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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5만명 접종하는데 7600만명분 확보…남은 백신은 어쩌나

중앙일보 2021.01.30 05:00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지난 11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지난 11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는 2월 첫 접종을 시작해 국민 4355만명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확보된 백신은 7600만명 분이다. 정부 계획대로 접종이 진행된다면 3245만명분이 남게 된다. 남는 백신은 어떻게 처리될까.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올 1분기 안에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입소ㆍ종사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의료인 등 130만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우선 접종할 계획이다. 2분기 땐 65세 이상 고령자 등 900만명이 대상이다. 3~4분기엔 접종 인원이 확 늘어난다. 일반 성인(18~64세)이 포함돼서다. 3325만명에 달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렇게 올 연말까지 4355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소아ㆍ청소년과 임신부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을 뺀 전국민이 접종 대상이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7600만명분에 이른다. 정부의 계약물량을 보면, 다국가 백신 공급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1000만명분을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화이자 10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이다. 여기에 더해 노바백스 2000만명분도 확보 중이다. 우리 국민 5182만명을 한 번씩 맞추고도 남은 물량이다.
 
정부의 접종 목표는 소아ㆍ청소년ㆍ임신부를 뺀 국민의 70%다. 코로나19 백신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처럼 의무가 아니다. 국민 70%가 접종해도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문제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단순계산하면 애써 확보한 수천만 명 분의 백신이 남아돌게 될까.
 
질병청은 “현재 백신 개발 성공 여부, 허가 범위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폐기 가능성보다는 백신 확보를 통한 국민 건강 보호 측면을 고려해 백신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각국에서도 충분한 백신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제때 필요한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물량을 구매 추진했다”라며 “효율적인 유통ㆍ보관체계 구축, 접종률 향상을 위한 독려와 홍보, 일정에 맞는 신속한 접종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백신 폐기 최소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계약한 백신 물량은 한꺼번에 국내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 생산 현황에 따라 나눠 들어온다. 계약 때 명시한 시점보다 늦게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유럽에서는 백신 생산이 늦어지면서 공급 문제가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화이자는 이달 초 이탈리아 정부에 공급 물량을 30%가량 줄이겠다고 통보했고, 이탈리아 곳곳에서 백신 접종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화이자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했다. 또 특정 백신의 품질ㆍ부작용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여러 제약사의 물량을 분산 계약했다고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정부 관계자들이 2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접종체계 브리핑에서 관계부처 담당자들과 함께 접종 체계 안내판 앞에 서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정부 관계자들이 2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접종체계 브리핑에서 관계부처 담당자들과 함께 접종 체계 안내판 앞에 서 있다. 뉴스1

 
정부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물량은 통상적 집단 면역을 확보하는 데에는 충분한 물량”이라며 “다만 백신 제조ㆍ생산의 유동성, 면역력 지속 기간의 불확실성, 백신별 이상 반응 등 변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물량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접종한 이들이 가을쯤 재접종해야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은 인류가 처음 접종하는 백신이다. 백신으로 얻어진 항체가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6개월 정도 항체가 유지된다. 그런 점을 보면 초기에 접종한 사람의 항체가 가을쯤 약화되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만약 항체가 몇달 뒤 약화된다면 재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5~10명분 1병에 담긴 백신, 주사기로 나눠 접종 

접종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백신도 나올 수 있다. 국내 도입되는 백신은 1바이알(병) 당 5~10명 분이 담겨있다. 대량 생산, 대규모 유통을 위해서 독감 백신 등과 달리 큰 용량으로만 만든다. 따라서 접종하는 의료진이 이를 ‘분주(주사기로 나누는 과정)’해서 접종해야한다. 1회용 주사기를 백신 병에 꽂아 정확하게 접종 분량만큼만 빨아내서 주사해야 한다. 일반 백신에 비하면 까다롭다. 해외에서도 이 과정에서 손실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다. 백신마다 다르지만 한번 열면 2시간~6시간 이내 사용해야 한다. 접종 인원 배분을 시간 단위로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폐기하는 백신이 많이 나올 수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2020년도 중소기업 수출 동향 및 특징’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 백신 주사기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2020년도 중소기업 수출 동향 및 특징’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 백신 주사기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그랬듯 1~2분기 접종 중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백신도 상당부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모두 고려해서 백신을 확보한 것”이라며 “초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잘 확인하고 수정해서 하반기 대량접종 때는 더 원할하게 접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접종계획이 전반적으로 잘 짜였다고 보지만, 질병청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접종하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우리나라는 대체로 백신 거부가 적은 나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처음 도입되는 백신이니, 문화체육부 등을 논의에 적극 참여시켜서 왜 우리가 백신을 맞아야 하고, 안전성은 얼마나 보장되는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스더ㆍ김민욱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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