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14만명을 넘어섰다. [사진 pixabay]](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30/8f3ecb93-d003-49b1-bf2a-b626285e56c5.jpg)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14만명을 넘어섰다. [사진 pixabay]
SF 영화의 주인공 1년
1년 동안 인간들도 나에 대해 많이 연구했더군.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 '촉수'가 붙어 있는 바이러스란 걸 금방 알아챘어. 평균 지름 80nm(나노미터·100만분의 1㎜)로, 백혈구·적혈구보다 작은데도 말이야. 이렇게 작디작은 나 때문에 그 좋아하는 여행도 못 하고, 마스크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사는 인간들 심정이 오죽하겠어. 영화 '컨테이젼'이나 '감기' 속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오버랩됐겠지.
스텔스 기능과 변이로 재무장

26일 서울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은 대도시인데도 놀라운 특징이 있더라. 마스크 쓰라는 주의보를 너무 잘 듣잖아. 영역을 넓혀가기 불편한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방심하는 순간이 있더라고.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무증상' 작전을 쓰면 돼. 요즘엔 변이라는 것도 익혔어. 나에게 한 번 감염됐던 영국 총리(보리스 존슨)라는 사람이 겁을 좀 먹은 것 같더군. “변이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질 뿐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치명률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던데. 글쎄, 나도 내가 어디까지 무서워질지 잘 모르겠어.
'두 얼굴의 야누스'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나를 만난 뒤에도 고생하더군. 피곤하거나 호흡곤란이 오고, 탈모에 발기부전 증세도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이탈리아 로마대학교 에마뉘엘 자니니 교수 연구팀). 내가 폐렴이나 호흡기 감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혈관을 침범해 온몸에 퍼지는 '전신감염'이 증명되고 있지. 난 인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것 같아.
백신과의 승부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인이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 중앙포토
인간의 무기는 역시 백신이겠지.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1차원적인 방법은 한계가 있을 거야.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까. 나 역시 내 운명이 궁금해. 다음 달부터는 한국에서 백신 접종도 시작한다고 하니, 조만간 답이 나오겠지. 혹자(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나를 '거울'이라고도 하더군. 나를 통해 방역의 문제 지점을 점검해나가고, 그동안 살펴보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약점을 돌아볼 수 있다고.
내가 쇠약해지더라도 내 형제나 친구가 언젠가 다시 한국을 찾아올 테니, 나를 거울삼으라는 말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 당장, 한국에서 변이가 생길 가능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거야. 승부처를 향해 가는 지금 피차 방심은 금물이겠지.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