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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 “선수들과 언니처럼 ‘원팀’ 되겠다”

중앙일보 2021.02.01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여자 농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전주원 감독은 "설레면서도 부담스런 자리다.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진영 기자

여자 농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전주원 감독은 "설레면서도 부담스런 자리다.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진영 기자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전주원(49·사진) 아산 우리은행 코치가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지난달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그를 감독에 선임했다. 한국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국가대표 감독을 한국인 여성이 맡은 건 처음이다.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수로 20년, 코치로 10년 활약
올림픽 4강에 트리플 더블 기록
최약체지만 근성으로 이겨낼 것

전 감독을 지난달 29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그는 “중책을 맡게 돼 영광이다. 30년(선수 20년, 코치 10년)간 쉬지 않고 코트를 지킨 덕분인 것 같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걱정과 부담을 주지만,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원은 실력과 꾸준함을 겸비한 명(名) 포인트가드였다. 19살이던 1991년 현대산업개발 유니폼을 입고 성인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20년간 코트를 누볐다. 이 기간 어시스트 왕을 10차례 차지했다.
 
전주원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펄펄 날았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의 주역이다. 4강은 한국 농구가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특히 시드니 올림픽 조별리그 쿠바전에서 트리플더블(두 자릿수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을 기록했다. 한국 남녀를 통틀어 올림픽 트리플더블은 유일하다.
 
현역 시절 전주원은 코트를 지배한 레전드 포인트 가드였다. [중앙포토]

현역 시절 전주원은 코트를 지배한 레전드 포인트 가드였다. [중앙포토]

2011년 전주원은 신한은행 코치로 지도자 길을 시작했다. 이듬해 우리은행으로 옮겨 위성우(50) 감독과 ‘우리 왕조’를 열었다. 만년 하위 팀 우리은행은 전 코치와 위 감독이 함께 부임한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차례 챔피언이 됐다. 대표팀 코치(2014~17년)도 경험했고, 컵대회와 2군 리그에서는 위 감독 대신 지휘봉도 잡았다.
 
전주원이 지난해 3월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하자, 주변에선 “독이 든 성배”라며 말렸다. 현 대표팀 전력은 예전만 못하다. 2008년 베이징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지만, 조별리그 통과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올림픽 본선 팀 12개국 중 한국(세계 19위)보다 하위 팀은 푸에르토리코(22위)뿐이다.
 
전 감독은 “한국이 최약체가 맞다. 힘들게 하고도 욕먹을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도 감독을 맡은 건 어려울 때 누군가가 나서서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늘 열세였다. 매번 근성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난 현역 선수 때 결혼했고 출산했다. 그러고도 기량을 유지했다. 숱한 어려움을 견뎌 맷집이 좋다. 이번에도 해보겠다”며 웃었다.
 
 전주원 감독은 올해로 30년째 코트를 지키고 있다. 선수로 20년, 코치로 10년 쌓은 내공으로 도쿄올림픽에 나선다. 장진영 기자

전주원 감독은 올해로 30년째 코트를 지키고 있다. 선수로 20년, 코치로 10년 쌓은 내공으로 도쿄올림픽에 나선다. 장진영 기자

올림픽까지 불과 반년 남았다. 대표팀도 프로 시즌이 끝나는 3월 이후 소집할 수 있다. 전 감독은 ‘원팀 농구’를 강조했다. 그는 “팀에 감독의 색깔을 입힐 시간이 부족하다”면서도 “한국 농구의 강점은 속공과 압박 수비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강팀을 무너뜨릴 때처럼 우리도 똘똘 뭉쳐야 한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농구를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당분간 전 감독은 ‘투잡 모드’다. 우리은행 코치로서 자신의 팀 경기력에 신경 써야 한다. 동시에 대표팀 감독으로서 상대 팀 선수도 파악해야 한다. 그는 “라이벌 팀인 KB 박지수는 그간은 마냥 얄미운 상대 팀 선수였다. 이제는 KB전 때 ‘지수를 대표팀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전술은 어차피 박지수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전 감독은 “지금은 전술에 관해 뭐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백지상태에서 선수들 기량을 살피겠다”며 “다만 한 가지 할 수 있는 약속은 호랑이 감독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언니처럼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글=피주영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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