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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손짓 하나로 피고 지는 꽃들 사이에서 삶을 느끼다

중앙일보 2021.02.01 09:00
보통 전시회 하면 액자 속에 담긴 그림들이 즐비하게 걸린 모습이 떠오릅니다. 좀 유명하거나 오래된 작품이라면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서 보는 것도 힘든 경우가 많죠. 최근에는 만지거나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체험형 전시도 종종 하는데요. 아트 컬렉티브 ‘팀랩(teamLab)’이 선보이는 ‘팀랩: 라이프 teamLab: LIFE’전은 관람객의 참여로 작품의 변화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전시예요. 이 색다른 체험전을 경험하기 위해 박한나·장유안 학생기자·이다예 학생모델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향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전시인 ‘팀랩: 라이프’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변한다. 장유안 학생기자·이다예 학생모델·박한나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다가가 가만히 서자 물줄기가 학생기자단을 피해 흐르며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인터랙티브 전시인 ‘팀랩: 라이프’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변한다. 장유안 학생기자·이다예 학생모델·박한나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다가가 가만히 서자 물줄기가 학생기자단을 피해 흐르며 꽃이 피기 시작했다.

팀랩은 집단적 창조를 통해 아트·사이언스·테크놀로지·자연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학제적 그룹으로 2001년 국제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티스트·프로그래머·엔지니어·CG 애니메이터·수학자·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650여 명으로 구성됐죠. 팀랩은 인간과 자연, 자신과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합니다. 뉴욕·런던·파리·싱가포르·베이징·타이베이·멜버른 등 세계 각지에서 상설전시 및 아트 기획전을 개최한 바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한 황희정 문화창고 실장은 “문화창고에서 주관한 ‘팀랩: 라이프’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팀랩의 전시”라며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포괄적인 작품들로 구성됐다”고 소개했어요. ‘꿈틀대는 골짜기의 꽃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 ‘Black Waves: 거대한 몰입’ ‘교차하는 영원 속, 연속되는 생과 사’ 등 10개 작품이 8개 공간에 펼쳐지죠. 
첫 번째 작품은 산수화 느낌의 ‘생명은 생명의 힘으로 살아있다’. 자세히 보니 그림 속에선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꽃이 피고 지면서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어요. “1시간마다 사계절이 반복됩니다. 움직이는 형태를 보다 보면 하나의 한자가 보일 거예요. 바로 ‘날 생(生)’자죠. 세상과 내가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허공에 붓글씨를 쓰는 작업 방식은 팀랩이 초기부터 해온 ‘공서(空書)’입니다. 서예가가 따로 협력해 작품으로 만든 거죠. 유안 학생기자가 “날 생자를 쓸 줄 안다”며 허공에 손짓했어요. 
생명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꿈틀대는 골짜기의 꽃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

생명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꿈틀대는 골짜기의 꽃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

“전시 주제를 생명으로 잡은 이유는 뭔가요.” 한나 학생기자의 궁금증에 팀랩은 “‘팀랩: 라이프’에 영감을 준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생명(life)’, 삶의 아름다움(beauty of life)”이라고 답했죠. “특히 생명의 연속성의 아름다움을 탐구해 이 연속성 자체를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것, 이를 통해 사람의 세계관을 바꾸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체험을 목표로 하죠. 자연에 깃든 축복과 위협, 또 문명이 가져오는 혜택과 위기, 모든 것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저 따르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도 많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관계도,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감정도 아니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모든 것은 길고 불안정하면서도 기적적인 연속성 안에서 굉장히 긴 시간에 걸쳐 존재해요. ‘팀랩: 라이프’는 방문자들이 이 연속성을 아름답게 인식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변화 혹은 확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꽃으로 이루어진 동물에 손을 대자 흩어지며 사라졌다.

꽃으로 이루어진 동물에 손을 대자 흩어지며 사라졌다.

