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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직접 간 듯~ 아날로그로 풀어낸 블랙핑크 온콘

중앙일보 2021.02.01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달 31일 유튜브에서 생중계된 블랙핑크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에서 선보인 ‘뚜두뚜두’ 무대. 타오르는 불꽃을 뒤로 하고 물 위로 걸어나온 멤버들은 남성 댄서들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지난달 31일 유튜브에서 생중계된 블랙핑크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에서 선보인 ‘뚜두뚜두’ 무대. 타오르는 불꽃을 뒤로 하고 물 위로 걸어나온 멤버들은 남성 댄서들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가 첫 온라인 콘서트에 도전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로 만든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 ‘팜 스테이지’의 첫 주자로 나서 지난달 31일 ‘YG 팜 스테이지-2020 블랙핑크: 더 쇼’를 펼쳤다. 이는 지난해 4월 SM과 네이버가 만든 ‘비욘드 라이브’에 JYP까지 합류해 슈퍼엠·트와이스 등의 공연을 차례로 펼치고, 빅히트가 같은 해 6월 자회사가 만든 위버스샵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첫 유료 콘서트를 선보인 것보다는 한발 늦은 셈이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온라인 콘서트 소식은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기 충분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최초의 라이브스트림 콘서트인데다,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5660만명에 달해 가장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YG, 유튜브서 온라인 공연 첫 중계
증강현실 등 동원한 SM과 차별화
‘복제 불가능한’ 무대 연출 공들여
멤버 인터뷰, 무대 뒤 모습도 공개

이날 오후 2시부터 90분간 중계된 이번 공연은 유튜브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공연 한 달 전부터 트레일러와 메시지 비디오 등을 채널에 올리고, 공연 전날 사운드 리허설 체크 현장 등 비하인드 콘텐트를 추가 공개하며 워밍업을 마쳤다. 채널 ‘구독’ 버튼 옆에 있는 ‘가입’ 버튼만 누르면 이용권(스탠다드 3만6000원, 플러스 4만8000원) 구매가 가능하게 했고, 재방송 스트리밍은 총 8차례(2월 7일과 14일 오전 3시·11시, 오후 4시·9시)에 걸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재관람이 가능하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화려한 무대 의상을 뽐낸 블랙핑크 지수·제니·로제·리사.

화려한 무대 의상을 뽐낸 블랙핑크 지수·제니·로제·리사.

공연에서 중점을 둔 부분도 사뭇 달랐다. 앞서 진행된 비욘드 라이브나 BTS 콘서트가 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대 연출에 집중했다면, 블랙핑크의 이번 공연은 철저하게 아날로그를 지향했다. 지금 이 공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복제 불가능한’ 무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치영 YG 공연 총괄은 “투어의 경우 대규모 세트와 장비를 다 짊어지고 다니는 게 비효율적이어서 디지털의 힘을 많이 빌린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에는 “보는 이에게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보는 공연이지만 만드는 이에게는 장비를 줄일 필요도, 환경을 압축해 담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역발상은 의외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3개의 메인 세트가 곡 분위기에 맞춰 10개의 서로 다른 무대로 전환되면서 매끈한 디지털 영상과는 다른 독특한 질감을 안겨줬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 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양해진 대규모 세트를 보고 놀랐다”며 “실제 동굴을 재현한 무대부터, 폐허가 된 도시의 계단 파편까지 다 붙어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묘사된 설치물이 인상적이었다”고 무대를 본 소감을 밝혔다. 특히 대규모 남성 댄서들과 함께 물 위에서 선보인 ‘뚜두뚜두’ 퍼포먼스는 이전까지 보지 못한 강렬함을 내뿜었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멤버들의 얼굴을 잘 볼 수 없다 해도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택한 효과가 뚜렷했다.
 
요즘 온라인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된 수백개의 분할 화면을 가득 메운 팬들의 모습도 없었다. 블랙핑크는 무대 중간중간 한국어와 영어로 멘트를 이어가긴 했지만, 현장 소통을 강조하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무대 뒤 장면이나 사전 인터뷰 영상으로 대신했다. 2018년 11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7월까지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첫 월드투어를 마친 이들은 1년 5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설렘을 갖추지 못했다. 텅 빈 공연장 객석에 앉아 “투어 끝나고 나서 꿈만 같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생각하면 그때가 더 꿈 같다”(지수), “공연을 다시 할 수 있을까란 생각과 동시에 노래들이 준비되는 대로 새롭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제니) 등 그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으로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에 오른 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선공개 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과 타이틀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외에도 수록곡 ‘크레이지 오버 유(Crazy Over You)’ ‘러브 투 헤이트 미(Love To Hate Me)’ ‘유 네버 노우(You Never Know)’ 등 그동안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무대도 공개했다. ‘팝의 여제’ 레이디 가가와 협업한 ‘사워 캔디(Sour Candy)’ 등 글로벌 팬들을 위한 무대도 마련됐다. 월드투어를 함께 한 밴드팀 ‘더 밴드 식스’의 풍성한 사운드도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제니는 샤넬, 리사는 셀린느, 로제는 생로랑, 지수는 디올 등에서 앰배서더 및 뮤즈로 활동하고 있는 패션 아이콘답게 각 브랜드를 믹스 앤 매치한 무대 의상도 돋보였다. 20곡의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 솔로곡까지 각각 6벌의 서로 닮은 듯 다른 의상이 패션쇼 런웨이마냥 이어졌다. 2018년 11월 ‘솔로’를 발표한 제니는 랩 파트와 댄스 브레이크를 더한 리믹스에 동양적 무대 연출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곧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둔 로제는 서브 타이틀곡 ‘곤(GONE)’ 무대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당초 지난해 12월 말 진행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용한 행정명령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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