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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여년 전부터 요즘 말로 ‘셀럽’이었다.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는 젊고, 세련된 변호사였다. 유명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을 맡으며 진중한 이미지를 쌓았고, 39살의 나이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에선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하며 금권 선거를 막는 정치 개혁에 앞장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세훈법’, 법안 명칭에 초선 의원의 이름이 들어간 건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후 2004년 총선 때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불출마한 뒤 ‘자연인’ 오세훈으로 돌아가나 했더니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긴급 차출돼 45살의 나이에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개표 내내 뒤지다가 막판에 대역전에 성공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1년여 뒤 전면적인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밀어붙였지만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했다.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일의 책임을 지겠다며 서울시장직을 던졌고, 결국 2011년 보궐선거에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서울을 내주는 시발점이 됐다.
 
그 뒤 절치부심하며 2016년과 2020년 총선 때 각각 서울 종로와 광진을에서 금배지에 도전했지만 연이어 낙선했다. 30대에 ‘소년 급제’에 성공했지만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10여년 동안 정치적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제 그런 오세훈 전 시장이 60세가 됐다. 4·7 보궐선거에서 10여년 전에 내던진 서울시장 자리를 본인이 되찾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집권 여당이던 당은 연전연패하는 무기력한 야당이 됐고, 자신도 당 안팎의 경쟁자에 비해 지지율이 뒤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오 전 시장을 지난 26일 중앙일보가 만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을 촬영했다. 그는 자신을 “정치 바보”로 소개하며 10여년 전 자신의 선택을 반성했다. 그는 “결국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을 국민의힘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운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을 촬영했다. 그는 자신을 “정치 바보”로 소개하며 10여년 전 자신의 선택을 반성했다. 그는 “결국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을 국민의힘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운하

 
먼저 인사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정치 바보’ 오세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0년 전에 서울시장직을 던졌다. 그때의 오세훈으로 돌아간다면 뭐라고 말하고 싶나.
“야, 이 ‘정치 초딩’ 오세훈아! 그때 왜 그랬어. 네 돈 아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정치적으로 미숙아였다는 이야기다. (그때 무상급식 문제는) 초기 단계의 포퓰리즘, 인기영합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여기서 막지 않으면 나라가 어려워지겠다고 생각해서 목숨 걸고 싸웠던 거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젊은층일수록 내가 무상급식을 아예 주지 말자고 한 것 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내가 프레임 전쟁에서 진 거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정치 초딩’이라고 자학하는 거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면 자신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다.
“사실 정치인 오세훈은 그냥 내려놓은 거다. 안철수 후보가 그냥 우리 당에 들어와서 야권 단일 후보 가져가라고 제안한 거다. 안 대표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리 당으로 뛰어 들어왔으면 인기가 아마 두 배는 더 폭발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정치 초딩’이라면 안 후보는 ‘정치 중딩’ 정도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참 안타깝다. 그렇게만 됐으면 나는 서울시장 출마하지 않고 대선으로 가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뼛속 깊이 포퓰리스트, 뼛속 깊이 대중영합주의자와 멋지게 한판승부 해보고 싶었다.”
 
안철수 대표나 나경원 전 의원 등 야권의 다른 경쟁자에 비해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당 지지자와 우파, 중도에 있는 분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거다. 지금 여론조사 수치는 의미가 없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되면 우리 당의 적극 지지층은 절대로 안 후보에게 가지 않는다. 나경원 후보는 보수 우파로 가겠다는 노선을 분명히 했다. 단일 후보가 되도 중도층이 지지하지 않을 거다. 나는 우리 당 지지층과 중도,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일부 지지한다. 결국 본선에서 이기길 원하는 당원들이 나를 선택할 거다.”
 
당내에선 “오세훈은 뻣뻣하다. 건방지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겪었는데도 그런 평을 듣는다고 하니까 진심으로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변명을 하자면 사실 저 뻣뻣하다. 누구한테 고개 숙이고 부탁하는 거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본능적으로 무리 짓는 걸 싫어한다. 왜냐면 그 무리가 결국 부패를 낳는다. 무리는 또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행위다. 국민 여러분 입장에서는 내가 더 바람직한 공직자 아니냐. 문재인 대통령처럼 친문 핵심 세력을 전부 장관 임명하는 게 국민을 배신하는 거 아니냐. 오세훈은 앞으로도 뻣뻣하게 정치하겠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정치 초딩’이라는 거다.”
 
서울의 주택난이 심각하다. 주택 문제는 어떻게 풀 건가.
“주택 시장 대참사의 원인은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10년 동안 재건축·재개발 못하게 했다. 내가 시장 때 지정한 정비구역 400군데 정도를 전부 해제해버렸다. 서울시에는 공급을 많이 하려는 주택국과 억제하려는 도시계획국이라는 서로 견제하는 기능의 부서가 있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1년 정도 한시적으로 두 기구를 통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제한 규제도 한시적으로 풀겠다. 그러면 이 기회를 놓칠세라 많은 건축업자와 토지주가 사업에 달려들 거다. 그래서 1년 내에 주택 시장에 불이 붙을 수 있도록 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공급할 수 있게 하겠다.”
 
강남과 강북을 어떻게 균형발전시킬 건가.
“신규주택을 비강남 지역에 많이 공급하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교통이다. 경전철 사업을 비롯해 교통 관련 공약을 앞으로 발표할 거다. 세 번째는 상업지역이다. 각종 문화시설, 여가시설, 녹지공간을 고루고루 배치하는 이른바 ‘생활권 도시계획’을 새로 도입할 거다. 그렇게 되면 비강남 지역에 상업활동과 여가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시설의 공급이 가능해진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서울 주요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찬성이다. 전국을 균형발전시키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서울이 사실 큰형님 아니냐. 큰형님만 잘살아서 되겠나. 어떻게든 다른 형제도 다같이 먹고살 수 있도록 큰형이 배려해야 한다.”
 
인터뷰 이틀 뒤 오 전 시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지난해 4·15 총선 때 광진을에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 만 명이 산다. 이 분들이 90% 이상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에 관해 30일 추가로 물었다.
 
최근 ‘조선족’ 발언이 문제가 됐다. 왜 그런 발언이 나왔나.
“‘조선족 중 귀화한 분들이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한 것이 혐오 발언인가. 조선족을 중국 동포라고 불러야 한다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쓰는 보편적 표현 아닌가.”
 
인터뷰=허진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bi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여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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