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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으로 정권 바뀌니 또 유혹" 부장판사의 '법관 탄핵' 일침

중앙일보 2021.01.31 20:49
김태규(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 뉴스1

김태규(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 뉴스1

김태규(54ㆍ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여당이 추진하는 '판사 탄핵'에 대해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니 탄핵이라는 칼이 아주 유용하고 잘 드는 칼이라 자주 쓰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인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 판사 사건은 현재 상고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김 판사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록 항소심 계속중이지만 이미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하여 탄핵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 상응하지 않는다"며 "양보해서 헌법 위반이라고 하니 그렇다고 가정해도 탄핵을 논하는 것은 여전히 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행위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위법하지만 탄핵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탄핵을 기각한 것이다. 과연 판결문 이유 부분에서 방론으로 언급될 정도의 사유가 탄핵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 될 수 있나? 동의가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탄핵대상 판사가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간섭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판사의 판결이라는 것이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의 사무실에서 하늘이 주신 대단한 혜안으로 결론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선배 법관에게 조언을 구하고 충고를 들으면서 최종적인 판단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가 된 해당 사건에서는 이미 사건의 담당 재판부가 결론을 다 도출하고 있었고, 담당 재판장도 전혀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며 "만약에 이런 것을 문제 삼는다면, 그들은 대중이 판결을 오독해주기를 원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솔직해지자, 선배가 판결이 오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에 침해가 되겠나, 국회의원들이 판사를 탄핵한다고 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에 침해가 되겠나"라며 "당연히 탄핵이라는 법적 수단으로 판사를 압박하는 것이 훨씬 더 무서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왜 이들은 법관들에게 그런 두려움을 심으려 하는가"라며 "정경심·윤석열·박원순·최강욱 등과 같은 사건에서 모두 범여권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였더라면 그때도 과연 여권은 법관탄핵을 얘기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고 했다.
 
또 "(임 판사는) 이제 한 달도 임기가 남지 않은 법관"이라며 "사퇴를 한 것도 아니고 법관 임기 10년을 다 채우고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법관이다. 굳이 탄핵을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정치의 영역에 있다"며 "관료로 임명되고 정치와 가장 먼 영역에 있는 법원에까지 탄핵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이제 이것을 아주 편하게 얼마든지 쓰겠다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탄핵이 정치적으로 남용되기 시작하면,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은 언제든 탄핵의 칼날을 두려워하며 임기를 마쳐야 하고, 법관들도 탄핵의 공포를 품고 눈치 보며 재판과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법은 존재하지 않고, 그런 정치만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을 정말 원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김 판사는 "이렇게 해도 정치적 보복이나 겁주기는 절대 아닌 정당한 탄핵 의결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나?"라 물으며 "마지막으로 예전에 판결 좀 빨리 하라 했다고 재판권 침해라고 일어나셨던 판사들, 동료를 수사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빨리 내주지 않는다고 문제라고 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아무 말이 없다. 일부 정치권과 법원 수뇌부의 요구에는 신속하게 움직여도 이럴 땐 조용하다"고 덧붙였다. 
 
연수원 28기인 김 부장판사는 1999년 변호사 개업 후 2005년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거쳐 2006년 대법원 판사가 됐다. 이후 부산지법과 부산고법, 창원ㆍ대구ㆍ울산지법 등 경상도 지역에서 법관 생활을 계속 해왔다. 
 
지난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구성을 앞두고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특별조사단이 사법부 내에 사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해 11월 전국법관 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에 대한 탄핵이 필요하다는 안건이 의결되자 "전국법관 대표회의를 탄핵하라"는 글을 코트넷에 올렸다.
 
이달 중순엔 "법관 일은 계속하고 싶지만 나라 사정이나 법원 사정이 여의치 않고, 여러 상황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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