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일 국민의힘을 향해 "색깔론을 들고나오는 야당이 저급한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3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책임있게 정리하시라"고 말한 것보다 수위가 높았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저급한 정치”, “북풍 공작” 등 수위 높은 단어로 야권을 때리며 출구를 찾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에 닥치면 색깔론을 들고나오는 야당이 저급한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야당이 있지도 않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으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는데 ‘정부 흔들기’를 위해서라면 국익 훼손도, 국민안전도 개의치 않는 위험한 정치학”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까진 “본인의 발언을 책임 있게 정리하시는 것이 옳다”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꼬집은 게 전부였다.  
 
당에선 이 대표의 ‘색깔론’ 발언을 대야공세 신호탄으로 이해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따지면 진흙탕 싸움이 되면서 여당이 불리해진다”며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북풍과 색깔론으로 야권 공세를 뒤집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판단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을까.
 

①발단

지난달 28일 저녁 한 언론을 통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삭제 파일목록에서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을 의미하는 듯한 파일이 드러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례적으로 입장문 내 “정권 운명을 흔들 충격적 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곧장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맞받아쳤지만 이날 민주당은 조용했다.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문 대통령이 USB를 평화의집 1층에서 건넸다고 1일 밝혔다. 중앙포토.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문 대통령이 USB를 평화의집 1층에서 건넸다고 1일 밝혔다. 중앙포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준비 실무에 참여한 윤건영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일이 있으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정말 ‘무식한 소리’”라고 대응한 정도였다. 당내에선 “접근 권한이 없어 진실을 알기 어렵다”(비문 성향 중진)라거나 “산업부 공무원들이 파일을 지운 것은 악재”(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라는 반응이 새어 나왔다. 
 

②확인

지난달 30~31일은 당 지도부는 사실 확인과 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상대로 문제의 원전 관련 문건이 공식보고서인지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 저장장치(USB) 파일에 북한 원전 추진 내용이 포함됐는지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원전 의혹에 대해 "이적행위"라고 주장해 청와대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원전 의혹에 대해 "이적행위"라고 주장해 청와대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이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윤 의원 등 청와대 출신 인사를 통해 당시 사실관계를, 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산업부 입장을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산업부가 지난달 3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해당 문건은 내부 검토 자료”라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 별도로 확인했다. 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은 “산업부의 발표를 정책위를 통해 좀 더 자세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종결론은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났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대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인 자리에서 원전 관련 의혹은 자연스럽게 논의됐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정부와 청와대에서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도 확신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역공

민주당은 1일 강한 역공을 선택했다. 최고위에선 이 대표의 발언 외에도 “제1야당이 북한과 연결해 정부에 ‘이적 행위를 했다’고 정치공세를 하는 것 자체가 망국적 색깔 정치이며 ‘북풍’이란 낡은 정치를 꺼내 든 것”(김 원내대표)이라거나 “보궐선거를 위해서는 가짜뉴스도, 냉전 수구 정치도 서슴지 않은 모습을 보며 김종인 위원장 정치의 바닥을 보는 거 같아 씁쓸하다”(김종민 최고위원) 등의 격한 언사가 쏟아졌다. 이날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강경대응에 나선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셈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왼쪽),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문가들은 야권의 '이적행위' 프레임에 여권이 '북풍'으로 반격했다고 봤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왼쪽),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문가들은 야권의 '이적행위' 프레임에 여권이 '북풍'으로 반격했다고 봤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이 요구한 국정조사·특검 주장에 대해선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 야권이 강력히 반발해 온 법관탄핵안은 범여권 의원 161명의 서명을 받아 예정대로 발의했다. 민주당 수도권 다선 의원은 “국정조사와 특검은 요건도 안 되는데 우리가 응수하면 일이 더 커진다”며 “2월 임시국회는 결국 우리는 우리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적 행위’를 거론하며 보수층을 결집하자 민주당도 ‘북풍’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사안의 본질과는 논쟁점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결국 사실관계가 분명해진 뒤에는 어느 한쪽에겐 역풍과 지지율 하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