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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나우 인 재팬] 진퇴양난 일본 "무관중도 고려"…도쿄 올림픽 사수 총력전

중앙일보 2021.02.01 01:16 종합 23면 지면보기

"작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28일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전화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올해는 IOC와 각국 올림픽 위원회가 '대회 개최'를 전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영희의 나우 인 재팬]
내년 연기는 다른 국제경기로 불가능
올림픽 포기땐 방역실패 국제적 자인
급기야 ‘무관중 올림픽’ 개최까지 시사

지난 달 21일 일본 도쿄 올림픽 박물관의 창문에 비친 올림픽 마크. [EPA=연합뉴스]

지난 달 21일 일본 도쿄 올림픽 박물관의 창문에 비친 올림픽 마크. [EPA=연합뉴스]

 
최근 더 타임스가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는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하는 등 올림픽 연기·취소론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본 정부는 7월 23일 개막하는 올림픽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28일 중앙일보의 질의에 "(올림픽의) 연기·취소는 없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올림픽을 치름으로써, 이후 세계 규모의 이벤트에 롤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다. 올 가을이나 내년으로 연기하자는 방안이 나오지만, 가을이 된다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내년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9월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카타르 월드컵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올림픽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 상황에서 올림픽 연기나 포기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겐 '정권의 몰락'을 의미할 수 있다. 스가 총리가 요즘 국내외를 향해 "반드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가 모색하는 해법은 다음의 세 가지다.  
 

하나, '무관중' 또는 '일본 내 관중'만

7월에도 코로나19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본이 내세우는 것은 '올림픽 간소화'다. 조직위도 "올림픽의 규모를 어떻게 줄이는가가 지금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무관중' 또는 관중을 일본 내 거주자로 한정하는 방안이다.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말말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말말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11월만 해도 IOC와 일본 정부는 "무관중 개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8일 모리 위원장은 "(무관중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시뮬레이션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해 무관중 개최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헸다.
 
지난해 추산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입는 경제적 손실은 약 4조 5000억엔(약 48조원)이다. 무관중으로 치를 경우에는 약 2조 4000억엔(약 25조 6000억원)으로 손실이 20조원 넘게 줄어든다.
 
지난 28일 일본 닛칸스포츠는 복수의 올림픽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거주자에게만 올림픽 관람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이미 해외에서 판매된 올림픽 티켓 100만장에 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해외 관람객 격리 등에 드는 방역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11개 도시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상황에서도 대형 이벤트의 경우 수용 가능 인원의 50%까지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조직위는 "관중 규모는 정부 권고를 기본으로 하되, 최종적으로는 봄까지 결정한다"고 밝혔다.  
 

둘, 경기장·선수촌을 '코로나19 클린 존'으로  

올림픽의 모든 종목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참가 선수는 약 1만1000명이다. 이들을 통해 감염이 일본 국내에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선수와 관계자들이 머무는 선수촌과 경기장 등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지난 달 19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 주변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달 19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 주변 모습.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현재 IOC와 함께 선수들의 입국에서 일상생활, 경기 참가, 출국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상세한 방역지침을 담은 '플레이 북(룰 북)'을 제작 중이다. 모든 참가자에게 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올림픽 개최 공간을 '코로나19 클린 존'으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일본이 발표한 올림픽 참가 선수 검사 계획에 따르면, 외국에서 입국하는 선수들은 입국 전 자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입국과 동시에 또 검사를 받는다. 이후 선수촌 입촌, 시합 전 등 또 수차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외에도 체류 기간 내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이동 제한을 권유받는다. 
 
IOC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와중에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미국 프로농구, 아시아축구연맹 대회 등이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바흐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겨울 열린 전 세계 7000건 이상의 스포츠 경기에서 총 17만 5000건의 코로나19 검사가 실시됐는데 양성률은 0.18%였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 1만여명 중 양성판정을 받는 사람은 18명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조직위의 기대다. 
 

셋, 선수·관계자에 최대한 백신을 

일본 정부가 마지막으로 믿는 건 백신이다. 이미 세계 50여 개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일본도 2월 중 접종을 시작한다. IOC는 "올림픽 선수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는 입장을 밝히 뒤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와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최 의지를 밝히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최 의지를 밝히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AP=연합뉴스]

 
각국이 올림픽 참가 선수단에 우선 접종을 할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넘버 웹에 따르면 현재 헝가리와 세르비아는 올림픽 참가 선수에 백신을 우선 접종하기로 했고, 호주, 벨기에, 덴마크, 그리스 등도 이를 고려 중이다. 일본은 아직 결정 전이지만, 주최국인 만큼 자국 선수와 관계자들에 우선 접종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위도 "백신 이용이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와 IOC 모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올림픽이 취소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지난해처럼 각국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날 경우, 또는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2월 말까지도 안정되지 않아 반대 여론이 거세질 경우" 취소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개최 여부는 3월 10~12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137회 IOC 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성화 봉송 시작 이틀 전인 3월 24일 연기가 발표됐다. 올해 성화 봉송은 3월 25일 후쿠시마(福島)에서 시작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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