앞으로 볼 다른 작품들에 대해 감을 잡은 학생기자단은 ‘꽃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II’와 만났어요. 꽃으로 이루어진 동물들이 차례차례 나타나는데요. 손으로 만지자 울음소리를 내더니 조금씩 꽃잎이 떨어지고, 점점 흩어지면서 동물도 죽어 사라져버렸습니다. “여긴 두 작품을 결합해서 볼 수 있는 공간이죠. 이제 ‘고동치는 대지’란 작품이 나타납니다. 높낮이가 있는 대지는 여러분의 움직임에 따라 더욱 꿈틀거리며 요동쳐요.” 유안 학생기자가 벽에 손을 갖다 대더니 “맥박 뛰듯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게 파도 같다”고 말했죠.
시간이 지나자 대지에서 다시 동물들이 나타났습니다. 다예 학생모델이 “저기 하마가 있어요” 하자 한나 학생기자는 사슴을 가리켰죠. 유안 학생기자가 손을 대자 사자가 길게 울었어요. 동물들을 따라 이동한 방엔 작은 생태계가 펼쳐졌죠. “자연에선 나비를 도마뱀이 먹고, 도마뱀은 또 다른 동물에게 먹히죠. 여러분이 어떤 동물을 얼마나 없애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어요.” 부산하던 학생기자단의 손길과 발구름이 사뭇 진중해졌죠.
‘고동치는 대지’를 체험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고동치는 대지’를 체험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인간에게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무언가, 인간에 대한 탐구와 그들의 가치관을 바꿔줄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팀랩은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실험과 스케치를 반복하며 작품을 만듭니다. 팀랩의 작품은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대부분 현장에서 제작되죠. 황 실장은 “‘팀랩: 라이프’는 코로나19로 인해 오가는 게 여의치 않아 한국에 올 수 있는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어요. 현장에 못 오는 분들은 화상회의 등을 통해 참여했는데, 코로나19로 현장에 모든 멤버가 모일 수 없었던 게 최대 과제 중 하나였죠. 지금은 매일 전시가 오차 없이 진행되도록 테크니션들이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죠.  
‘Black Waves: 거대한 몰입’은 점에서 선으로 면으로 파도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관객들이 파도 안에서 하나가 되고 모두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Black Waves: 거대한 몰입’은 점에서 선으로 면으로 파도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관객들이 파도 안에서 하나가 되고 모두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특징은 감상자의 존재나 행동이 작품에 영향을 주어 작품과 감상자의 경계선을 애매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보다 먼저 본 사람이 있는지, 옆 사람이 지금 뭘 하는지에 따라 작품이 변하죠. 팀랩의 인터랙티브 작품은 주변 관객의 행동을 좀 더 인식하게 해요.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많은 예술에서는 종종 사람들의 존재를 장애물로 여기죠. 전시실에 혼자 있으면 운 좋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팀랩은 이와 달리 “팁랩 전시회에서는 다른 감상자의 존재를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다른 사람에 의한 작품의 변화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의 존재 또한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  
꽃들이 탄생과 죽음을 거듭하는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 황희정 실장(맨 왼쪽)의 말대로 학생기자단이 손을 대자 꽃들이 지기 시작했다.

꽃들이 탄생과 죽음을 거듭하는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 황희정 실장(맨 왼쪽)의 말대로 학생기자단이 손을 대자 꽃들이 지기 시작했다.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을 마주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순간 멈춰 섰죠. 고개를 한껏 젖혀야 눈에 다 들어오는 공간에서 하염없이 싹이 솟아나오고 그 끝에서는 꽃이 피고 있었거든요. “줄기에 손을 대 보세요.” 황 실장의 말대로 하자 꽃이 시들기 시작했죠. 이 작품도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 바뀝니다. 사전에 기록된 영상을 재생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실시간으로 그려지기 때문이죠. 지금 보는 장면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거예요. 몇몇 관람객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죠. 1시간에 걸쳐 1년이 지나는 동안 12가지 꽃이 핍니다.
몇몇 관람객은 자리를 잡고 앉아 1시간 동안 12가지의 꽃이 피고 지는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을 즐겼다.

몇몇 관람객은 자리를 잡고 앉아 1시간 동안 12가지의 꽃이 피고 지는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을 즐겼다.

꽃에 이어 나타난 건 나비 떼였어요. ‘경계를 초월한 나비 떼, 경계 너머 태어나는 생명’은 작품 제목처럼 한쪽 벽 바깥에서 다른 관람객들이 지나갈 때, 그 발밑에서 나비들이 태어납니다. 나비 떼를 쫓다 바깥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몇 명 서서 나비들을 탄생시키고 있었죠. 유리벽 경계를 넘어 학생기자단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는 나비 떼를 향해 손을 내밀었어요. 발끝에서 태어난 나비들은 손끝에 닿자 사라져갔죠.  
‘교차하는 영원 속, 연속되는 생과 사’를 넘어 도착한 ‘물 입자의 우주, Transcending Boundaries’에선 비가 내리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황 실장의 제안에 따라 벽에 기대고 바닥에 앉자 직선을 이루던 물줄기가 우산에 튕기듯 세 사람을 피해 떨어졌죠.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꽃이 피어났습니다. “이곳에도 두 작품이 함께하죠. 이제 한번 움직여 보세요.” 벽에 기대섰던 다예 학생기자가 앞으로 걸어나오자 머리·어깨에 폈던 꽃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물줄기가 사람을 피해 가는 것도,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신기한 학생기자단은 한동안 머물러 작품을 만끽했어요.
거울을 이용해 작품이 연속해 보이는 ‘교차하는 영원 속, 연속되는 생과 사’. 소중 학생기자단은 나팔꽃에 이어 해바라기를 잔뜩 피워냈다.

거울을 이용해 작품이 연속해 보이는 ‘교차하는 영원 속, 연속되는 생과 사’. 소중 학생기자단은 나팔꽃에 이어 해바라기를 잔뜩 피워냈다.

황 실장은 “팀랩은 일본 도쿄에선 3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에서 상설전시해요. 뮤지엄이라고 부르는 그곳에선 체험 방법을 알려주지 않죠. 작가들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합니다”라고 했는데요. 소중 독자 여러분이 전시장을 찾는다면 눈에 보이는 장면도, 감동하는 포인트도 모두 다 학생기자단과 다른 여러분만의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만졌을 때 어떤 꽃이 피어날지 어떤 동물이 나타날지 그렇게 이어지는 생명들 사이에서 뭘 발견할지 기대되지 않나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박한나(경기도 중산중 2)·장유안(경기도 안말초 5) 학생기자·이다예(서울 리라초 4) 학생모델  

‘teamLab:LIFE’전 

-전시기간: 4월 4일까지(2월 15일, 3월 8일 휴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마감 오후 7시) 
-장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배움터 B2 디자인 전시관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보통 전시회는 눈으로만 봐서 충분히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요. ‘팀랩: 라이프’는 인터랙티브 전시라 사람을 인지해 주변 그림이 변한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생명을 주제로 표현한 것 중 특히 ‘증식하는 무수한 생명’을 감명 깊게 봤어요. 12가지 꽃들이 계속 변하는데, 쑥쑥 자란 줄기에 손을 대면 서서히 시들었죠. 어쩌면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지 않았을까 싶었고, 우리가 그저 재미로 소중한 생명을 없애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죠. 여태껏 봤던 전시회 중 가장 깊은 의미가 담겨있고 바쁜 일상 속 전시회 관람을 통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특별했습니다. 
-박한나(경기도 중산중 2) 학생기자 
 
지금까지 관람했던 비디오 아트나 레이저 전시회는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였다면 ‘팀랩: 라이프’는 관람객이 직접 빛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팀랩이라는 이름처럼 자연과 기술, 예술이 공간에서 관객과 한 팀이 됐다고 생각했죠.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의 종류와 색이 바뀌는 모습으로 꽃의 일생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했던 일상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유안(경기도 안말초 5) 학생기자 
 
DDP에서 본 ‘팀랩: 라이프’는 나비와 꽃 등 자연이 디지털로 이루어진 전시회였어요. 요즘 코로나19로 밖에 나가지도 못해서 자연을 많이 보지 못 했는데 가상으로라도 볼 수 있어 마음에 들었죠. 처음에는 디지털로 만들어진 전자로 보였지만 계속 보다 보니 가상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짜 같았어요. 어떤 공간은 꼭 정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이다예(서울 리라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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